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4 01:53
그동안 남들이 해본 건 따라하고 싶어 바를 좀 다녀봤어요. 뭐 나도 이제 어른이 됐으니 남들이 하는 것 만큼은 해 보자 하고 칵테일 위주로 마셔봤어요. 맛있더군요. 마가리타 같은 건 소금이 둘러져 있어 이걸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안먹었지만 칵테일이란건 대체로 맛있었어요. 그야 왠지 맛있을 거 같은 이름 위주로 시키긴 했지만요. 어쨌든 이런 저런 좋다고 소문난 바를 다녀본 결과 바텐더라는 만화에서 칵테일에 대해 말하던 건 미스터 초밥왕에서 초밥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바를 가야겠다 싶어 진짜 어른들이 가는 바를 가봤어요. 물론 세상이 저를 바꾸게 둬선 안 되니 추리닝을 입고 갔죠. 처음엔 뭐가뭔지 몰라서 칵테일 있냐고 물어봤다가 경멸 비슷한 시선을 받았어요. 그래서 샴페인만 시키다가 어느날 위스키란걸 처음으로 마셔봤어요. 발렌타인 마스터즈였는데 이게 12와 17을 섞은 거고 한국에만 나온다는건 최근 알게 됐죠. 그리고 흔히 말하는 양주라는 물건이 대체로 위스키를 가리키는 거란 것도 알게됐어요.
그리고 맥켈란 12나 뭐 그런것도 마셔봤는데 처음엔 숫자가 적을수록 오래된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12, 15, 18은 얼마나 됐는가를 나타내는 표시였고 왜 숫자가 클수록 비싸지는지도 이해를 했죠. 하긴 더 오래 묵힌 게 더 싸단건 말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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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며 타인의 시선따위는 초월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게됐어요. 위스키의 12, 15, 18사이에 가격만큼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지만...없다고 여겨지지만 한번 18을 시켰다면 어쩐지 다시는 12를 못시키게 되는거예요. 생각해보면 맥주가 아니라 양주를 까는것부터가 허세인데 12년 짜리를 시킨다고 '오빠 요즘 돈 없어?'란 말을 듣는 건 이상한 일이예요. 12년 위스키도 충분히 비싸거든요. 하지만 뭐 그게 그 세계의 섭리인가보죠.
어쨌든 이왕 경험해보는 김에 모든 위스키를 다 시음해보고 이왕 비싼걸 시킬거라면 그래도 확실하게 맛있는 비싼 걸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종류별로 한번 소감을 풀자면...
맥켈란 15는 어떤 바텐더가 다크초콜릿 맛이 난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 같아요. 다크초콜릿 맛 같은 건 안납니다. 그래도 12와의 차이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18은 더 쎄지기만 할뿐 좋아진다는 느낌은 없더군요. 글렌피딕은 15와 18을 먹어봤는데 이건 블라인드테스트를 해도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을거같아요. 글렌리벳은 피딕보다 더 무난하긴 한데 15와 18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인지하고 먹으면 다른 걸 알겠는데 아마 블라인드로 주면 모를듯. 무난함의 대명사인 발렌타인은 마스터즈와 17을 먹어봤는데 분명히 다르긴 하지만 그게 더 맛있다는 뜻은 아닌 거 같네요. 발렌타인30은 가격이 미쳤기 때문에 아직 못먹어봤어요. 로얄샬루트21은 그냥 허세로 먹는 술 같아서 더이상 시킬필요 없을 듯 하고 발베니는 12만 먹어봤는데 가성비를 따져보면 마스터즈를 시킬바엔 이걸시킬듯.
보드카는 그레이구스만 먹어봤는데 이건 술먹은 다음날 머리 대신 배가 아프고 싶으면 먹는 술 같더군요. 영원히 안먹을듯. 다음에 가면 코냑이란 걸 주문해 보려고 합니다.
슬슬 뭐가 어떤 술이다란걸 알게 되니 새로운 바에 갈 때마다 메뉴판 구경하는 게 재밌게 됐어요. 대체로 다른 지역의 바들보다 비싼 바에서도 꼭 이상하게 다른 데보다 싼 위스키가 하나씩은 있더군요.
그런데 위스키 좀 마셔봤다 하는 분은 12,15,18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좋은 방향의 차이라고 확신하시나요? 그렇다고 인정할 만한 건 지금까지 글렌피딕18뿐이네요.
2014.06.24 02:16
2014.06.24 03:02
차이는 분명 있을거예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바에서 먹는 술은 너무 가격 거품이 많지요. 좋은 위스키는 사서 집에서 먹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발베니 15년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최고인 것 같아요. 다크초콜렛맛은 물론 한 모금 마신 뒤에 입안에 무지개맛이 펼쳐지지요. 왠만한 술 17년 18년 심지어 로얄 살루트보다 이게 난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입맛에 차이는 있겠지요. 대체로 순한 맛(만)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 고평가된 술들이 저는 별로에요.
2014.06.24 04:44
차이는 있고 방향도 좋은 쪽이겠지만 그게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게 더 좋은 것 같네요.
2014.06.24 06:48
저같은 경우는 가격 상한이 너무 올라가서 그만 마신 케이스인데, 위스키 맛있지요. 코냑도 괜찮습니다. 바텐더들 간의 편차가 심하니 계속 드실 의향이 있다면 글쓰신 분 본인의 취향을 한 번 잘 생각해보시고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대략적으로 이해하시고 드시길 권합니다. 차이는 있지만 맛과 취향이 가격과 인기에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2014.06.24 09:05
위스키 맛을 보러 가시는 거면 바 보다는 주류 백화점 같은 곳을 추천합니다. 바텐이 오빠 어쩌구 말 붙이는 바는 거의 바가지죠..
2014.06.24 09:14
2014.06.24 11:10
참조해보세요. http://cafe.naver.com/whiskycognac/13890
2014.06.24 13:32
위스키의 맛과 향을 좀 더 쉽게 느끼기 위해서는 물을 조금 섞어 보세요. 우리 나라에선 위스키라면 닥치고 스트레이트 혹은 온더락 정도만 인정하는데, 스트레이트는 높은 도수의 알콜에 가려서, 온더락은 온도가 너무 낮아서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끼기 힘듭니다. 그래서 물을 20% 정도 섞는 것이 맛/향을 훨씬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죠. 해외의 위스키 전문가들도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2014.06.24 13:43
2014.06.24 14:19
싱글 몰트 위스키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천편일률적인 블렌디드 위스키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저 역시 먹어본 최고의 위스키는 발렌타인 30년입니다. 목으로 금구슬이 굴러떨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향과 맛, 마신 후의 피니시까지 생각하면 글렌 모란지가 좋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라프로익이나 아드벡은.. 어릴적 뒷간 생각이 자꾸만 나는 독특한 놈들. 술 자체가 좋다면 집에서 마시는 것이 최고지만.. 바는 역시 마시는 술을 공감해줄 혹은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줄 사람을 찾아 가는 것 같아요.
2014.06.24 20:32
술을 즐기는 또하나의 방법은 술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겁니다.
각 위스키들의 역사와 칵테일들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며 마시면 좀 더 재미나게 술 자체를 즐기실수 있을거에요(만화도 좋습니다)
글렌피딕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95873&cid=2054&categoryId=41123
윌리엄 그랜츠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414308&cid=41314&categoryId=41454
위 두개를 읽어보면 글랜피딕과 윌리엄 그랜츠가 비슷하게 생겼는지 알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위스키 중에선 고급위스키보다 캐네디언 클럽을 좋아해요. 순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풍미가 제 취향에 맞더군요
발렌타인 30을 마셔봤어요. 이거 마셔본 뒤로 위스키를 줄세울 수 있게 되더군요.
좋은 술은 그 술의 종류가 무엇이건간에 공통적으로 좋은게 하나 있는거 같습니다. 일단 도수에 상관 없이 잘 넘어갑니다. 그리고 마시고 난 뒤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뒷끝도 적은 편이구요.
그 외에 향이나 혀를 자극하는 특유의 맛같은건 결국 개인 취향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조심스럽죠. 그냥 이건 가격이나 등급을 떠나 자기한테 잘 맞는걸 찾으면 되는듯....
눈치 채셨겠지만....술만 이런게 아니라 뭐든 최고를 맛보게 되면 줄세우기가 가능해집니다.
줄은 안세우더라도 눈이 높아지게 되죠. 제 경우는 중국 보이차가 그랬고 와인도 그렇습니다.
술이 아닌 경우는 음향기기의 경우 하이엔드 제품들은 돈이 없어도 맛을 볼 수 있죠. 청음 테스트가 가능한 샵에 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