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7 14:55
써 놓고 보니 거창하지만, 사실 구직이라기 보다는 자원봉사입니다.
우선 저는 한국어 수요가 많은 더운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온라인으로 하는 한국어 강사 양성 과정을 막 끝냈는데, 마침 제가 다시는 한인 성당에서 로컬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을 맡을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공고가 뜬 겁니다. 이게 무슨 인연인가 싶어서 물어물어 알아봤더니, 조건은 이렇습니다. 일 주일에 1시간 반씩 15주 수업인데, 저 같은 경우는 화요일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반 인원은 20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니까 보수도 당연히 없고, 더 중요한 건 교재도 없답니다. 그냥 멘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다 알아서 하라고 하네요.
제가 걱정하는 건 제가 너무 경험이 없다는 것과, 교재가 없다는 거죠. 강사 양성 과정 수료에 필수 조건이라 어떻게 어떻게 중국 사람들을 모아 국내 한국어 교재로 모의 수업을 했는데, 이 교재가 너무 불친절하더라구요. 그 교재는 일단 한글을 읽을 줄 안다는 걸 기반으로 짜여졌는데, 제 학생들은 아예 읽지도 못했거든요. 할 수 없이 자모음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더 어려울 것 같은 문법 부분은 아예 손도 못 댔구요. 그래서 교재가 없다고 하니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짜서 해야 할 것 같아 좀 막막합니다.
성당 분들이야 당연히 이것은 '신의 뜻'이라며 하라고 하십니다. 주변에서 해 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다행히 우리 애는 14살이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밤에 엄마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잘 하는 걸까요? 전업주부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일단 밤에 나가는 것도 겁이 나네요. 물론, 다 끝내고 나면 엄청 경험이 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보수 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성당에서 교재를 다 준다고 했다가, 이제 사실 교재는 없다며 너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걸 보고 성당에 조금 실망도 했구요.
오늘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데, 쉽게 확답을 못 주겠네요. 하는 게 나을까요?
2015.02.27 14:58
2015.02.27 15:01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간을 줄이진 못하겠지만...아무래도 할 듯. 이렇게 할까말까 고민이라면 아무래도 하게 되겠죠. 일단 엉망이 된 집 좀 정리하고 생각해 봐야겠네요.^^
2015.02.27 15:03
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으신데 지지해줄 만한 조건이 여의치 않아 겁이 나는 상황이신 것 같아요.
이번 자원 봉사를 시작으로 잡을 구할 수도 있으실 텐데, (그리고 그걸 바라고 연수도 받으신 걸텐데..)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관련 일을 해 본 제 경험상...
1) 그쪽에서 교재를 준다고 해도 고생이었을 겁니다.
"여기서 시험문제 다 나와!"하는 책 모조리 외우기 상황이 아니라면, 어차피 가르치는 사람이 모두 재구성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요.
물론 있는 것이 훨씬 마음이 든든하긴 하시겠지만요.
2) 구할 수 있으시다면 영어 교재나 다른 외국어 교재를 구하셔서 그와 유사하게 한국어 버전으로 편집을 해보셔서 조금씩 진도를 나가보시는 걸 권합니다.
2015.02.27 15:09
정확히 제 마음을 집어주셨네요. 그러니까 가끔은 하는 게 좋다는 걸 알아도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주고 또, 도와주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 심정인 거죠. 사실, 모의 수업을 해 보니 생각보다 제가 형편없진 않았지만(^^;), 한글 자모음이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고, 제가 배운 건 정말 소용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좀 절망했었죠. (이건 정말 자격증을 위한 과정이었구나). 조언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2.27 15:14
마음이 있으시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아주 잠깐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해본 적이 있어서 왠지 공감가고 반갑네요.
자음모음을 가르치는 데서 시작할 정도면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재가 아니고 아이들 한글 배울 때 쓰는 그림 많은 교재류를 주문해 써보는 건 어떠실까요?
2015.02.27 15:17
아, 좋은 제안이시네요! 그건 생각 못해봤는데, 괜찮을 것 같네요. 빨리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2.27 16:53
하다보면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어떤 설명을 이해하고 어떤설명을 이해못하는지 파악하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엇을 하고자하는 진심이 있으면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경험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다음번 구직에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다른일에 지장이 없다면 한번 해보시는게 어떨지.
2015.02.27 16:58
감사합니다. 일단 해 보겠다고 연락했고, 한글 카드도 주문했네요. 이제는 하늘에 맡겨야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5.02.27 17:26
2015.02.28 08:08
친절한 제의 감사합니다. 일단 갖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해 보려구요.
2015.02.27 18:00
글쓰신 분 상황에서 하는 게 나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학생때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외국인 두 명을 대상으로 1:1 과외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나서 한마디 보탭니다. 문법적 기초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어휘나 표현을 가르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요, 우리가 문법 생각없이 써왔던 기초 중의 기초를 가르치는 게 (비전공자 입장에선) 꽤 어렵더라고요.
2015.02.28 08:10
제가 느끼는 게 바로 그거였죠. '-이',라던가 '-가'에 대해 설명한다던가 할때요. 그래서 걱정이긴 한데 걱정만 하면 아무 발전이 없을 것 같아 미친 척하고 일단 한 번 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러다 후회하는 건 아닌지...^^;
2015.02.28 01:54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한번 더 수업을 하시면서 학생? 들이 원하는 바가 내가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과 어느정도 충족이 되는지 확인을 해보시는것도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무슨 자격증 시험을 위한것도 아니고 일반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배우는것 같은데 만약에 그들이 원하는것과 본인자신이 가르치고 싶어하는것이 어느정도 일치하지 않는다면 양쪽 다 고생이겠죠. 가르치고 싶은것을 못가르치는 강사님과 배우고 싶지 않은것을 배우는 학생들처럼요.
일단 두 양쪽이 서로의 욕구가 맞는다면 거기에 따라서 코스를 계획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가르치시고자 하는 열정이 있으신것 같으니 학생들이 요구하는바와 어느정도 맞으면 잘 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015.02.28 08:11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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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마음대로 이끌어나가고 실험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시간 반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요령이 있으면 1시간 내외로 조정할 수도 있고요-나중에 무슨 일을 하실지 모르지만 은근 경험이나 경력 무시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