우는 나날들

2014.04.25 17:42

Kaffesaurus 조회 수:3842

1. 읽어서 뭐해 울지말고 읽지마, 라고 친구가 말합니다. 그래도 자꾸 읽게 되고, 한동안 도대체 읽어도 읽어도 상황이 머리에 안그려지는 겁니다. 도대체 누가 뭘 한건지, (아니 안한거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죠) 이 와중에 정신나간 소리들 하는 정치인들. 


어제 오늘 읽은 기사에는 죽은 아이들 사진이 보입니다. 정말 어리군요. 이 나이 때는 자신이 얼마나 어린지 모르지요. 다 어른 같이 느껴지지요. 그런데 어른이 된 제가 보니까 봄날 개나리 같이 어려 보입니다. 아직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차 있습니다. 쇠똥구리가 굴러가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처럼. 그러면서 눈들은 진지하고, 이제 어른이 되어간다고. 


얼굴 한번 안본 아이들 소식에 계속 웁니다. 

지난 번 쓴데로 다리가 무너져서 집에 못간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으로서 정말 변한게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뻔뻔한 대한 민국 어른들 세상때문에, 미안해서 웁니다. 



2. 제가 일하는 대학, 저희 부서에 몇년간 루완다 박사과정들이 있었습니다. 1990년 대 학살 이후 사회 구조 정립에 하나의 복원 일종으로, 엘리트들을 유학보내주고,그 기간 만큼 돌아와서 루완다 대학에서 일하는 그런 조건으로 와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5년 간 본인들 끼리 지내는 편이었는 데 그중에 P는 (여자) 저희 부서 사람들과 아주 친하게 지냈고, 우리들 중 한 명이 되었지요. 우간다 (루완다가 아니라)에 남겨두고온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게 이 아이들을 위해서다 라면서,... 

박사 과정 중간 여기서는 60 %, 90% 세미나라는  중간 중간 다른 외부인이 논문을 검토하고 세미나 가지는 그런 게 있습니다. 제가 이 친구의 60 % 세미나의 오퍼넨트였어요. 

박사 과정 이수 할때 선물로 사진들을 모아 책도 만들어 줬어요.엄마가 뭘 했는 지 볼 수 없었던 아이들과 같이 추억을 공유하라고. 

이 책을 만들어 주자 말도 못하고 저를 안기만 했는데.

그러고 나서 소식이 뚝. 모두 참 이상하다 그렇게 친했는 데 어떻게 소식을 끊냐. 


그리고 어제,,, 여러 가지 사정을 이곳에다가도 말은 못하겠고요 , 그냥 이 친구가 바로 옆동네 아파트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든지 아이들을 이쪽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 했다고, 루완다로 돌아가지 않을려고 노력했다고.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가족없이 혼자 외국에 있으니까 이 친구의 죽음이 더욱 아픈거 같습니다. 

엄마잃은 세쌍둥이 생각에, 경찰이 찾았다는 혼자 죽은 친구 생각에, 그리고 그렇게 오랜동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들과 떨어져서 이악물고 공부하고 일했던 그 시간들 생각에. 


3. 거북이에게 그만 싸우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데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힘들다는 친구에서, 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메시지 보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토마스 교수님께, 항상 교수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실 선물이 생일이었거든요. 남은 케익 가져와 동료들과 함께 먹으면서 마음으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사람들 한테 언제나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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