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0 12:06
디자인 관련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내가 최고야 내가 이건 세상에서 제일 잘 해 이런 마인드가 없으면 오래 버티기가 힘듭니다. 흔히 근자감이라고 하는 그것이죠.
100% 계량화된 객관적인 평가라는게 나올 수가 없는 거라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계속 살아남기 위한 비대한 에고와 강한 멘탈, 두꺼운 인두겁이 필수요소가 됩니다.
신입때 아무리 여리고 양심적인 젊은이였을지라도 10년 넘어가면 다들 살모사 수준이 되고 20년 넘어서도 버틴 사람들은 아나콘다 킹코브라 이무기가 다 덤벼들어 물어 뜯어도 살아남을 정도로 독기가 강해집니다. 해서 제일 먼저 정상적인 사람들 착한 사람들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 인성이 바른 사람들이 학을 떼고 이 바닥을 떠나게 됩니다. 남는 건 티라노 시라소니 암사마귀같이 1:1 싸움에 강하고 무리를 짓지 않고 주변에 적 밖에 없는 독종들, 혹은 엉덩이가 무겁고 멘탈이 휘발해버려 아무리 창으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는 코끼리 피부에 나무늘보 속도로 고래처럼 사무실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둔감한 사람들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은 한가지 타입으로 가지만, 두 가지 기예를 같이 공수겸장한 사람이 가끔 나오는데 이런 사람은 이 바닥 내에서도 상종못할 인간이라며 욕을 먹지만 동시에 거장이네 교수네 대표네 하며 아랫 것들의 경원과 경외와 질시를 한 몸에 받게 되지요.
이리 되는 원인에는 크리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물어 뜯고 치고 박고 싸워 살아남는 새끼만 길러내는 교육방식도 한 몫 합니다. 한 수업 내에서도 저놈을 끌어 내려야 내가 올라간다는 마인드로 서로 날을 벼린 질문들로 찔러서 피를 덜 흘리는 놈이 살아남는 식으로 5년 이상을 지내고 사회에 나오면 일반인들은 이해 못하는 사고회로가 뇌에 기본탑재 됩니다. 농담도 남을 까대고 비하하는 걸 베이스로 하고 자학개그를 거기에 끼얹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고, 뒷다마까는 건 일상이죠. 이런 기조는 업무적으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기본적으로 더러운 사회의 더러운 부분에 속하는 일에다 세뇌를 통해 대량 제조된 소시오패쓰들을 들이붓고 수드라 부리듯 하게 됩니다. 노동법 따위는 엿이나 먹어라가 기본이고 담합에 정치자금에 세금낭비에 접대에 밤샘에 무한경쟁에 시달리다 보면 난파선 위에서 낙오자들을 뜯어먹으며 질긴 생명선을 부여잡고 죽어라 매달리는게 삶의 전부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제 정신일 수가 없는 사람들만 살아 남는 곳이 이곳 입니다.
2015.06.20 12:37
2015.06.20 13:41
조롱과 비하의 의미로 정신병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사고, 혹은 다른 정신과적 장애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베베른님의 문제제기에 공감하구요, 굳이 병적인 심리를 지적하고 싶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인격장애나 아니면 성격파탄 정도로 바꾸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4&document_srl=12477557
2015.06.20 14:16
누군가를 조롱 비하할 의도가 윗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그냥 쓰겠습니다. 지적과 링크 감사합니다만 베베른님이 누구신지 모르는데다 그걸 알기위해 굳이 저 링크글을 읽어볼 생각은 안드네요. 게다가 제게는 정신병자나 인격장애자나 성격파탄자나 그게 그거 같은데요?
2015.06.20 15:58
알고 싶지 않다는데 이런 말을 하는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링크한 (짧은) 글을 올리신 베베른님—참고로 링크한 글 외에 저도 잘 모르는 분입니다—은 정신과 의사 (또는 간호사?)이신 것 같고, 링크한 글의 내용은 우울증/불안장애/자살사고 같은 (주변에 막대한 민폐를 끼치는 인격장애와 비교해서 남에게 피해를 훨씬 덜 주는) 정신과적 장애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이 이 게시판에 종종 글을 올리시는데, 그분들이 상처입지 않겠느냐는 요지의 글입니다.
(참고로 괄호 안에 파란색으로 쓴 건 제 해석입니다.)
2015.06.20 23:59
아무튼 환경이 거칠어서 그럴 수 있다는 분석은 잘 읽었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2015.06.20 13:44
후미..
2015.06.20 15:01
제가 있는 곳도 칭찬이 적은 곳입니다. 예전에 교수님 한분이 논문을 썼을 때 아무도 아무말을 안하면 그만큼 잘했단 이야기이거나 정말 형편 없다는 말이거나 하신적 있습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무서울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박사 학위 발표때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반 걸리고, 스웨덴에서는 어느 누구나 방청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를 모르시는 부모님들은, '네가 잘한건 하나도 없단 말이니?' 라고 물어보신 적도 꽤 있습니다.
저희 부서만 해도 2주에 한번씩 세미나를 하는데 보통 부서원이 지금 쓰고 있는 논문들 (article)을 읽고 크리틱주는 게 주요 세미나 활동입니다. 처음에 다들 박사과정 시작할 때는 이런 문화에 대해 반감을 느끼다가도, 지내다보면 이게 사람에 대한 지적이 아닌 production 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나쁜면에서) 생각하면 이런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제작년에 새 박사과정을 뽑았을 때 (여기선 박사 과정은 월급받는 직원입니다) 지도 교수 모임에서 이 새 박사과정들은 우리 문화를 모른다는 것, 우리 문화에 좀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좀더 긍정적인 면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등,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맞추었고, 그 뒤로 지난해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하는 직원 조사에 따르면 3년 전 조사보다는 부서원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결과가 놔왔습니다. 다른 부서 사람들도 저희 부서 세미나 분위기가 참 좋다 라는 말을 해서 굉장히 자긍심을 느껴요.
힘들지만 모든 일원이 노력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게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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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무섭네요 꼭 저기만 그런건 아닐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