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8 18:27
제목이 너무 거창한듯 싶긴 합니다만, 딱히 센스있는 제목이 생각이 나질 않네요
아마도 직업병인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입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이라는건 분명 위급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 건 틀림없는 일이고
이러한 긴급한 처분은 어느정도는 여러가지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할 수 밖에 없어요.
(예컨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던지, 종교적 이유 등으로 투약을 거부하는 환자를 강제로 치료한다던지)
국가단위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건 당연히 예측 가능한 것이고
이러한 위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법령을 사전에 갖추어 놓아야 겠죠
그럼 우리나라에 그런 법이 없느냐?
있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라는게 있어요
흔히 말하는 '법정전염병'이라는 걸 정해놓은 법입니다.
대충 훑어봐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인의 신고의무라던지
의심환자에 대한 격리조치, 역학조사 등등이 제법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 법이 적용되려면 법률 자체에 기재되어 있는 질병 이외에는 '보건복지부 령'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가 필요합니다.
"제4군감염병"이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 감시대상 감염병"이란 세계보건기구가 국제공중보건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감시대상으로 정한 질환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감염병 중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감염병을 말한다.
근데 이거 안했네요.
따라서, 지금 온 나라가 메르스 때문에 난리임에도 불구하고,
저 법에 나와있는 강제조항은 모두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메르스는 저 법 적용대상 질병이 아니거든요.
늦게 신고한 의료진에 대해서 벌금 부과하네 마네 했던것들도 죄다 헛소리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시를 고친다고 해도 형벌조항은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는거니까요.
의심환자가 아니라 확진환자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 해도 격리처분을 강제할 근거가 없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1호환자가 확진된 시점에서는 고시를 했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많이 늦은거죠. 중동지역에서는 작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했으니 말이에요.
근데 아직도 안하고 있어요.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의견들이 많은데요,
이건 무능을 넘어선 직무유기에요. 거의 범죄 수준입니다.
단언컨대, 이 정부는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법 조문 한가지를 인용하겠습니다.
제6조(국민의 책무와 권리) ①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②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
2015.06.08 18:32
2015.06.08 18:35
매뉴얼 이전에 법조문도 안 읽어 보고 일하는 무능한 놈들이로군요....
2015.06.08 18:48
법치 떼버리고 국가가 맞는가에 관한 의문이 확신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이고요,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 이나라 국정을 운영하는 그분들 누구도 저런 법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에 한표 던집니다.
2015.06.08 19:19
그러잖아도 오늘 점심 먹다가 이 얘기가 잠시 나왔었어요. 다들 그런가? 아닌가? 맞겠지? 이러다가 넘어갔는데 이 글을 읽으니 다시 정리가 되면서 갑자기 머리가 뜨끈하네요.
2015.06.08 19:22
자신에 관한 세법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법무부 장관이 있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무능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록 총리와 같은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는 나라입니다.
2015.06.08 19:32
궁금해져서 피같은 야근 시간 떼어 좀 찾아봤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대응지침에 나온 메르스 정식 명칭이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감염증>인데요.
2015. 3. 26.자 법정감염병 분류 체계 및 신고범위 자료에 따르면, <지정감염병> 중 <급성 호흡기감염증>의 하나로 <사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포함되어 있어서, 메르스가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해당한다면, 적어도 <지정감염병>으로는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떼인돈받아드립니다님이 안 쓰신 감염병 종류 중 <지정감염병>이 있는데 지정감염병의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2조의 강제처분 규정(주거 등에 들어가서 조사, 진찰, & 강제로 입원)은 적용이 안되지만, 나머지 신고의무, 격리 등등 지금 행해지고 있는 것들 대부분은 근거규정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물론 메르스가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해당해야 <지정감염병>이 되는 거고요. 이게 맞는지 한국표준질병분류 부호로 찾아보려는데 바로 못 찾겠네요. 혹시 아시는 분?
+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닙니다.^^
2015.06.08 19:37
법정감염병 분류체계 참고한 링크입니다
2015.06.08 19:45
그런데 지금까지 찾아본 바로는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와 중동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것 같군요ㅠㅠ
2015.06.08 20:04
http://www.cdc.gov/coronavirus/about/
권위있는 문서는 아니지만서도, 링크의 두번째 질문 보시면 <메르스>도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네요.
결론: 메르스는 법률상 지정감염병이다.
현재 행해지는 조치들 대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42조가 정한 특정 강제처분을 제외한 것들에 해당해서, 격리, 입원, 관찰, 역학조사 등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 말이 그 과정에서 감염인들이나 감염 추정자들에 대한 조치에 아무런 법적, 인권적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5.06.08 20:13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법률상 지정감염병을 정하는 '지정'의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통상은 보건복지부 지침이나 고시로 합니다만), 2012년경부터 보건복지부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 계속 감시(모니터)해 온(댓글 다느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사이트를 이 잡듯이 뒤진 결과ㅠㅠ) 메르스가 지정감염병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간만의 야근이 참으로 하기 싫은 게지요... 도배는 그만 하겠습니다. 꾸벅.
2015.06.08 20:34
익명이야 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도 이해는 갑니다만,
지정감염병으로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KCD코드가 J02.8&B97.2, J03.8&B97.2, J12.8&B97.2,J20.8&B97.2,J21.8&B97.2로 되어있는데요
이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인두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편도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폐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기관지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세기관지염 이런 것들인지라, 코로나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한 증상별로 분류가 되어 있을 따름이고,
동종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SARS가 U04.9 코드가 부여되어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로서 국내에서 저런 증상을 수반하지 않는 메르스의 KCD코드는 B34.2로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병원에서 메르스의 진단코드를 뭘로 적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하긴 합니다.
그리고 설사 지정감염병에 해당한다고는 해도, 원글에 적은것처럼 1호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에 적어도 4군감염병이나 who감시대상 감염병으로 정해서
적법한 강제처분인 제42조의 적용대상으로 삼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06.08 20:41
그렇군요. 사스가 별도로 분류되고 있다면 메르스도 따로 분류되는 게 맞을 텐데요.
혹시, 감염병 예방 관리법 적용대상이냐에 대해서 누가 문제 제기하더라도 복지부는 어물쩡 넘어갈 거라는 데 오백원 걸겠습니다.
오늘 들은 얘기로는 복지부인가 질병관리본부인가에 근무하는 변호사들이, 요즘 매우 바쁠 것이라는 세간의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없다고 하네요. 허허.
2015.06.08 20:53
오백원 받고 오백원 더.. 하려다 생각해보니 같은쪽으로 배팅해서는 내기가 안되겠네요 ㅋ
2015.06.09 00:33
퇴근해서 심심하길래 좀 더 찾아봤는데요,
메르스가 처음 보고된게 2012년 사우디에서라는데,
2011년판 지정감염병에도 "사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있는걸로 봐서는 현재 MERS는 지정감염병도 아니라고 보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http://www.lungkorea.org/bbs_pds/viewbody.php?code=pds2&page=92&number=1318&tid=1318&keyfield=&key=
뭐...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다"라고 우긴다면 할말이 없긴 합니다.
2015.06.08 20:42
추가하신 부분: 동의합니다.
2015.06.08 23:22
몇 달 전 대만 여행 다녀온 지인이 그 여행 전 검역소에서 메르스에 관한 안내서를 받았다고 트윗에 올렸길래, 그래도 메르스에 대한 인식은 있었단 말이냐!!! 그래 놓고 이 난리가 나게 만든단 말이냐!!! 그러면서 분노가 더 치밀었었는데, 메르스 안내서를 만들면서 지정감염병 고시를 안 했다는 건가요? @.@ 지인이 트윗한 그 안내서 작성 기관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였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707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5626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5541 |
» | 과연 이 나라는 법치국가가 맞는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16] | 떼인돈받아드림 | 2015.06.08 | 3229 |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울러 답답함도 같이 몰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