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4 20:12
나는 가리는 것 없이 모두 잘 먹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분들 있죠.
그런데 그런 분들 중에 역설적으로 보수적인 식성을 갖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최소한 제 경험 안에서는 말이죠.
해외 출장이나 여행 갈 때 꼭 고추장이나 김치를 갖고 가야하고, 현지에서도 한국 음식점만 찾아다니고요.
이래서야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는 말이 무색하죠. 그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고 말하는게 정확할 것 같아요.
아무거나 가리지않고 잘먹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 치고 중국이나 동남아 로컬 식당에서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없진 않아요. 세계 어느 곳을 가나 현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사람들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굉장히 드물어요.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다는 말은 쉽게 쓸 수 있는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세상엔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맛이 도처에 있으니까 말이죠.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만 해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이 나는 음식이 있었거든요.
2014.09.04 20:36
2014.09.04 20:37
정말 잘 드시는거네요. 부럽습니다. 근데 진짜로 이렇게 모두 잘 드시는 분은 자랑스럽게 내색 안하더라고요.
2014.09.04 20:53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새로운 맛 천진데 먹을 수 있는 끼니는 정해져 있고.... 조금이라도 더 먹어보기 위해 기를 쓰고 싸돌아다니며 배를 꺼뜨려야...ㅠㅠ
2014.09.04 20:54
2014.09.04 21:08
대만에 가 보기 전에 다들 취두부가 그렇게 구리다며 절레절레 하는 글을 하도 많이 봐서 가자마자 사먹어봤는데 '읭? 내가 너무 관광지화된 곳에서 사먹어서 그런가? 왜이렇게 임팩트가 없지?' 하며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취두부만 줄창 사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론은 '취두부는 맛있는 것'
2014.09.05 08:41
저는 고수 맛있는 걸 모르다가 싱싱한 고수를 먹어보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얼마 전 간 중국음식점에선 정말 나물처럼 고수하고 오이에 소금간 해서 식초로 살짝 무친 메뉴가 있었는데 되게 맛있더라고요.
2014.09.04 20:49
2014.09.04 20:53
맞아요.
2014.09.04 22:08
해외여행이나 해외생활이 잦은 사람이 그런 말을 쓰면서도 이거저거 가리면 정확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에게가리는 것 없이 잘먹는다의 대상은 당연히 한국음식이나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겠지요.
p.s : 근데 한국음식을 대상으로 '가리는 것 없이 잘먹는다'라고 스스로 얘기하면서도 까다로운 사람이 많은건 함정.
2014.09.04 22:54
2014.09.04 22:59
2014.09.04 23:01
평소 외국에 자주 나간다던가 해외 거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국땅에서 한국음식을 먹으며 365일 대부분을 지낼텐데, 꼭 해외의 다양한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어야 '아무 음식 가리지 않고 잘먹는' 타이틀을 자처할 수 있단 말인가요? 거 참 까다롭네요. 마치 어떤 사람이 '독서'가 취미라니까, 라노베나 BL소설을 들이밀면서 이런 것도 못 읽으면서 독서가 취미? 하는 격이네요.
2014.09.04 23:15
같은 건물 살던 이탈리아 남자애가 제가 신라면 끓이던 중에 걔가 호기심을 보이기에 맛보기로 몇 가닥 주니까 애가 먹고 비명을 지르다시피하면서 오렌지주스 들이키더군요. 반대로 나폴리 출신 여자는 잘만 먹었어요. 같은 이탈리아 출신이라도 매운 맛에 개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감의 스펙트럼이 다른 것을 경험했습니다. 중국갔을 때 같이 갔던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현지 음식에 빨리 적응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주는 대로 잘 먹는 사람인 줄 알았다가 외국 나갔더니 그냥 나는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인임을 깨달았어요, 빵이나 샌드위치같은 밀가루 음식을 한국에서도 싫어했는데 거기서는 그게 주식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라 억지로라도 일본음식가게 찾아서 테이크아웃해 먹고 그랬는데요. 다행히 저는 김치를 안 먹어서-라면 먹을 때도 김치 안 먹습니다-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까지 3일 연속 점심에 햄버거와 아이스커피 먹었군요.
2014.09.04 23:40
2014.09.04 23:15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 잘 먹는 편입니다.우리나라에도 워낙 외국 음식점이 많으니 범위를 한식으로 제한하는 건 말씀하신대로 어폐가 있겠네요.전 외국 나가서도 딱히 고생한 적이 없는데,딱 한번 내몽고 갔을 때 그곳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못 먹었어요.기본적으로 호불호는 있어도 '못' 먹지는 않았는데 나도 다 잘 먹는 건 아니구나,했답니다.
2014.09.04 23:21
제가 그 음식 잘 안 가리는 사람입니다.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편리하긴 해요. 특히 편리한 게 외국생활이고요. 고추장이나 김치 가지고 가는 건 정의상 (by definition) 음식 안 가리는 사람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죠...
2014.09.05 00:24
2014.09.05 00:26
외국 여행길에 만나 얘기한 거라면 모를까 한국에서 식사할때 보통 딱히 가리는 거 없어요 라고 말하지 않나요. 세상의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야 어떤 종류든 가리지 않고 다 먹어요 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겠죠. 고기도 못먹고 뭐도 못먹고 하면서 함께 밥먹으러 가기 어렵게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에 비해 불편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죠.
2014.09.05 01:26
가리는 것 없다는 말이 '못먹지는 않는다'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닌다'인가의 스펙트럼도 있지요. 근데 뭐 저런 말하는데에 자격요건 같은게 필요한가 싶네요. 뭐 대단한것도 아니고 남한테 피해주는것도 아니거늘...
2014.09.05 07:21
2014.09.05 07:31
2014.09.05 08:35
2014.09.05 09:09
전 가리는 거 없이 한식, 외국음식 다 잘 먹고 맛에 둔감해서 왠만하면 맛있게 잘 먹지만 해조류는 못 먹습니다.... 비릿해서... 그런데 회나 홍어는 먹어요. (....) 그냥 해조류가 싫은 듯
2014.09.05 10:03
고추장 김치 싸들고 다니는 사람이 가리는것없이 잘먹는다고 말하는건 별로 본적이 없는데 그러한 경향이 있나요. 저는 말그대로 가리는거 없는 사람이고 김치없이도 너무나 멀쩡한 부류인데 새로운 음식 먹어보는거 좋아하고 또 하나에 꽂히면 몇주동안 계속먹기도 하고 아무튼 잡식이라 어딜가나 먹는걸로 고생은 안해서 편리합니다.
전 일단 제가 살아본 땅에서 나는 건 거의 대부분 먹습니다. 지금은 동남아 살아서 당연히 고수풀 이런 거도 잘 먹고 삭힌 돼지고기라든지 생오리피요리라든지 곤달걀이라든지 이런 하드보일드한 것들도 잘 먹습니다. 이 입맛은 아버지한테서 대물림받은 건데 아버지는 텃밭에 고수를 키워 나물로 잡수십니다. 저희 집에 다녀가시는 동안에도 물론 집에서 한두 번 밥해먹은 거 이외에 한식당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어떤 현지음식이 생각난다며 또 오겠다 하십니다. 제 주위에 잘 먹는다는 분들은 진짜로 안 가립니다. 좀 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