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래 글 보고 다시 떠올랐습니다. 저도 마크 로스코전 갔다 왔거든요.

애초에 그런 작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문동 겨울호 김연수 작가 단편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읽고 처음 접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온 그대로 구글에서 Mark Rothko Japan 이라고 쳐봤어요. 대충은 어떤 그림인지 알게 되었죠. 3개월전부터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색채와 크기가 내게 말을 거는 느낌. 내가 모르던 색은 하나도 없는데, 알고 있던 색들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유화 특유의 덧칠한 두께감 없이 그저 색과 색의 형태.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홍보가 아니라 강요였어요. 키워드는 크게 '눈물'과 '스티브잡스'였는데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란 카피부터. 그림을 보고 뭔가 느끼는 바가 있다면 울어라. 진심이라면, 스티브잡스를 좋아한다면 너는 울 수밖에 없다라고 압박하는 듯한. 추상미술이라서 더 그렇게 홍보하는 건지. 벌거숭이 임금님 우화가 자꾸만 떠오르며 불편했어요. 제가 갔던 날은 주최측 회사 대표인 걸로 아는, 김범수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로스코채플 재현한 방에서 설명과 공연을 하더라고요. 자꾸 얼마짜리라고 얘기하고.. 음악과 현대무용. 그 좁은 공간에 방송국 카메라와 조명, 관계자들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폰을 꺼내 공연을 찍고 있고 정신없더라고요. 콘서트장인지. 마크 로스코는 관객과 그림 사이엔 아무 것도 없어야 한다고 자기 그림은 관객들에 의해 완성된다면서 그림이 걸릴 환경, 조명, 음악, 관람객과의 거리, 분위기까지 엄격하게 따졌다던데. 흠. 그러는 와중에 아직 공연중인데도 김범수 아나운서의 한마디. 

"어떻게 마크로스코의 영혼이 느껴지시나요? 느끼고 계신가요?" ...


전시 갔다와서 김연수 단편 다시 읽어봤어요. 그 때는 울었어요. 마크로스코전의 기억마저 미화되었고요.







2. 작년 4월 시청 앞 광장에 가서 조문했을 때입니다.

5명씩 딱딱 줄 세워졌다가 영정사진 앞에 서니 오른 쪽에 웬 할아버지가

"일동 차렷! 묵념!"


순간 놀라서 하라는 묵념은 못하고 할아버지만 봤어요. "바로" 소리 날 때까지. 여긴 군대도 아닌데 어째서.. 사람이 많으니 빨리 서둘러야 해서 그랬다기엔 낮이라 그리 많지도 않았고요. 설령 사람이 엄청 많았다 한들. 6년 전 5월 조문했을 때에도 사람들 각자 알아서 잘 조문하고 다음 사람 위해 비켜줬어요. 왜 조문하는 마음조차 차렷, 바로! 소리 들어야 하는 건가요. 80년대가 이런 분위기였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그저 슬픈 표정들 뿐이었어요. 저는 분노와 불쾌함이었고. 







3. 이건 우리 수영선생님 이야기에요.

몇달 전 중급반으로 올라가게 되어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젊은 청년인 우리 수영 선생님은 훈훈한 첫인상과는 달리 수업을 훈련처럼 했어요. 원래 중급반이 고급반보다 운동량이 많아야 된대요. 지구력을 키워야 하는 단계라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출발하지 않으면 "빨리빨리 고"라고 재촉을 했죠. 시간 재며 인터벌도 했거든요. 수강생들에게 "발발발발발!!!" 하며 소리쳤어요. 발차기 똑바로 하라고. 제대로 못한다 싶으면 가고 있는 사람 뒤에서 휙 붙잡아 멈춰세우기도 하고요. 


즐거워서 하는 운동인데, 혼나면서 훈련받듯 하니까 초반엔 전혀 즐겁지 않더군요. 본인이 강사란 걸 잊은 건지, 어째 태도가 소위 말하는 '가르치려 드는 자세'에 가까웠어요. 못하니까 수강하는건데, 왜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식으로 훈계조의 설명. 왜 내가 내 돈 내고 혼나야 하는지 의아했죠. 무엇보다 기분 나쁜 건 다름 아닌 호칭. 가끔씩 여자회원들에게 노소불문 언니라고 부르더라고요. "지금 언니 문제점이 뭐냐면, 잘 보세요" 이런 식으로. 남자회원들을 딱히 회원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지만 어째서 여자회원은 언니???


뭐라고 한 마디 할까 말까 하던 차에 하루는 컴플레인 들어왔다고 풀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니 또 안쓰럽더라고요. 상냥한 선생은 아닐지 몰라도 좋은 선생이긴 한데 말예요. 뭘 물어보면 무슨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다 하지? 란 한심한 표정을 짓긴 하지만 한참을 열심히 설명해주고. 설렁설렁 대충 가르치지 않았어요. 단지 강습과 훈련을 좀 착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군대처럼 훈련시키던 스타일도 초반보단 많이 완화됐고요. 아니면 제가 적응한 건지.. 결과적으론 수영 실력도 많이 늘었죠. 영화 위플래쉬 떠오르네요. (하지만 전 천재는 커녕 한마리 플랑크톤에 가까울 뿐인데...) 







P.S/ 결혼식 때문에 대구에 내려갈 예정이에요. 대구를 그렇게 많이 갔어도 여행처럼 들른 적이 없네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대구역근처, 대구시립미술관근처 가볼만한 곳이 있을까요? 미술관이 갈만할까요? 떡볶이? 딸기생크림케익? 뭔가 추천할만 한 게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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