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

2010.11.17 10:07

가라 조회 수:3265

 

군대를 가기위해 휴학을 하고 남는 시간에 기사2급 자격증이나 따자 싶어서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걸어서 30분 거리였고, 자전거로는 10분정도 걸렸을거에요.

그런데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 타고 다니니기 힘든겁니다.. orz..

 

그.래.서. 150만원을 주고 스쿠터를 샀어요.

......

이거 좋잖아!

차막혀도 사이사이로 다닐 수 있고, 연비도 20km/L 는 나와서 5000원정도만 넣으면 일주일 내내 탔어요.  (IMF 전이라 기름값이 지금의 절반도 안되던 시절)

주차걱정도 없다 보니.. 한달 버스비+지하철비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여친네 동네가 버스+지하철로 3~40분 거리였는데, 스쿠터로 가면 15분도 안걸렸으니까요.

 

그러다가 당시 PC 통신 하이텔의 '바쿠둘' 이라는 오토바이&자전거 동호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륜차와 4륜차는 운전기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동차 면허에 원동기 면허를 포함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대세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서는 저는 스쿠터 입문 3개월만에 2종 소형에 응시합니다.

 

그리고 한.번.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땐 하루에 30명정도 시험을 봤는데, 시험용 바이크는 1대라서 줄서서 차례차례로 시험을 봤습니다.

제가 3번째였는데 앞에 2명 다 떨어지고 제가 그날의 첫 합격자였습니다.

무감점으로 시험을 마치니 줄서있던 아저씨가 '학생, 오토바이 얼마나 탔어?' 라고 물으시더군요.

'3개월요..'

'아 씨.. 난 9년됐는데 7번째야..' .... 응?

그날의 합격자는 30여명중 4명이었습니다.

(2005년경부터 학원에서 2종소형 면허를 딸 수 있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학원면허'라고 해서 슬쩍 깔보는 분위기도 있었죠.. ㅎㅎㅎ  그만큼 어려웠습니다. )

 

 

멋모르고 자전거 대용으로 스쿠터를 사고, 2종소형 면허를 딴게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던것 같아요.

그전에는 저는 전형적인 인도어 형이었거든요.

방학때 며칠씩 집밖으로 안나가본적도 있고, 취미는 독서나 영화/비디오 보기. '

겨울엔 추워서 안나가고, 여름엔 더워서 안나가고, 비오면 젖는다고 안나가고..

 

취직을 하고나서 돈을 벌게 되고, 250cc -> 400cc->650cc 스쿠터를 거쳐서 드디어 1450cc 할리로 스쿠터를 졸업하고, 지금은 1200cc 급 엔듀로를 탑니다만..

아마 제 인생에 바이크 타기 전 20여년간 돌아다닌 거리와 장소보다 취직후 대배기량 바이크에 입문하고나서부터 돌아다닌 거리가 두배는 될듯 합니다.

 

성격도 바뀌어서, 지금은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요. 꼭 바이크를 타지 않더라도요.

약속이 없으면 만들고, 안만들어지면 혼자라도 나갑니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해졌지요. 기존에는 만나봐야 저랑 비슷한 취미의 동호회 사람들. 같은 학교/동네 친구들이었는데

바이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습니다. 세상 보는 시야도 좀 달라지더군요.

(제 주변에 바이크 타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뭐 '내가 아는 사람이 (또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오토바이 타다 죽었다 or 불구가 되었다' 라는 사람들은 간혹 있지만요.)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전환점은 역시 입대전에 스쿠터를 산것 이었던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가끔 그러십니다. '그때 스쿠터 산다고 할때 말렸어야 하는건데..'

 

 

다들 인생이 큰 영향을 준 취미라던가 사건이라던가 작품이라던가 그런게 있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02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754
46 맥심 7월호에 실릴 화보. [4] 자본주의의돼지 2012.06.01 8139
45 편두통, 빈혈에 대한 흔한 오해 [12] 남자간호사 2011.01.09 4835
44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 방문해봤습니다 [10] 호롤롤롤 2013.02.21 4745
43 설국열차 인터내셔널판은 20분 가량 잘릴 거란 얘기가 있네요. [10] 빠삐용 2013.08.06 4099
42 아래 듀게 솔로 현황 설문결과를 보다가 재밌는 사실 발견 [4] 푸른새벽 2010.07.30 3964
41 대장균 득실대는 케익, 재료 알고보니... [5] 라곱순 2011.12.26 3845
40 양승호O감독 때문에 남편이 무척 화내고 있어요. [15] 스위트블랙 2011.06.23 3791
39 (프로야구 이야기) 이쯤 되어야 멘탈붕괴 그리고 갖고 싶은 최훈 카툰 캐릭터! [6] chobo 2012.07.12 3576
» [바낭]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 [15] 가라 2010.11.17 3265
37 듀나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들. [16] S.S.S. 2010.12.19 3139
36 나의 말괄량이 쌍둥이가...다렐르가... [5] 쥬디 2011.09.08 3131
35 [바낭] 페리에 맛의 기억 [12] 쿨핀스 2012.05.27 3066
34 [이것이 바낭이다] 박찬욱의 신비한 tv서프라이즈- 더 무비 망상 [7] 룽게 2010.07.29 2895
33 형돈이와 대준이 YTN인터뷰 [4] 사과식초 2012.06.10 2860
32 스따-ㄹ-벅스 텀블러를 사고나서 잡상 [5] 루아™ 2012.02.20 2724
31 [듀나in] 미놀타 x-300 광각렌즈는 어디서 사야 할까요?? [4] 낭랑 2010.09.21 2722
30 난민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20] 칼리토 2018.07.06 2515
29 [퍼옴] 용산 개발사업 좌초위기 [2] Apfel 2010.08.06 2438
28 (바낭) BBC 셜록2 + 바스커빌의 개에서 헨리->러셀 토비 + 못된 습관 등등 [6] 포아르 2012.03.19 2367
27 [바낭] 아무 때나 그냥 막 적는 아이돌 잡담 [8] 로이배티 2013.04.17 23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