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없는 아침입니다. 하늘은 전형적인 스웨덴 11월 날씨, 회색입니다. 아무래도 선물이 있는 주말은 쉬지를 못합니다. 누가 잠시라도 옆에 있어서 신경을 꺼도 되게 해주면 좀 쉴수 있을 텐데, 아이가 심하게 노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 어느때 뭔가를 해낼지 몰라서... 그렇게 선물이와 함께 한 주말이 지난 뒤 수요일 목요일이면 요즘에 참 심하게 피곤해요. 그래서 그런지 이유도 알수 없는 알래르기 반응. 그래서 먹은 약, 피곤함과 짜증. 

며칠전에 보슬비가 내렸습니다. 문을 열고 먼저 나간 선물이가 '엄마 비, 우산' 이라고 말하더군요. 딱 보니 보슬비여서, 작은 우산 하나를 가지고 둘이 쓰자는 했더니 선물이가 자기가 우산을 들겠다고 하더군요. 늘 제가 들었는데 이제 컸다고 자기가 들겠다고, 아이한테 우산을 주니까 팔을 길게 뻗어 엄마가 들어올 수 있게 합니다. 그래도 우산 속에 들어가기가 힘들어, 선물아 너 혼자 써 엄마는 괜찮아 했는데 선물이가, 엄마 우산, 비와, 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여 다시 우산속에 들어가자 선물이가 눈을 마주치면서 씩 웃습니다. 순간 회색세상이 선물이의 윗옷 색깔 처럼 보라색이 되는 기분. 

늘 이렇게 있고 싶은데, 어제는 알래르기 일어난 얼굴을, 화장으로 가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출금해야 한다고 가리고, 늦잠자서 정신 없는 와중 아이는 옆에서 아무 상관없이 톰과 제리를 보고, 그나마 어제 만들어놓은 반죽으로 팬케익 하나 만들어 주었더니, 착하게도 선물이가 하나를 다 먹습니다. 그러더니 왠일로 (아침 먹는 건 거의 전쟁과 같아요) 하나 더! 라고 하는 거에요. 지금 나가도 지각인데 하면서도 그래 하고 하나를 더 만들어 주었는데 그걸 먹던 선물이가 알파벳 장난감도 가지고 놀겠다고 그러다가 옷에 뭘 무치자 그만 거봐 엄마가 먹을 때 먹는 거에만 중점하라고 했지, 라고 저도모르게 소리가 올라갑니다. 

늘 아이와 보라색 세상에서 사는 건 왜이리 힘든지. 

처다보는 선물이 한테, 미안, 엄마가 아파, 그래서 힘들어, 그러니까 엄마 도와줘, (즉 밥좀 잘 먹어). 나머지 팬케익을 먹어 버리는 선물이. 

이번 주말은 쉬고, 아무생각 없이 그냥 쉬고 쉬고 쉬고 해서 월요일에 선물이랑 또 새 주를 시작해야겠어요. 


요즘 누구의 목소리를 들으시나요? 전 사실 요즘 음악을 잘 안들어요. 레이디 가가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몇주전에 어느 분이 올려주셔서 들은 파스밴더 노래 듣고 나서 frank 도 듣고 있고, 지난 번 게시판에 올라온 노래 가사 찾다가 Lana Del Rey 의 노래도 듣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London Grammar 의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면서 들었는데 (아 정말 좋아요) 이 그룹의 음악, 특이 목소리가 어떤 사람과 연관이 되어서 이제는 이 음악을 들으면 (괴롭게도 여기 cf에 쓰여요) 거의 공포감을 느낍니다. 괴로워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 목소리가 너무 괴로운 기억과 하나가 되어서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요.

지난 번에도 쓴거 같은데, '기억과 고통을 분리 할 수 있다면' 이라고 말한 사람의 마음을 정말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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