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솔직히 정명훈이 얼마받는지 모르구요, 얼마를 받건 전.혀. 관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신경쓰여 말을 보태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세계적 거장이신 마에스트로'와 '일류 오케스트라'가 여타의 모든 가치와 쟁점들을 압도한다는 듯한 인식입니다.


유럽에서는 시장 할매 같은 양반이 꼬깃꼬깃한 지폐와 동전으로 셈을 치르고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더라라는 아름다운 얘기 좋은데.. 그런 얘기 다른 분야에도 많죠.

아트하우스 앞에 가도, 서점의 낭독회를 가도 이런 사례와 증언들은 흔하게 볼 수 있어요.


문제는 그냥 여기가 유럽이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에 있죠.

누군가 말했듯이, 그네들은 클래식을 듣지만 우리는 트롯트를 듣는다고. 저는 사실 그 문장을 보고 많이 웃었죠. 잘 아네.. 싶어서.


물론 혹자는 '언제까지 이 모양 이 꼴로 살텐가?'라고도 하시던데, 아니 유로피안 스탠다드 따라가서 좋은게 뭐 한둘이래야 말이지..

왜 하필 시향 지휘자만 유로피안 스탠다드로 살아야 된답니까? 혹은 왜 시작 지점이 거기인거죠?

서울 시향 수준을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예술 또한 성과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가요? 그러면서 문화와 예술을 논한다고?


빡치는건 이 지점예요. 정명훈은 그래도 된다, 혹은 그래야 마땅하다는 인식.

여러분들이 왜 정명훈을 지지하는지, 예술지상주의건 엘리트주의건 뭐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 지지의 수준도 처우도 아무래도 상관없단 말예요.

단, 그 비용을 여러분 스스로 감당하시는 한에서.

그게 아니라면, 정명훈의 처우를 정당화하려면 시향 단원 또는 클래식계 전반의 처우 개선에 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였어야 하고, 적어도, 이 수준의 공연을 보려면 얼마라는 따위의

가성비에 관한 언급은 피했어야죠.

사멸해가는 문화의 수호자나 보루인 척 하고 있지만 그냥 취향만 고급인 체리피커들에 불과하다는 걸 자꾸 드러내시면 까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한줌인 건 여러분들도 잘 아시잖아요? 늘 그렇듯이 '종잇장보다 얇은'.

그리고 다른 팬덤은 다 몸으로 때우고 있거든. 일류, 거장 그런거 없어도. 뭐 우리 듀나님이 3대 sf문학상을 휩쓸고 다녀서 빨아제끼겠느냐 말예요. :)


그러니 서민들의 문화 접근권 걱정하는 시늉일랑 접어두시고, 일류 타령 하려거든 돈을 더 내세요. 응?

먹고 죽을래도 없어서 못내겠다면 또 모를까(이 게시판에 그런 분들 좀 있지 싶은데), 자기 소득세 분위를 생각하며 '할 만큼 하고 있다'고 하기엔 좀 부끄럽지 않습니까?

간지나는 글로벌 시티 서울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홍대 앞에서 공연하는 애들이 그 세금 받아먹는게 아닌 다음에야 소득세와 같이 언급하는 것도 피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고. 뭔 얼어죽을 글로벌 시티여, 거기가 정글이고 절벽인 판에.


마에스트로님 글로벌한 연봉 수준 맞춰드리는 건 유럽 수준으로 세금들 내시고 기부금 갖다 바친 뒤에나 얘기 하죠.

반복적으로 얘기하지만, 애초에 님들이 그 귀에 걸맞는 수준으로 돈 내고 다녔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냐고.

아 또 생각하니 빡치네.. 뭔 가정을 해도 공익활동 전폐하고 기부금에 올인한다느니 하는 발상이나.. 아.. 이러고 부끄러운 줄도 모를 것 아냐?


마지막으로, 님들이 사랑하는 예술과 예술가를 거지새끼 취급하려는 것 아니면, 기부 몇 푼 했다고 생색 좀 내지 맙시다. 세금 좀 더 낸 건 말할 것도 없겠고.


한줄요약: 정명훈을 결사옹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님들 실수한거임. 가서 박현정이나 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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