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0 22:52
86년부터 타이거즈 팬이고, (당연히) 첫 우상이 선동렬이었던 저에게 이번 선동렬 감독의 재계약에 대한 느낌은... 아오 빡쳐 보다는 아 그렇군... 에 가깝습니다.
흔히들 기아 구단이 미쳤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구단의 목표가 좋은 성적을 내는것에, 혹은 그로 인한 수익 증가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임 조범현 감독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던 저이지만 많은 타이거즈 팬들은 조감독에게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12년만에 우승을 가져왔고, 징검다리로 가을야구를 했지만
엥간히 말아먹으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구단 버스를 가로막고 사퇴를 요구했죠.
결국 재계약 1년만에 4위란 성적을 거두고 경질당합니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 레전드인 선동렬감독이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감독으로 취임했고...
지난 3년간 588을 찍습니다. 근데?
그 흔한 현수막 한번 걸린적 있나요?. 인터넷에선 역대급 금지어 취급 직전이지만 오프에선 아직까지는 조용한것으로 보입니다. 순혈 레전드의 힘인가 싶습니다.
기아차 불매운동을 벌일거란 말이 있지만, 영향받을 소비자 수는 많지 않을거고 정작 소비자가 이것저것 따지면 기아차 대신 현대차나 사겠죠.
카더라이긴 하지만 구단주가 동문에다 팬이라 지속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말도 있습니다.
구단입장에선 성적이야 어찌되었든 이렇게 편한 감독이 없죠. 어쩌면 팬들이 전임감독보다 좋아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한국의 많은 스포츠 구단은 그렇습니다. 관중이 몇명이 오든지, 유니폼을 몇벌을 사던지 그게 구단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가 않아요. 대부분은 모기업이나 지자체가 퍼부어대는 돈으로 굴러갑니다.
애초에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삶은 너무 빡빡해서 프로스포츠 컨텐츠에 사용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그 비싼 연간관람권을 사서 매일같이 낮이나 밤이나 자리를 채워주는 관중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즌 시작즈음에 티켓값 올린다고 하면 배가 불렀구나 절대 안간다는 반응 많죠.
중계권료도 가치 대비 헐값수준이고, 몇몇 구단은 아직까지도 굿즈 판매는 푼돈이나 들어오는 생색내기라고 생각하고...
관중이 줄어서 수입이 주는게, 성적이 바닥이어서 중계권료가 낮아지는게 구단에게 있어 치명적인 문제가 안된다는거죠.
지금까지 제가 프로야구를 기준으로 말씀드렸는데, 사실 그나마 야구는 돈이 들어오는 경우죠. 나머지 스포츠는 더 심할겁니다.
한국의 많은 구단이 구단주의 팻 비즈니스 혹은 (축구의 시민구단 같은 경우) 정치적 목적의 결과물입니다.
팬의 돈으로 구단이 굴러가는게 아니라 구단주나 지자체에 의해 구단이 굴러가니깐, 구단은 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선수들도 그렇죠. 사인도 귀찮아하며 외국에 비해서 유독 박한 팬서비스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 성남 일화라 불리던 팀을 응원했는데 정말 정확히 위의 케이스에 부합합니다.
고 문선명 구단주의 팻 비즈니스였던 성남 일화는 정말 구단주의 운영의지 하나만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운영되었습니다만, 성적대비 처참한 팬숫자를 지니게 됩니다. 주변에 성남 일화 응원하는 사람 있으신가요??
그리고 구단주의 죽음과 동시에 그 누구도 운영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몇 안되는 팬들이 들고 일어서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압박을 가했고, 때마침 선거철이었던지라 성남시가 성남 시민구단으로 이어받습니다만... 지금 1년간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팬을 신경쓰는지 의문이 듭니다. 관심도 없어보여요.
공놀이를 워낙 좋아해서 이런 저런 프로 스포츠 보는거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야구에, 축구에, 농구에, 배구에 관심이 간다. 팀을 추천해달라. 고 물어보면 요즘은 추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당분간 국내 스포츠 구단의 갑이 팬으로 넘어갈것 같진 않고, 구단은 우선 구단주의 눈치를 볼거고, 팬들은 높은 확률로 상처받을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차라리 해외 스포츠를 보는게 장기적으로 맘은 편합니다.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많은 경우 팬들을 위해 노력을 하거든요. 미국 4대 스포츠 시즌패스 구입 추천드립니다. 평일 아침에 월급도둑질도 할 수 있어요.
2014.10.20 23:00
2014.10.20 23:27
근거치곤 약간 안맞는거 같죠? ㅎ 플래카드는 한참 더 말아먹기 전엔 안걸리고 관중수만 꾸준하게 줄거같아요.
2014.10.20 23:10
3+2 옵션으로 애초부터 5년 계약 아니었냐 하는 설도 보기는 했지만 선동열이란 이름값의 힘같습니다. 리버풀도 레전드 달글리시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FSG는 좋은 소리 못 들었죠.
2014.10.20 23:29
선수시절 연봉대신 과자세트 준거 메꿔주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냥 선동렬과 타이거즈라서죠.
2014.10.21 03:28
선동렬 선임은 한국 프로 스포츠의 구조적 문제와는 별로 관계 없어보입니다.
팬이 주인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라, 팀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했을 경우에 구단이 가지는 리스크가 제대로 드러난거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작별했으면 좋았겠지만, 레전드를 믿고 기다려주는 "레전드 대우"를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죠.
2014.10.21 06:50
미국 ㅁ이져 리그도 팬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지만만
Dynamic를 보면 구단이 슈퍼 갑이었다가 선수들이 많이 힘을 길렀다고 볼 수 있어요.
단일리그에서 양대리그로 발전했던 사건, 최근(20년전) 선수들의 파업 등 선수들의 영향력이 올라갔죠
팬을 무시한다고 하기에는, 본문에도 나와있지만 순혈 레전드라고 588 찍는동안 플랜카드 한번 안 건게 그 팬인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