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옷을 한벌 샀습니다. 겨울에 입을 재킷 류가 오리털 파카 뿐이라 재킷류를 사러갔습니다.

 

제 돈으로 사는게 아니라 사주시는 거라서 백화점으로 따라갔습죠.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명품 매장 쪽을 가게 됐습니다. 버버리, 샤넬, D&G, 아르마니 등등.

 

역시 백화점 2층은 명품이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쪽을 휘적휘적 보는데 원래 명품에 큰 관심이 없는 터라 대충대충 봤지요.

 

그러다가 버버리 매장에 어째 쓰윽 들어갔어요.

 

(거기 매장에 붙어있는 모델 사진이 이뻐요.... 뭔가 엠마 왓슨같아 보이는데 누군진 모르겠고....)

 

이거저거 보는데...  티셔츠 하나, 스웨터 하나에 3,40만원...

 

이, 이건 미친짓이야!

 

돈을 얼마나 벌면 이런 티셔츠를 사서 입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대충 봤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타협을 보는 브랜드는 보통 빈폴입니다.

 

저는 왜 옷을 비싼돈 주고 사야되느냐! 라는 쪽이고. 어머니는 그래도 싼거는 비지떡이다. 비싼건 다 이유가 있어서 비싼거다. 뭐 이제 이런 류의 논리시죠.

 

(하지만 제 어머니는 명품만 밝히시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취향이 좀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하시는거죠.)

 

그래도 또 빈폴가서 하나 사겠지 라는 생각으로, 슬쩍슬쩍 봤습니다.

 

잠시 뒤에 어머니가 뭐 하나를 입어보라고 권하십니다.

 

탈의실로 가서 주섬주섬...

 

두벌을 같이 입는 스타일의 재킷이었습니다.

 

안의 옷은 무슨 깔깔이처럼 생겼...(...) 뭐이래.... 버버리 명품인데...

 

궁금한 마음에 가격표를 슬쩍.

 

...뜨학

 

145만원...

 

아니 아들에게 컴퓨터 한대를 입히시려 하십니까 어머니...

 

입었는데 어?

 

이거 뭔가 옷이 좋은거 같습니다. 느낌도 좋고 입은것도 좋고, 멋있어보여요!

 

가격표를 보고 나니 뭔가 좋아보여요 막.

 

깔깔이도 그리워집니다.

 

입고 나오니 어울린답니다.

 

어머니 표정도 흡족하셔 보입니다.

 

그래도 매너상(?) '좀 둘러보고 올게요~' 멘트쏘고 나왔습니다. 가격도 너무 그렇고 해서...

 

이게 한번 비싼걸 입어보니... 좀 그렇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른데 돌아다녀보니 왠지 옷들이 안 이뻐보입니다.

 

원래 빈폴이나 해지즈, 버카루 들의 옷이 많은 편(옷이 별로 없는데 그중 대다수)인데,

 

거기도 마땅찮은게 안 보이고...

 

하나 마음에 든건 아르마니.......

 

이게 한번 간이 커지니 겁이 없어져서 120만원짜리 옷 입어보고 괜찮네? 막 이러고 있고...

 

결국 어머니가 이거 사서 10년 입으라고 하시며 문제의 그 옷을 사주셨습니다.

 

버버리 Two in one ? 이런 이름의 재킷이에요.

 

그런데 이게 입고 다니니까 뭐랄까, 은근 자부심? 그런게 쓸데없이 생기더군요.

 

내가 옷을 입은게 아니라 옷이 나를 감싸서 끌고 다니는 느낌?

 

괜히 다른 사람이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생기고,

 

옷을 벗어놀때도 버버리 상표를 혹시 남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그러다가 근데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나는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150만원(반올림해서)짜리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건가?

 

저는 아직 학생이고 나이만 20대 후반입니다.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에서 받침에 ㅅ이 사라지면 후반이라더군요.

 

제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대기업에 취직이 된것도 아니고, 생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굴이 원빈도 아니고, 몸매가 정지훈도 아니고, 아 다행히 키는 정지훈이다.

 

여튼 그렇게 내가 이 옷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직 부족하단 결론을 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을 가지고 입고 누리려면 그런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 는 생각과 결심을 했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취미도, 더 나은 레벨업을 해야겠습니다.

 

옷 하나에도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참 이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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