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감수성과 게시판

2010.11.23 01:14

AM. 4 조회 수:2767

게시판문화라고 쓸라다가 굳이 문화라고까지 거창해질 필요는 없을 듯하여 지웠습니다.

 

음 일년이 좀 못되는 요사이 제가 계속 이 공간에서 편하게 글쓰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일상의 그것을 차치하고 라도) 피곤함이었어요.

 

이상하다면 이상한 느낌인데 요사이 몇 달 간 계속해서 느끼는게, 인권감수성이 이 공간에서도 무뎌지고 있다는 점,

기본적인 상식과 인격적인(?) 존중,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의 배려. 즉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죠.

 

가장 아쉬운 것은,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 당연한 기본권이!)  왜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고,

소수와 약자가 왜 소수와 약자인지를 또 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하는 것,  이것이 왜 서로 다른 가치와 취향의 차이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피곤함인 거죠.

 

이러한 상식빈곤의 악순환에 참으로 피로가 밀려옵니다.

 

아니요.

전 단지 과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대학교수도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단지 과문하다면, 독서와 경험, 겸허한 자세로 듣는 가르침, 즉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문제는 기본적인 인권감수성, 상식선의 도덕, 어떻게 하면 과연 우리의 균형감각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있는가를 생각할  애티튜드이지요.

(정말이지, 이 게시판이 '지나치게 피씨하다'는 대목에서 저는 절망에 가까운 슬픔(?)을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 생각의 차이?

아니요.

 

피씨함은 서로 다른 가치관이 상충할 때 들이댈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주말을 지내고 느즈막히 간만에 들어온 게시판에서 휴식의 기쁨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 더 잦아지면서 잡담조차 쓰기 주저되더군요.

 

뭐 저만 저 높은 곳에서 고결하게 우아떨고 있는데 당신들은 왜그러냐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게시판에서 신변잡기류의 잡담을 늘어놓는게 써놓는 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완장질'하며 고상한 척 하겠습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6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5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915
113065 미개봉작들에 대한 제 짧은 생각들.... [4] 조성용 2010.11.22 2634
113064 야 금메달이다 [12] Wolverine 2010.11.22 3143
113063 슈스케2의 인기 [16] 꽃과 바람 2010.11.22 3320
113062 오래간만에 한국배우들로 하는 케빈 베이컨 게임. [34] DJUNA 2010.11.22 3393
113061 욕망의 불꽃 괜찮다는 말 취소 [10] 꽃과 바람 2010.11.22 3420
113060 (종료)음악방송합니다.(Indie Pop + @) [5] JnK 2010.11.22 1094
113059 자이언트는 도대체 언제까지 보일러, 보일러... 달빛처럼 2010.11.22 1480
113058 재주소년 티켓 양도 받으실분 계신가요?? - 양도 완료 [1] 2B 2010.11.22 1354
113057 직장 가진 사람들이 대단해 보여요. [10] schwein 2010.11.22 3609
113056 그간 격조했습니다. 그래서... [14] 01410 2010.11.22 3556
113055 씁쓸하네요 [9] 참ING 2010.11.22 2497
113054 쏘우 3D (쏘우 7) 짧은 감상.. (4D로도 감상) [3] Mr.ll 2010.11.22 2270
113053 감기, 다이어트, 감정정리 등등 [1] 바이바이 2010.11.22 1751
113052 [기사] 김문수님의 용비어천가. [17] 고인돌 2010.11.22 2256
113051 EBS에서 한 '학교란 무엇인가' 보셨나요? [3] 김순정 2010.11.22 2478
113050 하츠네 미쿠의 클래식 레파토리 [8] DJUNA 2010.11.23 1945
113049 놀러와의 순기능.. [12] 라인하르트백작 2010.11.23 5522
113048 최소한 온라인에서라도 편견에 공격적이어야 하는 이유 [18] 메피스토 2010.11.23 2980
113047 “야, XXX야, 똑바로 안 해?” 한국볼링 ‘구타 금메달’ [6] wonderyears 2010.11.23 3404
» 인권감수성과 게시판 [8] AM. 4 2010.11.23 27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