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물학이나 화학, 전자공학등.. 이과 전공자가 아니며 해온 일도 그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은하철도999를 보고 자란 세대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물론 있구요.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지만 제 생각을 간단히 말씀드릴까 해요. 저 아래 그런 주제가 있던데.. 댓글로 달기에는 좀 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단 제 생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핵심 사고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평형"론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이 범주안에서 망가지지 않고 자기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정확한 기간은 기억이 안나는데.. 대략 7년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온몸의 세포는 그전과 전혀 다르다는 말도 있고 말 그대로 또렷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서 같이 흘러가는 일종의 고정된 유동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인간을 기계로 대체한다고 했을때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원본을 능가하는 카피로 대체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팔을 대체한다고 해보죠.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팔은 고도로 정밀한 장치(?)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 나와도 이 구조를 모방할뿐 능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것을 모방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거미라고 해보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인간의 팔에 기대하는 기능성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운센 천하장사 팔을 가질지언정.. 사과를 깎고 면도를 하고 글을 쓰거나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긁을수도 없겠죠.


2. 외부에서 들여온 장치를 인체가 호락호락 받아줄리가 없습니다. 이른바 면역이라는 것이 작동하죠. 면역을 억제하면서까지 기계 장치를 몸에 붙여 얻는 실익이 있을까요?? 완벽하게 면역 문제를 해결한 기계 장치가 발명된다면.. 노벨 의학상부터 먼저 받고 볼일이지만 생체 조직도 아니고 금속이나 기타의 재질로 만든 기계 장치를 면역 문제없이 붙여 넣기는 힘이 들겠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기계 장치를 심는다고 해도 그것 역시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증진시키는 것과는 영 차원이 다른 문제일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가 힘이 들겠죠. 차라리 그럴바에는 토니 스타크처럼 외부에 착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는 길일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싶구요.


4.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심장 판막이며 인공 심장이며 스텐트며 몸안에 삽입되는 인공장기들은 수술을 통해 사용되고 있고 거기에 따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부에게는 목숨을 살려주는 구실을 하고 있죠. 나노 로봇이 개발되면 더욱 극적인 변화가 생길거라고 생각합니다.


5. 다른 한편으로 공각 기동대가 제기한 문제처럼 인간의 기억을 복제하고 유지하고 심지어 넷상에서 공유하거나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살게 하는 것은 가능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시대가 된다면 인간으로써의 존재 증명은 다른 식으로 이루어 지겠죠.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다른 철학적이고 공학적인 질문을 통과한 인간 프로그램이 녹슬지도 않고 인간보다 효율적인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르지요. 사실 그런 시대라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자지도 먹지도 않고 생존이 가능한 넷을 떠나 굳이 기계 몸을 가질 이유가 있겠습니까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꽤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인간은 과연 무엇일까요? 라는 것입니다. 후쿠오카 신이치 박사의 말에 따르자면 생명을 영위하고 있는 아름다운 유기체, 그중에서도 말하고 생각하고 회의하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생명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우월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아무래도 동적평형론을 오래 파다 보면 이 땅위에 아름답지 않은 한 사람이 없고 죽어야 마땅한 한 생명체도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뻘글이 길어졌네요. 어쨌거나.. 인간을 기계로 대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도 많고 뭣보다도 경제적이지 않으며 그것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넷상으로 옮기는 게 더 빠를 거라는게 제 결론입니다. 다들 좋은 밤 행복한 꿈들 꾸시길 바래요. 저는 읽다만 11.22.63을 읽으러 이만. 이 책 때문에 이틀째 밤을 새우게 생겼네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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