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연애 (2015)

2015.01.20 00:25

DJUNA 조회 수:10069


[오늘의 연애]는 박진표의 첫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그가 왜 갑자기 이 장르에 도전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의 감수성과는 그렇게 잘 맞는 장르는 아니죠. 영화를 보면서 그의 손톱자국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이 장르가 잘 맞는 사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죠.

[엽기적인 그녀]의 아류작입니다. 18년 동안 남매처럼 지내는 여자에게 끌려다니는 남자 이야기죠. 소문을 들어보니 원래는 한 여자와 엮인 세 남자 이야기였다고 하던데 각색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흔한 일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는 대신 [엽기적인 그녀]로 가죠.

여자주인공이 기상 캐스터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연애]는 [오늘의 날씨]를 염두에 둔 제목이었던 건가요. 날씨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망. 하여간 여자주인공은 미모 때문에 남성팬들이 인기가 상당하지만 술버릇과 말버릇이 나쁘고 남자 주인공을 막 대합니다. 그리고 PD인 직장 상사와 불륜 관계이기도 하고요.

좋은 점을 말하라면, 캐스팅이 괜찮습니다. 대단한 명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이승기와 문채원은 모두 제대로 캐스팅되었죠. 이승기는 이미지를 그대로 쓰고 있고, 문채원의 경우는 살짝 반대로 쓰고 있는데, 연기 지도도 괜찮고 영화와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나 이야기엔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영화는 여자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모릅니다. 남자주인공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요. 전에 트위터에서도 말했지만 폭력도, 강요도 없었는데 18년 동안 여자 종노릇을 했다면 그건 그러는 게 그냥 좋았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이라고 징징거린다면? 그리고 그 주장을 영화 끝까지 끌고 간다면? 정직하지 못하고 게으른 거죠. 이렇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지우고 남는 건 관습의 다발입니다. 슬랩스틱으로 시작해서 신파 멜로로 끝나는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의 지루한 관습요.

심지어 영화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전적으로 감독의 실수죠. 불필요한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고, 페이스가 느리고, 이야기가 정돈되어 있지 못하며, 분위기가 살지 못해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박진표의 영역이 아니었던 거죠. (15/01/20)

★★

기타등등
영화 끝나고 쿠키가 꽤 길게 나옵니다.


감독: 박진표, 배우: 이승기, 문채원, 이서진, 정준영, 리지, 화영, 박은지, 홍화리, 다른 제목: Love Forecast, Today's Love

IMDb http://www.imdb.com/title/tt431595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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