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어보게 된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서평입니다. 먼저 기회를 주신 심플라이프와 듀게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나이가 든 이후의 삶,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는 문턱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복지 정책이 잘 수립되어 있는 나라라면 몰라도 왠만한 선진국에서도 수입이 끊기면 홈리스로 직행하는 경기 침체의 시대에는 비단 중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도 같이 고민을 해야할 문제일수도있겠네요. 그런면에서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책을 읽고나면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나이가 들어 자식들도 독립하고 홀몸이 된 독신의 여성 세명이 뜻을 모아 공동주택을 구입하고 그 집에서 주택 공유(Cohousing)를 하며 10년간 살아온 삶의 기록입니다. 함께 살아온 생활에 대한 회고뿐만 아니라 개인이 타인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어서 에세이라가기 보다는 실용서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정보없이 처음 책을 접하기전에는 국내의 40대 싱글이 쓴 생활 실용서 내지는 에세이가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고 보니 외국의 독립적이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며 공동생활을 하기에 좋은 장점들을 많이 가진 여인들이 같이 써낸 실용서에 가까웠습니다. 이제 국내에도 슬슬 유행하기 시작하고 있는 하우스 셰어나 룸 셰어와도 일맥 상통하는 개념의 코하우징에 대해 이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고 미래의 생활 양식에 이쪽이 실버타운보다 더 적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하지만 역시나 외국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서와는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실천하기에는 난관도 많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지간이라도 짧은 여행에서 갈라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나 개성이 강한 독립적 자아들이 서로 협의하고 타협하고 양보하며 살아가는게 쉬울리 없습니다. 부부 지간에도 서로의 경제적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주택을 함께 소유하며 서로의 부재시나 사망시의 법적 문제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마음 편할리도 없고 뭣보다도 섀도우론처럼 크고 아름다운 저택을 자발적으로 가꿔가며 살고싶은 비슷한 취향의 소유자를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친구라던가 지역 공동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라면 노후를 내 가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맘편하게 보낸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질리도 없겠지요.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는 경제적 자립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요즘의 현실에서 여유있게 노년의 그림을 그려갈 여유있는 독신이 그리 많을리도 만무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실질적으로 가능한가 아닌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노년의 문제, 노후의 은퇴뿐만이 아니라 은퇴를 준비하는 중간 단계의 삶에 대해서도 곰곰히 되짚어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키면서 과연 은퇴후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소득을 더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는 없는지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공동 생활을 하면서라도 주거 비용이나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라던가 정서적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움이 될만한 공동체 혹은 믿을만한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 같은 것들이 되겠지요.

 

땅이 넓지 않고 주거 형식이 아파트에 국한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춰볼때 이 책이 주는 가이드 라인이라던가 체크 리스트는 현실에서 좀 멀어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인 가족이 드물지 않고 앞으로 핵가족화가 더욱 가속될 미래를 생각하면 어느 시점에선가는 분명히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물론 같이 살기로 마음 먹은 공동체 구성원이 이 책의 저자들처럼 충분히 독립적이고 강하고 자기 취향이 뚜렷하면서도 협조적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전제 조건이 붙겠지만 말입니다.(사실 이부분이 가장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책을 이제 결혼을 준비하는 미혼의 남녀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감정적인 혹은 육체적인 끌림으로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서로의 재산이나 배경을 보고 정략적으로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젊고 아름답고 능력있어 뵈는 현재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이들어 약해지고 경제적 활동도 할 수 없으며 가면 갈수록 자기 주장과 고집이 강해지는 노년의 상대방과도 하는 약속입니다. 그러므로 주택 공유를 하는 상대방을 고르는 것 만큼 아니 더 신중하게 배우자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좋은 배우자는 어떤 사람일까를 판단할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동거인 고르기에 대한 관점은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의 미래를 공유하고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미래의 재정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도 다른 가정에 비해 더 밝은 미래를 보증한다 하겠습니다. 꼭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부터도 주변에 결혼하는 후배가 있다면 사뒀다가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돌아가는 현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노년을 맞고 은퇴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뭔가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을 가진 저같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뚜렷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볼만한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네요. 일단은 아내에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 드리며 졸필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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