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1 10:17
이번 주까지 38회가 끝났습니다.
웬만한 미니시리즈는 16부작인데 거기에 비하면 유나의 거리는 아직 12부가 남았으니 종영이라기엔 이른 감이 있다 할지 모르겠으나
40부가 가까워 오면서 조바심이 막 납니다.
이 아까운 드라마 끝나면 뭐보고 사나...
어제는 유나의 거리 보면서 드라마 끝나고 나면 대본집을 꼭 사야겠다! 결심했어요. 어제만 해도 명대사 무더기 방출.
어제 회차에 와 닿았던 대사는 유나가 태식에게 오빠는 7년 전과 변한 점이 없다. 변해야 한다고 지적 비슷한 걸 하자
태식이 "니가 변한 것도 싫은데 나까지 변해야 되나" 뭐 이런 대사였어요.
미선의 먹먹한 눈물도 그렇게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아보겠지 싶었어요.
짱구엄마의 간병인의 고충 장면도 생생했습니다.
다 이해되는 사람들. 왜냐하면 이런 분들이 주변에 흔히 있기 때문이죠.
만보가 양주 꺼내라는 말에 홍여사가 "그건 당신 생일때 쓸려고 한건데" 이런 장면과 감각을 어느 드라마에서 찾겠어요?
월요일날 뉴스룸에 강준만 교수가 초대되어 이야기를 하는데, 자긴 유나의 거리 본다고 이거 끝나고 좀있다 하는데 꼭 봐야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렇습니다. 꼭 봐야합니다. 선악이고 뭐고 그런건 차치하고라도 너무 재밌어서 꼭 봐야합니다.
2014.10.01 10:21
2014.10.01 10:31
김운경 작가는 인생경험이 정말 풍부하거나,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거나 둘 중 하나 일 것 같아요.
천재라는 건 분명한 것 같고요. ㅋㅋㅋ
2014.10.01 10:36
imf때 imf배경 드라마가 실패하는 걸 보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자기가 어려울때는 어려운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파랑새는 있다같은 작품으로 공중파에서 다시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2014.10.01 10:37
2014.10.01 10:44
펑펑 울지 않아서 더 내공있게 느껴졌어요.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 보니 이분 몸매가 더 후덜덜;;;해진것 같더라구요.
유나도 더 날씬해진 것 같았어요. 긴호흡의 드라마라 촬영하는 게 힘들어서 살이 절로 빠지나 싶어라구요.
2014.10.01 10:45
이 드라마를 일부러 피하고 싶거나 피하는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봐요. 공포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요. 내가 저 안에 인물이 아닌가? 혹 내가 저 인물들 사이로 굴러 떨어져 있거나 혹은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공포말이죠. 20년전 국민소득 1만달러도 안되던 시절의 서울의 달이나 또 그 이전 20년전 1000달러도 안되던 흑백시절에도 이와 유사한 세트와 판자집들이 얽히섥히 살던 시절의 드라마가 있었죠.
국민소득 4만불하겠다고 뻥까는시절, 10대그룹 숨겨둔 돈이 1200조라느니 재건축 아파트 평당 5천만원이니 하는 시대에 흘러간 조폭들과 어울려 사는 서민의 삶이 바로 내 주변에 있고 내가 저기에 있거나 저보다 못한 건 아닐까 생각한다면 이건 결코 웃고 볼 수 없는 거죠. 강준만 교수 정도 되는 분이야 타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고 웃으며 대사하나하나를 음미해 볼 수 있지만 이걸 봤으면 하는 사람들은 이 보다 더 큰 공포는 없을 것이고 웃을 수 없는 것이라고 보여져요.
2014.10.01 10:54
소시민의 삶이라니 굳이 드라마로까지 찾아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도 뭐가 재밌다는 건지 모를 수도 있고요.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 취향의 문제겠지요.
유나의 거리를 보면서 나오는 캐릭터와 주변 사람들과 닮은 점,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곤 하는데!
어제는 계팔이 삼촌에게서 저와 닮은 점을 발견했어요. 완전 웃기면서도 살짝 공포였지요.
2014.10.01 10:57
늘 좋은 와중에도 사실 요즘은 좀 밀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어제는 그래, 이러니까 유나의 거리지 싶더라고요. 말씀하신 장면들 다 좋았고 (미선이 엄마 이야기하는 장면의 그 절묘한 톤! 한국 드라마에서 슬픈 엄마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이런 톤을 유지하다니...) 한 장면 더 덧붙이자면 다영이가 안방에 들어가서 아빠한테 엄마 만나러 갈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예전에 창만이 때문에 부녀 간에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두 사람이 함께 '명장면'을 빚어낼 캐릭터 조합이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명장면을 만들더군요. 50부작짜리 한국 드라마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어른들은 몰라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 어른 앞에서', 혹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이상에 기반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순종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서먹서먹한 부모 자식 간의 대화'를 보여준다는 게, 그리고 거기서 억지 없이 일종의 변화와 화해까지 이끌어 낸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2014.10.01 11:14
부녀대화 장면 만보가 무심한 것 같은데 세심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명장면!
자식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다 한들 부모의 마음앞에선 부처님 손바닥위. 그런 점에서 어제 저도 좀 반성했어요.
부녀간 대화할 때 동민이와 홍여사가 거실에서 자리를 옮긴 것도 정말 섬세하다 느꼈어요.
알게모르게 조금씩 변화되고, 젊었을 땐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도 나이가 들면 가치관이 바뀌기도 하니까.
아, 정말 저렇지. 저럴 수 있겠구나. 감정이입이 되더라구요.
유나의 거리 보면서 경험치로 미루어 짐작해서 '설마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지?' 제 우려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더 재밌다고 느끼나봐요.
2014.10.01 13:11
유나의 이번 건을 기점으로 종영모드에 들어가겠거니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움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ㅠ
어제는 만보형님과 다영이 장면이 좋았어요. 다영이는 아빠가 화낼 걸 생각해서 미리 선방을 지르는데 만보형님은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밖에 있는 현재 부인이 들을까 봐 거기에 신경을 집중하고 위로하는 모습. 아이만 크는 게 아니라 부모도 성장하죠.
지난주부터는 밴딩이형님과 독사형님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워하던 사람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화도 못 내고 오히려 마음이 짠해지는 그런 때가 있죠. '죽어도 용서 못해' 라는 마음도 세월따라 희석되는 그런.
미선이 언니도 좋아요. 유나한테 자신을 대입해 보지만 깔끔하고 어제 장면에서 처음 이야기 꺼내면서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거나 이런 대사 할 때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군 생각했는데(그 부분 대사는 소화할 연기자가 많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서도;;;) 눈물을 참는 부분에서 가슴이 찡 하더라구요.
유나는 더 쓸쓸해 보이고 창만씨는 너무 지쳐보이는 요즘입니다. 사실 창만씨는 자기 좋아하는 다영이랑 잘 되면 좋은 부인에 그렇게 원하는 북적북적한 가족들 사이에서 특기인 오지랖(ㅋㅋㅋ) 마구 부리며 잘 살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보면 유나한테 창만씨가 아까워요. 미선언니 말대로 창만씨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유나 크흑 ㅠ
2014.10.01 13:24
창만이 봉반장님한테 유나와 대화가 안통해서 답답하다고 하소연 할 때 정말 답답함이 느껴졌어요. 가족간에 연인간에 대화 안통한다 느낄 때 있잖아요? 그런게 잘 와닿더라구요.
다 조금씩 빈틈이 있는 걸 보여주는데, 창만의 빈틈은 오지랖 넓은 올곧은 성격이다 요렇게 보여주나 제작진의 의도인가. 잠깐 생각해봤어요.
독사형님이 2인실 쓰고 있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싶었더니 6인실에서 쫓겨난 상황까지 다 계산되었죠. 시끄럽게 기도할 때 보면 그럴만하다 싶긴했어요.
부모도 성장한다는 말 공감합니다. 부모가 돼보질 못해서 그 부분은 생각지 못했네요.
창만이 딸보고 사귀는 거지 장모님보고 사귈순 없지 않냐해서 유나와의 미래에 조금더 점을 쳐봅니다. 창만이 경찰임용에 합격하고 유나와 잘되면 봉반장님네처럼 그렇게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유나는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속내를 드러내고 기대고 의지하는 것 같아서 창만씨가 아깝지만 저는 유나를 아낍니다.
댓글을 하나씩 달다 보니까 더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올라오네요. 하하.
2014.10.01 13:29
저는 유나 동생 영미가 너무 좋습니다.
어쩜 그렇게 착하고 예쁜지... 엄마 말대로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그런다지만.. 앞으로도 유나 언니 아껴주고 챙겨주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ㅠㅜ
2014.10.01 14:35
착하고 예쁘긴 한데 곱게 자라서 세상 물정 모르긴 모르는 것 같아요. 유나 엄마는 유나 존재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데 영미는 블로그에 유나사진 올린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없던 언니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좋을 것 같아요. 좋은 걸 좋다고 할 줄 아는 영미, 그게 유나와 다르게 자랐다는 증거겠지요.
2014.10.01 19:28
어제 회차는 거의 웃음기 없는 회차여서 그런지 보기 힘들더군요. 창만이도 힘들어 보이고 유나와 바닥식구들도 힘겨워 보이고....
이 드라마 작가는 그냥 예전 쓰던 대본 대사를 지금 가져다 써도 공감 이끌어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