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1 22:5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원작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동화책. 2007년에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이 작품이
어떻게 한국으로 들어와 영화화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게 그렇게 신기한 시대는 아니지요.
산업화된 나라의 고민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고, 오코너가 책에서 그리고 있는 중산층의 붕괴야 우리도 겪고
있지요. 자잘한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거리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남의 집 개를 훔치려는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지소(원작은 조지나)에겐 사연이 있죠. 아빠는 가출했고,
가족은 집에서 쫓겨나 차 안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우연히 5백만원 현상금(원작에선 500달러)이 걸린 개 실종 포스터를
본 지소는 부잣집 개를 훔친 다음 현상금이 걸리면 개를 돌려주고 돈을 받아챙길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이 계획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오코너의 원작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어린아이가 몸값을 노리고
개를 훔친다는 아이디어는 도를 넘어선 구석이 있지만 그 설정도 사실주의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소설은 막판에
주인공들이 숨을 쉴 수 있게 탈출구를 열어두긴 하지만 그래도 무리한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중요한 건 그 소동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 자체지요.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이야기를 팬시화시켰습니다. 일단 개의 몸값이 올라간 게 보이실 겁니다. 등장인물들의 경제력
평균이 올라갔어요. 소설 속 조지나의 일기와 지소의 일기 사이엔 엄청난 비주얼의 차이가 존재하겠지요. 무엇보다
개 주인인 노부인의 유산을 노리는 조카 캐릭터를 등장시켜 지소와 노부인을 연결시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짜냈습니다.
결말은 원작보다 훨씬 해피엔딩이고요.
장단점이 있습니다. 현실감이 많이 날아간 건 분명 손해지요. 조지나와 노부인의 관계가 영화에 많이 투영되지 않은
것도 아쉽습니다. 새 스토리라인 때문에 영화는 종종 산만해지고 몇몇 카메오는 미끼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산층의 붕괴라는 소재는 여전히 남아있고 여기엔 몇몇 의미있는 한국적인 터치가 들어갔습니다. '평당 5백만원 전세'도
그렇지만 집에서 쫓겨나 차 안에서 살면서도 절대로 아이들 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게 당연한 태도도 그렇지요.
가차없는 원작에 비해 이야기가 더 소화하기 쉬워지고 아기자기해진 것까지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무엇보다 이레를 포함한 아이들의 연기와 합이 좋습니다. 아, 멍멍이 배우의 연기도 만만치 않고.
순서를 따진다면 전 영화부터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원작이 하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고 가족영화로서 재미도
만족스러우니까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책을 사들고 원작자가 들려주는 당의가 벗겨진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죠.
(14/12/31)
★★★
기타등등
2014년 마지막 리뷰입니다. 해피 뉴 이어, 여러분.
감독: 김성호, 배우: 이레, 김혜자, 강혜정, 최민수, 이천희, 이지원, 홍은택, 김도엽, 다른 제목: How to Steal a Dog
IMDb http://www.imdb.com/title/tt381240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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