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큰 건이 하나 끝났는데, 또 다시 금요일까지 달려야 합니다.

나만 바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점점 눈팅만 하게 되네요.

어제는 일요일인데; 새벽 1시에 퇴근하고 새벽 출근해서

한 4시간 정도밖에 못잤더니 피로가 누적되어 머리가 몽롱해요.

 

2.

 

예전, 포비아포비아부터 최근-어제오늘까지,

똘레랑스와 앵똘레랑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몽롱한 머리로 얼마나 정교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뇌 전체가 하룻밤 린스에 푹 잠겨있다 꺼낸것 같은...

 

똘레랑스가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똘레랑스의 한계, 아직 한계를 말할 때가 아니다.

논란이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똘레랑스는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가집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길래 똘레랑스가 함의를 가지느냐 하면,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 구조적 약자가 끊임없이 양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사이즈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 구조적 약자가 많이 있든 적게 있든

'무시할 만한 수(사이즈)'는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얼마 전에 조선일보에서 똘레랑스를 아전인수격으로 차용했었죠.

 'agree to disagree'-동의하지 않는데 동의한다, 라고요.

세상에, 조선일보가 똘레랑스를 논한다, 고 오마이뉴스가 두손두발 들었다며 논평했더군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9699)

 

조선일보는 국회난투극, (죽창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도심시위, (사제 무기가 판치는) 노사분규현장을 예로 들며

똘레랑스는 우리 현실에선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한탄했습니다.

그 말은 저도 똑같이 할 수 있는데, 조선일보의 똘레랑스와 저의 똘레랑스는 백만광년의 차이가 있겠죠 아마.

 

제가 이 사설에서 재미있게 생각한 부분은

똘레랑스는 어쩌다 우파의 무기가 되었나, 입니다.

똘레랑스라면 무릇 약자의 무기,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선일보가 제 기준에서 나쁘기는 하나 멍청하진 않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먹히니까' 가져다 쓴 겁니다.

 

똘레랑스는 실천적인 규범으로 앵똘레랑스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므로

문제는 사회적인 맥락하에서 무엇이 앵똘레랑스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워낙에 남용되다보니 그 실천단계가 생략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은 몰라도, 조선일보가 모르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3.

 

조선일보가 가져다 쓴 것 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백만광년의 차이가 있는 주장이지만,

똘레랑스를 서구 제국주의의 무기-로 해석하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읽어보지는 못했으나 웬디브라운은 '관용'이라는 저서를 통해

관용이 어떻게 지배세력의 체제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는지 설명했다고 합니다.

 

프레시안에 실린 서평으로 저자의 주장을 살피자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305183604)

관용의 대상이 16세기 종교분쟁당시 '믿음'에서 출발했으나 '이념'을 거쳐 현재에 이르러서는 인종, 성적지향 등 '존재'를 대상으로 하면서

유대인, 여성, 동성애자 등의 그룹을 평등의 대상이 아닌 관용의 대상으로 위치지었다는 겁니다.

자유주의를 받아들인다면 네가 유대인이든, 무슬림이든, 여성이든, 동성애자이든 상관없으나

만약 다른 방식의 삶과 문화를 지키고자 한다면 테러리스트나 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 된다는 거죠.

 

그러나 우리에겐 '관용'이 있으므로 우리는 너희에게 자유주의를 '교육' 시키고

자유주의의 문화와 전통을 전해 주겠다는 것이 사실은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원리 중 하나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관용의 대상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는 것, 문명과 야만을 나눔에 있어서 제국주의적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똘레랑스의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일보의 주장은 물론이고, 한 때 게시판을 휩쓴 포비아 포비아라든가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관용의 대상은 평등의 대상보다 한 단계 낮기 때문에 일정 부분이 아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역차별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또한 관용의 기반은 매우 불안정한데, 이 예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흑인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심해져 백인 빈민이 흑인 빈민보다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남아공의 경우를 보면

지엽적으로 역전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헤게모니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과 함께

존재를 기준으로 나뉘어진  '주류'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으므로

결국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똘레랑스가 탈정치를 경계해야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현 사회체제 하에서 탈정치 하면 그것은 결국 현 체제를 인정하거나 혹은 돕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웬디 브라운의 관용은 애초의 정치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의 똘레랑스가 아니라 이미 지배세력의 수단으로서 왜곡, 변질된 똘레랑스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저는 이것을 '똘레랑스의 한계'라고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똘레랑스가 흐른다는 프랑스에서 부르카 금지 법안이 통과되고,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도 그랬지만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덮어씌우는 교리에 동의하느냐 마느냐 또는 그들의 종교를 인정할것이냐 마느냐와 별개로

가장 큰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자들을 모으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그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을 부각시킨겁니다.

 

애초에 여성들에게 부르카를 씌우는 종교에 항의하기 위해 종교의 자유를 금지해 버리는 것은 완전한 비약일 뿐더러

'공공장소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것만 봐도 법안에 깔린 정서가 어떤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지요.

아마도 이것이 웬디 브라운이 사용한 '관용'의 작동 방식의 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는 여성의 굴종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이를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똘레랑스라고 보기에는 그간의 행적이 영 미덥지 못하죠.

공공장소에서만 앵똘레랑스 하는것도 웃기고, 종교의 자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유럽에서만 앵똘레랑스 하는 것도 괴이한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다른 국가들에까지 부르카를 금지하도록 협조 요청이라도 해야할것인지.

 

4.

 

다만 주장의 배경과 논리상 전개와 결론과 지향이 천양지차라 하더라도

결국 우파의 무기로 변질된 똘레랑스라는 점에서

조선일보와 웬디 브라운의 교차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레시안에 서평을 쓰신 한양대학교 하승우 교수님은 글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니 각자 서로를 인정하고 알아서 살아남자고 얘기한다.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오늘부로 정리하고 '쿨'하게 끝내자고 얘기한다. 세계화의 시대이니 우리가 갈 곳은 많다고'라고

우파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머리를 롤러코스터 태웠던 포비아포비아적인 주장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똘레랑스가 탈정치화 되고 

똘레랑스를 내세워 '우리와 너희의 차이를 인정하겠다. 단, 이 땅은 우리 땅이니 너희는 나가거라'는 지배세력에 마주치게 된  상황이

좌파의 딜레마인지는 쉽게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똘레랑스의 르네상스를 이끌다가 어느 새 우파들이 저런 주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좌파는 우파의 관용에 매달려야 하는지 딜레마라고, 하 교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제 입장을 말하자면,

앵똘레랑스로 변질된 똘레랑스에 대해서는 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이 진짜 똘레랑스라고 생각합니다.

 

5.

 

롤러코스터 타는 제 머리로 쓴 글 때문에 괜히 듀게분들까지 모니터 앞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을 가지시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겁이 많아서, 롤러코스터도, 바이킹도 하나도 못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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