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영화 관련 뉴스를 찾을 때 익스트림 무비를 들르곤 해요.

어제 들렀을 때, 제커리 퀸토와 제임스 프랑코가 10년을 동성애자로 살다, 이성애자로서의 삶을 택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다는 뉴스가 올라와 있더군요. 게시물에는 제커리 퀸토와 제임스 프랑코가, 인터뷰 중 장난처럼 뽀뽀를 하는 장면이 첨부되어 있었구요.


물론 그 자체로는 반가운 뉴스였지만, 게시물의 제목이 눈에 띄었어요. 

'제임스 프랑코, 제커리 퀸토 키스하다 [주의]'

거기에, 글 본문 시작에는 친절하게 '주의하시라고 경고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왜 [주의]냐고. 그랬더니 지나가시던 분이 그런 답을 남기셨더군요.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준거죠'라고.


'이 게시판은 선정적인 게시물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서, 두 사람이 뽀뽀를 하는 사진에도 주의를 표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싶지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더 높은 수위의 게시물도 종종 올라오곤 하는 곳이니까. 정리하자면 이래요. 남자 둘이 뽀뽀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그런 불편함을 '존중(?)'하고 [주의]표시를 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거죠.

사실 예전 같았으면 짜증이 올라서 꼬치꼬치 따져 물었겠지만, 그러진 않았어요. 저런 식의 태도를 취하면서도, 동성애자를 혐오하지 않거나 심지어 저 같은 사람의 권리를 지지하는 경우도 여럿 봐 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게 미묘한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데, 걔네들이 뽀뽀를 하는 건 불편해', 혹은 '난 동성애자들을 혐오하지 않지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그렇게 애정행각을 해야할까?' 

솔직히 따지고 들자면 끝도 없겠지만, 요즘은 정말 막연해요. 저 사람들이 딱히 동성애자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저게 옳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말을 해버리니까요. 싫어하겠다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생각에 별다른 판단을 한 하는 상태? 이렇게 표현하면 사실에 가까울까요? 아무튼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막막하고, 허무해요.

당신이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하는 그 지점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하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제임스 프랑코가 스칼렛 요한슨이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뽀뽀하는 사진이 올라왔어도 [주의]라는 표시가 달렸을까? 혹은 제커리 퀸토(확신하는데 퀸토는 이 사진에 [주의]라는 표시가 달린 걸 싫어했을 거에요)가 제니퍼 로렌스나 에이미 아담스와 뽀뽀하는 사진이 올라왔어도 '누군가는 불편해 할 수도 있으니까요'라는 코멘트가 가능했을까요.

저는 제 삶이, 단지 누군가와 뽀뽀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불편함을 유발하거나, [주의]라는 딱지를 받는 삶인 게 슬퍼요. 사실 1년 365일을 '나는 게이다'라는 자각 속에 살아가진 않지만, 제 성적 지향을 자각하는 대부분이 이런 식의 장벽을 마주할 때 라는게 마음이 안 좋네요. 평소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지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길 거리를 걸으면서 애인하고 껴안거나 뽀뽀를 하거나하는 일을 못 하겠구나, 누군가는 불편해 할 테니까, 하는. 못 할 일을 자꾸 생각하면 힘드니까,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 오늘따라 자꾸 생각이 나네요. 오늘 밤만 생각하고, 내일 아침엔 빨리 잊어야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35
112713 각하의 작문실력 [19] chobo 2011.06.07 4026
112712 (밀회바낭) 후일 오혜원의 사랑을 비난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18] 아난 2014.04.16 4026
112711 며칠 전에 김성모 만화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5] Wolverine 2010.11.02 4026
112710 인생은 아름다워 보다가, 초롱이 브라콤에 공감하시나요? [10] 키엘 2010.07.26 4026
112709 "한국인들, '의외로' 타인종에 배타적" [15] 사과식초 2013.05.17 4025
112708 고양이 강아지 외모 취향 (주의 : 동물사진 스압), 독서일기는 어떻게 써야 하나. 독서 어떻게 하나요. 질문.... [17] being 2011.01.23 4025
112707 성게알 좋아하세요? [11] 아침엔 인간 2010.08.28 4025
112706 정은임1968.10.13~2004.8.4 [18] 룽게 2010.08.04 4025
112705 무한도전 200회 달빛처럼 2010.06.05 4025
112704 [아마존프라임바낭] 또 하나의 화나는 드라마, '아우터 레인지'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2.05.22 4024
112703 고양이 커뮤니티들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었던 정유라의 고양이 [9] 밀키웨이 2017.01.03 4024
112702 두번의 승진누락.... [5] 스트로베리앤크림 2016.03.05 4024
112701 <무한도전> 영국취재 영국 방영분 [5] 7월의 청춘 2013.07.13 4024
112700 오늘의 망한 기사 두가지 [9] 닥터슬럼프 2012.08.28 4024
112699 [바낭] 정말 신선하게 불쾌했던 비매너 관객과의 영화 관람 [27] 로즈마리 2012.07.31 4024
112698 [짜증] 쉰 얼음글 댓글에 무서운 사진 있어요 -_- [23] 익명기 2012.06.16 4024
112697 최고은씨의 쪽지 원문 [11] 메피스토 2011.02.14 4024
112696 깔끔하고 좋은 모텔 좀 추천해주세요! [14] fuss 2010.12.07 4024
112695 나는 전직 삼성맨이었다. [3] 레벨9 2011.06.20 4024
112694 [급한질문] 이대나 신촌 쪽에 맛있는 냉면집이 있을까요? [9] zn 2010.07.25 40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