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얼마전 트위터에서 본 옛날식 평양냉면을 고수하는 전국의 오래된 냉면집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오류동의 평양냉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과 메뉴 구성이 나름 신뢰를 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육수라고 컵에 따라 줍니다. 정말 '육수'입니다. 이상하죠.. 원래 평양 냉면집은 '면수'를 주는데 육수라니..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살짝 스칩니다.


반찬으로 나온 것이 겉절이와 무초절임 무침입니다. 겉절이는 고추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는데 매운 맛이 하나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런데 매우 짭니다.

무 초절임은.. 보쌈에 같이 주는 무쌈용 절인 무를 고추가루에 비벼 놓은 느낌입니다. 


뭐, 그럴 수 있죠.



IMG_20140816_143543.jpg

드디어 냉면이 나왔습니다. (원래는 평양냉면집에서는 으례히 그렇듯이 전을 시켜보려 했으나 냉면(7,000원)보다 비싼 전 가격(8,000원)에 주춤했고, 돼지고기 편육도 중, 대자라는 타이틀에 놀라 시키질 못했습니다.)


일단 면의 색은 메밀면 맞는 것 같습니다. 고명으로는 오이 초절임과 절인 무가 얹혀져 있고 삶은 달걀 반쪽.. 뭐 평범하고도 옛날식입니다. 괜찮습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셔봅니다. 음.. 동치미 냄새 약간, 돼지 육수 냄새와 희미하게 쇠고기 육수 향이 있긴 있는 듯 한데.. 돼지고기 향이 강합니다.


음? 그런데 처음에 준 육수랑 맛이 다릅니다. 동치미 떄문일까요..? 어 그런데 쇠고기 육수 향이 거의 없습니다. 돼지고기 국물 맛이 너무 진하게 납니다.


조금 먹다가 식초를 약간 뿌려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국물맛이 완전히 변해 버렸습니다. 정말 이상하죠. 동치미 국물이 충분히 섞였다면 식초 좀 넣었다고 이럴 리가..


잠시 생각해 본 바로는 이렇습니다.


1. 돼지고기 편육이 부메뉴가 아니라 주메뉴 같다.

  이 점이 아마 육수의 비밀이 아닐까 합니다. 즉, 돼지고기 편육은 원래 냉면 육수의 부산물로 나와야 하는데 이 집은 거꾸로 편육의 부산물로 많이 나오는 돼지고기 육수를 냉면 육수 만들 때 쓰다 보니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평양 냉면이라기 보다 남쪽 지방의 고기 국수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2. 식사 전 주는 육수의 정체..?

  식사 전에 준 육수는 분명히 쇠고기 국물 향이 진하게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면수 대신 퍼 줄만큼 냉면집 육수는 풍족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도 이 육수의 정체는.. 음용을 위해 따로 준비한 육수가 아닌가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리 품질이 좋은 건 아니겠죠.


결론적으로 오늘의 평양냉면도 실패였습니다. 아주 맛 없는 것은 아니나 굳이 먼곳까지 찾아가서 먹을만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23
616 스크랩을 공유해 봅시다. [2] GO 2011.10.12 884
615 70%건, 49%건... 자본주의의돼지 2012.01.31 909
614 유튜브 콜렉션 [2] calmaria 2012.04.01 910
613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아니라 거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군요. [4] 외팔이 2011.07.14 913
612 에일리언 커버넌트 촌평 - 노스포 soboo 2017.05.16 937
611 답 없으신 Lunagazer 님 보셔요 (하청노동자 죽음, 교과서 인종차별자 발언) [30] Tomof 2022.02.20 939
610 사람의 마음이란... [1] hermit 2013.02.24 955
609 괴로움은 최소일정량 유지 [5] catgotmy 2012.03.21 956
608 인형사진 정리(스크롤 주의!o_o!) [8] 샌드맨 2014.06.13 961
607 할일 없는 연휴니 바낭이라도... [1] Trugbild 2013.09.19 976
606 아니, 오늘은 일찍 자야하는데 PD수첩에서 홍대 청소 용역 관련을 다룹니다. [2] chobo 2011.10.25 982
605 아노말리사 날다람쥐 2012.08.23 992
604 눈싸움의 여왕 [1] chobo 2014.05.22 998
603 [벼룩] 모처럼 책 정리 중. 책 일부 팔아요. applevirus 2011.12.14 1018
602 [쿠폰벼룩] 남부터미널역 근처 복요리집 쿠폰 가라 2011.03.16 1022
601 [바낭] 오늘 감자별 잡담 [4] 로이배티 2014.04.15 1049
600 티아라 높이뛰기 [1] 가끔영화 2012.01.16 1054
599 (디아블로3는 생활) 이런 꽁수로 아이템을 복사(?) 하는 인간이 있는가 봅니다! chobo 2012.10.15 1059
598 쿵푸팬더 2D라도 괜찮을까요... [8] Rcmdr 2011.07.07 1085
597 LOHO 소원을 비는 우물에서 [2] tjugosju 2012.11.16 11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