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과 춤

2010.11.15 17:28

와구미 조회 수:1969

듀게에 올라온 클럽에 관한 글을 보면 클럽엔 대부분 춤을 추러 가시는 것 같더군요. 그것도 살이 빠질 정도라면 다들 꽤나 열심히 흔드시나봐요. 저는 클럽가도 첫째가 음악입니다. 춤은 부수적이죠. 원래부터 일렉트로닉을 감상용으로 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이 안좋거나 내 취향이 아니면 별로 춤추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테크/일렉트로/하드 하우스 같이 너무 플로어를 강조하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약간의 멜로디와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가 있는 음악이면 더할 나위가 없죠. 여기서 말하는 멜로디는 정통적인 노래처럼 기승전결을 갖춘게 아니라 반복적 비트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만 꾸며주는 정도의 멜로디를 말합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안듣는 사람이 듣기엔 "이것도 멜로디냐"라고 반문할 정도겠죠.


장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춤이라고 해봤자 저는 리듬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고 어깨를 들썩거리는 정도가 다죠. 음악이 막 달려주거나 술이 꽤 들어간 상태라면 약간의 점핑이 가미되기도 하죠. 한 때 클럽에 셔플이니, 테크토닉이니 유행하기도 했는데 저는 관심 없었습니다. 원래 일렉트로니카에는 정형화 된 춤이 없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 흔들어도 되는 개인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음악이 일렉트로니카거든요. 정형화된 춤은 아무래도 획일적으로 보이며 음악보다는 춤과 겉멋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죠.


구준엽의 영향 때문인지 테크토닉이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는데 Amok의 '666'과 더불어 알려진 소위 '테크노 춤(도리도리 춤)' 처럼 이상한 방식으로 소비가 됐습니다. 테크토닉이 음악 장르처럼 알려지는가 하면, 클럽에서는 이런 춤을 춰야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것 처럼 알려지게 됐죠. 도리도리 춤처럼 정작 클럽에서는 그런 춤을 추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말이죠. 사실 그보다 우리나라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언제나 알맹이인 음악보다 부수적인 댄스가 더 부각되고 소개되는게 안타까운 일이죠.


어차피 정형화된 댄스는 순식간에 지나갈 유행인데다가(이미 테크토닉은 한물 간 춤이 돼버렸죠) 아직까지 기반이 취약한 국내 일렉트로니카 음악씬에 별로 도움이 되는게 아니거든요. 음악이 먼저 기반을 다진 상황에서 춤이니 뭐니 하는 문화가 생겨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의 상황만 벌어지고 있죠.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은 커녕 음악 프로듀싱이 가능한 국내 DJ들은 전무한 상황이고, 그나마 가요는 일부 일렉트로니카적 요소만 차용해서 슬쩍 버무리는게 전부죠. 아무런 통계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나라 클러버들의 MP3플레이어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90% 이상은 가요나 그 외 장르의 음악이 담겨있을거라 추측합니다. 이게 잘못됐다기 보다 이쪽 씬이라고 해도 그만큼 음악의 소비는 잘 안되고 있다는거죠.


결론은 우리나라 일렉트로닉 씬에 이제는 춤보다 음악이 더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음악의 소비도 많이 이뤄졌으면 하는 겁니다. 덧붙여 일렉트로닉 씬은 저스티스, 다프트 펑크, 케미컬 브라더스 등의 거물급 뮤지션들보다 이름모를 수많은 디제이들과 프로듀서들에 의해 생산과 소비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쪽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으면 합니다. 초창기에는 저런 거물급들이 기여하는 게 더 컸을지 몰라도 이제는 상황이 다르죠. 그러나 글로벌 게더링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이제 완전 거물화 된 아민 반 부렌조차 우리나라 일반인들한테는 듣보잡 취급 받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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