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9 08:07
이래저래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제목은 이거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근 몇달간 친해진 후배가 있는데 제가 좋아서 술 먹이고 밥 먹이고 자료 넘겨주고 커피 기프티콘 쏴주고 문서 첨삭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방금 생일선물로 스벅 2만원 충전된 카드를 받으니까 기분이 오묘하고 더럽네요. (형편 어려운 애 아닙니다..)
단기간에 친해져서 최근에 안 맞는 부분이 점점 보이긴 했습니다만 지금 관계를 유지할지 말지까지 고민이 되네요.
제가 호의로 한 일들인데 되돌려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저의 옹졸함에 짜증도 나고, 얘는 도대체 뭐하는앤가 싶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차라리 주지를 말든가..
아.. 정말 부아가 치미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2014.05.19 08:09
2014.05.19 08:19
그게 리턴의 시작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쟎아요.
그동안은 낼름낼름 받아 먹기만 하다가 이제 그쪽에서도 뭔가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요?
2014.05.19 08:20
여름숲/ 그냥 아무것도 안 받았으면 별 생각이 없었을텐데, 저 2만원 카드를 받으니까 제 호의를 이 정도로 받아들였나 생각하게 되네요. 잊는게 맞는데 이제 더이상 주고 싶지가 않을 것 같아서요. 아 전 정말 옹졸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파릇포실/ 6개월 정도 지내본 결과 그 기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이 애는 옆에서 준다니까 그때그때 잘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뭐 그게 맞는 것일수도 있는데 왜 저는 부아가 치미는거죠?
2014.05.19 08:31
(아까는 출근길 모바일이서리...)
관계라는 것들이 그렇죠.
아니 나를 그렇게 밖에 안보나...하다가..
그래도 나를 그만큼이라도 편케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평소엔 스스로에게 그래 너 잘 살아왔어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개뿔이나... 님 말씀처럼 난 뭐 이리 옹졸한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
사람이 그럽습디다..
조금 가라앉히시고 천천히 생각해보시길...
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생일 축하 받으세요!! 생축!!!
2014.05.19 09:11
뜬금없지만 게시판 눈팅하면서 여름숲님은 술도 잘 자시고 따뜻한 분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ㅋㅋ 생일 축하 감사해요. 거의 2주 정도 지났습니다만 그래도 좋네요. 저 망할 후배 보다 여름숲님 덕에 마음이 풀립니다.
2014.05.19 08:50
2014.05.19 08:57
준 것에 비해 생일선물로 스벅카드는 성의가 없어보이셨다고 느낄 것 같은데요. 저같아도 그럴듯.
인풋 아웃풋이 맞기란 참 어려워요. 애초에 동등하게 나올 수가 없는듯. 생일은 축하드립니당
2014.05.19 09:03
ㅎㅎ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내가 뭔가 해주고 잘해준 사람에겐 거의 못받고
엉뚱한 사람에게 받고 이거 어떻게 해야지 고민하고요
하다보니 이젠 누구를 함부로 잘해주면 안되겠다 생각도 들어요
2014.05.19 09:04
2014.05.19 09:06
거의 다 그렇죠. 반대의 경우에 있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속칭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된다는건데 보통사람은 그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몰라요.
2014.05.19 09:21
잠익123/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제가 문제인것 같습니다..
달비/ 축하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시니 외롭지 않네요. 지금 혼자서 후배를 욕하다가 저 자신을 탓하다가 갈피를 못잡는 중이라..ㅋㅋㅋ
흐흐흐, 낭랑/ 전 도대체 이 후배와 같은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는게!!! 전 정말 뭘 그냥 받을 수가 없어요!!!!! 누군가한테 뭘 받으면 정확히 등가는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 것으로 돌려준단 말입니다. 제가 착하다거나 그렇다는 게 아니라 뭔가를 이유없이 받으면 그분께 빚을 진 것 같고 마음이 불편해요. 그 사람과 얼마나 친한지 상관없이요. 그런데 뭐든 받기만 하는게(이따금씩 요구도 하고) 당연하다고 느낄 수가 있나요.
2014.05.19 09:26
돌려주겠다는 걸 한사코 사양했던 사람으로서 재밌는 글이네요
물론 제가 띨띨한 거겠지만요
2014.05.19 09:37
받아버릇하니 그게 당연한게 돼 버린 거죠.시나리오 효과랬던가 뭐라던가;;;여하간 그 후배한테 다손님은 주는 사람,자기는 받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는 것 같아요.그런데 주위에도,그리고 제 인간관계에서도 그런 경우가 꽤 있어요.주는 사람에게는 계속 주게 되고 받는 사람에게는 계속 받게 되고.멀쩡한 사람이라면 계속 받기만 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고 되돌려주려는 노력을 하겠지만,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있더라는 거.그 사람들에게는 필요 이상의 호의는 베풀지 않게 되더라고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아는게 진짜 인지상정인건지 뭔지;;;;;;;;;
2014.05.19 09:50
2014.05.19 11:43
역할 고정 효과(심리)였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영화 시나리오처럼 역할을 정해놓으면 고정관념이 생겨 쉽게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가족간에도 계속 퍼주는 사람은 퍼주는 역할을 맡고 나머지 성원들은 당연하게 여기게 되더라 뭐 이런 설명을 들어서 시나리오가 튀어나온 것 같아요.-//-
2014.05.19 13:18
2014.05.19 09:42
2014.05.19 09:43
이런건 느낌이 거의 맞더라구요. 속에서는 내가 쪼잔한거냐 그런거가 의심이 드는데 거의 직관이 맞아요. 안타깝지만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주는거 안해야 할 듯.
2014.05.19 10:00
흠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또 누군가에게는 같은 이유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게 관계인것 같아요. 형편이랑 돈 쓰는거랑은 크게 관계 없는 듯 합니다. 후배분이 생일선물을 챙겨주는 타이밍에 어떤 고민과 사정이 겹쳤을지는 모르지 않나요. 저는 제가 서운한 마음이 들면 조금 물러나서 기다려보면 답이 나오더라구요. 제가 아마도 조금은 조급해서 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받는것은 아닌가 하고요.. 뭔가 겁쟁이가 되가는 것같기도 ㅠㅠ ㅎ
2014.05.19 10:04
2014.05.19 10:06
아마데우스/ 저도 받기 위해서 줬던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제가 좋아서 시간을 내고 호의를 보였지만 그것들이 점차 쌓여가다보니 조금은 저도 받고 싶은 기대가 생겼고.. 인간관계에서 기댓값을 0으로 하려 해도 쉽지가 않네요.
보리/ 답답합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닌데, 제가 사람들과 관계 형성을 잘못하나 싶기도 하고. 도대체 왜죠.. 전 조금만 피드백이 있으면 더 살을 붙여서 돌려주는데 왜 그 조금을 아껴서 관계가 끝나게 하는건지 ㅠㅠ
2014.05.19 10:19
품목이 스타벅스 텀블러였다면 오히려 괜찮았을라나요? 여튼 저는 충전카드도 괜찮은 거 같은데 (긁적)
2014.05.19 10:20
사람은 죽을때까지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게될것같아요.
2014.05.19 10:43
선후배 사이에 2만원짜리 생일선물이면 꽤 액수가 큰 편 아닌가요? 그동안 밥사주고, 뭐 해주고 이런 거 본인이 좋아서 한 거지 그쪽에서 요구한 게 아니잖아요. 전 선후배 문화 별로 안좋아하지만, 어쨋든 본인은 '선배로서' 무엇을 베풀었다고 생각하면 깔끔하게 잊어야죠. 이런걸 상대편에서 아예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동안 받는 것도 부담스러웠겠죠.
그리고 이런 일로 관계를 끝내니 마니, 왜 관계를 끝내게 만들었냐고 원망하신다면 정작 타인과의 관계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건 본인이라는 걸 인지하시길 바래요.
2014.05.19 10:48
저는 글쓴분 심정이 이해가 가요. 조건없이 사준거긴 하지만 이런 일을 접하는 순간 내가 그쪽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쪽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동등하지 않음을 물질을 매개로 해서 직시하게 되는거죠. 그냥 관계 정립이 그렇게 되어 굳어버린거라, 끊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2014.05.19 10:54
동의는 못하더라도 동감합니다. 그냥 잊어버리시고 앞으로는 후배에게 베푸시는 걸 좀 줄이세요...
2014.05.19 10:57
2014.05.19 11:00
2014.05.19 11:23
2014.05.19 11:33
딱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두 분의 관계나 성향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와 비슷한 기분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여러 가능성을 두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동등한 입장에서도 자꾸 베풀려는 친구, 동료에게 거절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요. 처음엔 그저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면 더욱더 이제 와서 어떻게 상대방의 기분을 덜 다치면서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도 있고요. 상대방에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또 다른 무엇으로나 희생이 따르는 걸 알겠는데, 제가 그걸 그만큼 원하냐면 그렇지도 않고, 그런데도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도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는 거죠. 몇 번은 기분 좋게 받아들였는데 그게 반복되면서 빚지는 기분이 들고, 그걸 똑같이 되갚을 능력도 의지도 낮은 경우도 있고요. 친하다는 관계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가 같을 수는 없잖아요. 사양해도 상대방은 그게 그저 으레 하는 걸로 아는지 그대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바라는 이상의 호의를 억지로 받는 경우에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넘어 도리어 이쪽에서 피해를 입는,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리고 호의를 가졌더라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빈도도 사람마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요. 떡 하나 주는 행위도 매 한 대 주는 행위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것도 상대방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결정적으로 바라는 대상으로부터가) 아니라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상하/권력관계에 있다면 아무리 겉으로는 격의 없어 보이더라도, 내심 함께 있어 주고 장단 맞춰 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보은이 됐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어요. 딱 부러지는 거절은 더더욱 힘들고요. 동등했던 관계도 주는 쪽과 받는 쪽으로 갈리는 분위기가 구체화되면 상하/권력관계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는 쪽에서도 균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1이 가면 1이 오고, 10을 주면 10이 되돌아오는 관계는 없다고 믿습니다. 최소한의 염치는 알아야겠지만, 이건 각자의 도리이고요. 준 쪽에서 이걸 따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워요. 각자의 형편(경제적인 것만이 아니에요.)은 우리가 다 알 수 없어요. 네, 어느 정도의 균형이 맞춰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만은 않잖습니까. 반대로 우리 모두 누군가로부터는 더 많이 받고 갚지 않거나 갚지 못하고, 때로는 얼마나 많은 걸 받았는지 눈치채지 못할 때도 많겠죠. 제 기억이라는 놈은 받은 것보다 준 걸 더 잘 기억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사실일 리는 없다고 다짐해요. 그리고 A에게 베푼 걸 A로부터 받으려고 하지 않고, B로부터 받은 걸 반드시 B에게 갚아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어차피 제 마음과 상관없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을 테니, 될 수 있으면 제게 더 많은 걸 베푼 분들의 마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도록 살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 마음에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이 일었다면, 그때는 다시 고쳐진 마음으로 대해야겠죠. 조심스러운 짐작으로는 글 쓴 분께서 선물의 정성도 자체라기보다는 글 쓴 분께서 후배분을 생각했던 마음과 크게 다른 후배의 마음을 확인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을 다치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글 쓴 분의 마음도 후배분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겠지요.
2014.05.19 11:57
2014.05.19 12:23
2014.05.19 12:23
2014.05.19 13:24
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도 많아요. 그냥 주니까 받는 거지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못/안 하는 사람들이요. 오히려 글쓴님이 본인 맘 안 상할 정도로 조금 주고 말았으면 이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었겠죠. 내가 한두 번 줬는데 되돌아 오는 게 없을 때 얼른 선을 정하고 그 정도 선에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서로 맘 상하지 않고 더 좋은 것 같아요.
2014.05.19 13:37
이 글에 동의.
다른 사람들이 자기한테 잘 해 주고 자기를 돌봐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많더군요. 타인을 자기돌보미 정도로 규정해 놓고 좀 자기기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어린애처럼 투정부리고 삐치고 그러는.
저는 마지노선을 그어요, 계속 봐야하는 관계라면 어떤 선과 시점까지는 잘해주다가 딱 그만두고 정말 아니다 싶은 것은 딱부러지게 거절해 버리죠. 잘해 주다 보면 상대도 긴장을 풀고 방심을 풀어 버려서 서로간에 실례를 범하게 되거든요. 특히 어리고 철없는 애들한테는 잘 해 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014.05.19 17:58
맞아요. 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 있어요. 아주 어린아이가 아니면 커가면서 부모님 또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주고받기의 필요성, 또는 정중한 거절의 중요성을 배울 텐데 그걸 제대로 못 배운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2014.05.19 14:40
음 그정도면 괜찮은 거 같은데 얼마나 마음이 있으시길래 충전카드 선물이 '이거먹고 떨어져' 처럼 느껴지신건가요(...)
2014.05.19 16:16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일일이 대댓글 못드려도 감사합니다. 글 속에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여하간 상황과 역할에 따라 받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걸 보니, 제가 스스로 이런 구도를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서 했던 행동들이었으니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온당하지 않겠지만, 제 성정이 끝없이 주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못 되나 봐요. 그리고 저는 감정이 좀 상했고 이대로 관계를 지속할 생각은 없으니 앞으로는 좀 멀어질 것 같습니다.
2014.05.19 17:08
2014.05.19 22:05
후밴지 뭔지 제가 보기엔 굉장히 철없고 경우없네요. 없어서 못돌려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미안해는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