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4 00:51
밥도 자주 같이 먹고 가까운 곳에 바람쐬러 가기도 하는 뭐 그런 편이었죠
주로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광고사진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저 친구도 사진 찍는 게 취미입니다.
렌즈 이것저것 사고 팔며 지인들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고 자주 부탁도 받고 제발로 찾아가서 찍어주기도 하고..
직업상 인맥을 쌓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맛집 사진 찍는 거 좋아하고요.
한 번 씩 무책임한? 배려없는 듯한 행동을 할 때가 있긴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냥 넘길만하거나 정색하긴 애매한 상황이 많았어서 그냥그냥 지내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그 친구한테서 지인이 차리는 가게의 음식메뉴를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 언질을 받고 얼마 후에 카톡으로 해당 음식 찍은 사진 몇 장을 저에게 보내줬어요.
핸드폰의 사진이미지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중에 메세지가 떠서 봤더니...
"형, 이것보다 잘 찍을 수 있겠죠?"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정확히 저런 단어의 조합으로 얘기했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어요.
잘못 봤나 싶어서 한 몇 분간 화면에 떠 있는 짧은 문장의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서 읽어봤네요.
한 눈에 보기에도 조악해보이는 사진이었는데 참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하긴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한테 시원하게 욕 한바가지를 들을 수 있을까 꽤 고심해야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내가 만만해서 그런가.. 그냥 쟤가 원래 저렇게 무책임하게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ㅅㄲ인가..
그래서 저 정도 퀄리티로 찍기 원하면 직접 찍던가 다른 사람 쓰던가 하랬어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 제가 일에서 빠지는 걸로 알면 되냐, 이렇게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저런 식으로 질문하는 이유가 뭔지 묻자 본인은 그냥 잘 찍고 싶은 의도에서 물어본 거라는..
그 이후로 정내미가 뚝 떨어지고 쳐다보면 토가 나올 것 같아서 전화 한 두통, 얼굴 한 번 본 이후로는 보질 않고 있네요.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고 해서 그냥 정리의 수순을 밟고 있고 주변의 몇 몇에게도 제 이런 심정을 얘기했습니다.
무책임하고 되는데로 얘기해서 자기 입장만 전하고 다른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 정말 싫습니다.
점점 무뎌져서인지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도 극히 드문 편인데 갑자기 훅하고 들어올 때가 있군요.
12월 초입의 추운 날씨,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으로 씻었으면 좋겠네요.
2014.12.04 06:41
2014.12.04 08:21
2014.12.04 09:51
이걸 안당해보신분들은 잘 이해가 안되긴 할거에요.
저 글에 나오는 사람도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걸거구요.
포인트는 이겁니다.
부탁하는 주제에 실력을 평가하고 채용면접을 보고 결과물 퀄리티에 간섭을 하려 든다는거죠.
”이거보다 잘찍을수 있으면 좀 해주고 아니면 저리가~”
돈도 안주는 인간이 갑질을 하려고 하면....
당연히 해줄리가 없죠.
그것도 그걸로 밥벌어먹고 사는 프로에게요.
심지어 돈주고 의뢰해도 남의 사진들 들이대면서 이거보다 잘하냐고 묻는건 예의가 아닙니다.
무슨 보내준 사진들이 질이 낮아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구요..
2014.12.04 10:02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안 당해봤는데도 느낌이 딱 옵니다.
2014.12.04 10:08
2014.12.04 10:09
이렇게 설명하시니 좀 이해가 가네요.
지인 사이에 부탁하는 건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니를 따지면 기분이 충분히 상할 수 있겠네요.
2014.12.04 08:25
2014.12.04 08:26
2014.12.04 08:31
저도 27hrs 님처럼 잘피님이 찍은 사진을 보고 '이거보다 잘 찍을 수 있는데 대충 찍어준거 아닌가요?' 라는 듯인줄 알고 다시 봤는데.. 그게 아니네요.
어느 부분이 그렇게 화가 나시는 포인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14.12.04 08:36
그럴땐 전화상으로라도 야단을 치고 면박을 주면 담부터 조심합니다.
그런식으로 자르면 남아날 사람도 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의 넓이는 자신의 가지고 있는 지인의 수만큼입니다.
줄면 협소해지죠.
포인트는 알겠습니다.참는다해도 무시당한 느낌때문에 결국 멀어지죠.
2014.12.04 11:59
주의사항은 정색을 하고 꾸짖되
상처주는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2014.12.04 08:37
단순히 저것만 가지고 의절할거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 입장에서 쓰셨을거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네요. 듀게로 치면 그간 쌓여운 신고가 있었고 사소한 신고로 인해 강퇴 절차가 이루어진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2014.12.04 08:41
2014.12.04 10:28
2014.12.04 10:35
지인이 한번씩 배려 없는 말로 기분 나쁘게 해서 그냥저냥 지냈다는 내용은 있지만 잘 지냈고 좋아했던 사람이란 말이 저 글 어디에 있나요? 솔직히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 싫을 수도 있죠. 그런 말 해봤자 얼굴만 더 붉히게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 글만 봤을 때) 원글님이 뭘 잘못하셨다고 합리화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2014.12.04 12:09
물론 저도 안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저렇게 방어적으로밖에 대처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후회?라는 게 있긴한데
그 날 저녁 저 일이 있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얘와는 도저히 같이 있을 수 없겠구나', 떨쳐내야겠다'
이 생각이 간절했고 그 후로 한번도 제게 사과의 말이 없었는데 제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는 없겠지요.
서운하고 무시당했던 느낌을 말한다해도 그 느낌은 전혀 없어지질 않을 것이고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저런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 할 정도라면 억지로 인지시켜주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다시 관계를 끊어버린 게 올바른 결정이었다, 아니다를 따지자면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보내온 몇 장의 사진은 그 매장에서 바로 내온 음식을 찍은 본 메뉴의 그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업계에 몸담고 계신 분은 저 짧은 몇 문장의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좀 알 듯 한데요.
물론 제가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 모두가 공감하고 비슷한 행동을 취했으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당연히 같은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고 공감할만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 할 거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갑을의 관계로 알고 지내는 게 아닌 지인에게까지 고스란히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며 지냈지만 저 비슷하게라도 말하는 클라이언트도 없었습니다.
결과물을 가지고 뭐라고 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비교를 당했다고 해도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느 정도는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추후에 섭섭했다고 얘기하던지 하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도 있겠죠.
일단 조금씩 쌓여온 상황이 있었던거는 맞습니다. 그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무시 못 할 거라는 건 맞는 것 같네요.
가끔씩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말투와 제가 오더 내려와서 새벽까지 일할 상황이면 꼭 시간내서 어디가자며
마감을 다음날로 미루라던지 조르고 하는 좀 애같이 철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일에 대한 무시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으나 배려없는 건 맞는 것 같네요.
가지를 쳐내지않고 조목조목 따져가며 입장을 얘기하던지, 버럭 화를 내거나 한 후 그냥 껴안고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태도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저를 대했을지에 관해 생각해보면 끔찍할 정도입니다.
일단 무시와 배려없음을 떠나서 관계가 끊기지 않고 타협한다해도 분명히 또 부딪힐거고 더 불편해질겁니다.
저 일로 인해서 편견이 더 늘어나고 앞으로 더 방어적이 되지않을까 그게 좀 걸리는군요.
삶의 바운더리가 좀 좁아질 거란 생각도 드는데 그거는 제가 감내해야겠죠.
2014.12.04 12:27
충분히 공감합니다. 지인 분의 행동과 말을 보고 제가 느낀 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일을 부탁하는 사람도 저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데, 였어요. 그리고 댓글 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의 넓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인의 수만큼이라는 말이 있는데 글쎄요, 넓이보단 질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확장된 만큼의 세상이 어떤 세상이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2014.12.04 12:43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만 자유롭긴하죠.
인생사 꼬이는게 인간관계때문이니.
어떤 선택을 하든 단단하면 됩니다. ^^
2014.12.04 13:00
맞아요. 스트레스 요소를 굳이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정리해야 할 관계에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관계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그만큼 줄어드니까요. 누군가가 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게 마련이니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2014.12.04 14:13
프로한테 이거보다 '잘' 할 수 있죠? 라고 하는 건 무례한 일이죠. 상사가 일 시키면서 잘 할 수 있지? 하면 너를 신뢰하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어달라, 하고 들릴 수 있는데, 나이도 위고 부탁하는 입장에서 저러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일이 중요하니 부탁에 구체성을 넣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아마 후배분이 그런 구체적인 부탁을 드리고 싶었는데 사진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까 '잘' 찍어 달라고 하면 그런 부탁이 되겠지,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ㅎㅎ
나쁜 사람은 피하는 게 맞는데 그분은 그런 부분을 모르셨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충분히 불쾌할만한 상황이네요.
2014.12.04 18:47
2014.12.04 21:50
그동안 이런저런 감정과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서 흘러넘치셨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그렇게 누군가를 정리한 적이 있어서 공감해요. 몇년이 지난 지금은
가끔 조금씩 후회됩니다. 그래도 그 당시엔 그럴만 하니까 했었던거고 지금은 서로 아예 연락이 끊긴 상황이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겠죠.
읽다보니 궁금한 게... 음식 메뉴를 무슨 목적으로 찍어달라는 거였나요?
목적은 뭐다,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필요하다- 와 같은 "의뢰"가 아니라 밑도끝도없이 저러는 거라면 "님 사진 왤케 못 찍음? ㅋㅋ"하는 비난처럼 들리긴 하네요.
거 참 왜 어떤 사람들은 안해도 될 소리를 굳이 해서 원을 사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