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1 21:59
홀로 먹는 목요일 저녁 밥상을 분짜로 차려봤습니다.
하는 일 때문에 따로 사올 것도 없이 모든 재료가 집에 있어서 가볍게 만들었지요.
음식이 가장 맛 없어 보인다는 각도의 밥상 샷.
다만 스타프루트가 웬일로 집 앞 가게에 없어서 그냥 딱딱한 망고를 사서 슬라이스 했습니다.
고기 외 곁들이로 민트, 바질, 고수, 푸성귀, 토마토, 당근, 망고, 칠리, 마늘, 땅콩, 라임, 레몬이 들어갔네요.
맥주는 동네 맥주!
스타프루트는 없으니까 빼고, 피클도 밥 빨리 먹고싶어서 빼고 그랬더니
이것이 과연 분짜와 비슷한 것인가...
포인트는 고기이니(아닌가요?) 뭐 비슷하겠죠.
이렇게 해서 소바처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전 사실 동남아시아에 여행 가본 적도 없고
분짜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맛을 머리로 상상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머리로 상상하고 혼자 연습해서 태국 음식으로 케이터링 알바도 했었...
심지어는 태국에서 먹는 음식이랑 똑같다고 칭찬도 받았었어요.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인가!
아무튼 혼자 맥주랑 고기랑 국수랑 잘 먹고 배 두드리면서 영화 보다 잠들었지요.
금요일 밤으로 착각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이네요...시무룩...
우웡 장난 아닌데요? 이런 재료들이 냉장고에 다 있다니 요리 관련 일을 하시는가봐요... 스타프루트 대신 걍 라임을 껍질째 얇게 썰어 곁들이셔도 됩니다. 쌉싸름한 껍질과 새콤한 과육이 고기랑 꽤 잘 어울려요. 여튼 이렇게 분짜가 세상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다니 아주 뿌듯하기만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나중에 제가 분짜 가게 차릴 때 손님도 많겠지요. ㅎㅎ 사실 분짜의 짜는 鮓(젓 자)에서 온 거라 다져서 양념한 고기가 포인트이긴 합니다만, 뭐 맥주와 고기와 국수와 채소가 어우러지면 그걸로 좋겠죠. 특히 이빠진 그릇으로 하노이 구시가의 분짜 가게 느낌을 한껏 살리신 부분에 가산점을 드리고 싶어요. 제 점수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