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반말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ㅠㅠ

2014년 12월 초반의 영화일기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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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5-

 

12월 2일 잉마르 베르히만의 침묵

12월 3일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

12월 13일 장 뤽 고다르의 경멸

12월 15일 스탠리 크레이머의 뉘른베르크의 재판

 

0. 시험은 다 끝났고, 글 하나 쓰는 것만 남았다. 기말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영화 잘 못 봄... 이제 영화관 영화도 슬슬 따라잡아야 할 듯. 결국 보이후드 영화관에서 못 봤네;

 

1. 잉마르 베르히만의 침묵을 보면서 생각한 건데 난 요즘 말이 별로 없는 흑백영화가 좋다. 더 소화가 편한 느낌. 이 사람 '산딸기'은 사실 말이 좀 있는 영화인데, 이 침묵은 어차피 이 영화 봐도 전체적으로 이 영화 안의 인물들을 어차피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 그런데 그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 자체가 좋았다. 뭐 그렇게 인물들을 이해하야 하나 싶어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남겨두는 그 여유가 좋았다. 이 영화 보면 으르렁거리는 자매가 나오는데, 이 자매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건지 영화 보면서도 결국 알 수 있을 듯 말 듯 하다. 그런데 뭐, 원래 다 사람 관계가 그렇지. 그 당사자들 아니면 미칠 듯한 증오도, 광기 같은 애정도 타인은 결코 알 수가 없을 거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시선은 결국 그 아들의 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아이처럼 어른들의 알 수 없는 관계에서 오는 정서들을 비현실적이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무언가 이해가 되지는 않는 이미지들로 보면서 남기는, 그러한 시선이었을라나...

  보통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한다. 육십년대 영화나 뭐 소위 그런 예술영화들 보면 머리 아파진다고. 뭐, 그렇게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가끔 있지. 예리한 정신이 살아있는, 라스 폰 트리에 같은 인간들 작품 보면. 그런데 꼭 그런 이성을 사용해야 하는 영화만 아니라 감각을 자극시키는 영화들이 있다. 머리 굴릴 필요 없이 가만히 앉아서 느끼기만 해도 되는 영화. 그런 영화가 좋다. 그게 사실 가장 편해 볼 때는.

 

2.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를 보았다. 내가 이거를 갖고 리메이크한 나인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거 영화관에서 보고 진짜 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니콜 키드먼, 소피아 로렌, 케이트 허드슨, 퍼기, 페넬로페 크루즈에다가 남자주인공 역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였는데...내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영화를 잘 안 봤는데 진짜 완전 이 영화 때문에 무언가 비호감이 될 정도였다... 원작 보니까 진짜 이건 원작을 아주 쓰레기로 만든 케이스였다.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는 진짜 잘 만든 영화였다. 진짜 어떻게 보면 이렇게 솔직한 영화도 없을 것 같기도. 뭐 딱히 좋은 영화 구상은 없고, 그냥 단지 흐릿한 이상적인 여자 이미지만 가진 채 여러 여자들을 대상으로 욕망도 채우고, 편안함도 채우고 하면서 느슨하게 살아가는 영화감독 이야기. 그런데 그 느슨함이라는 게 웃기게도 다음 작품에 대한 압박이 불러오는 긴장 때문에 팽팽해져서 드러나는 이완작용 같은 거랄까. 아, 근데 정말 맨 마지막에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몇 분 나와서 치는 대사는 정말 아름다웠어. 그녀의 얼굴을 난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눈이 좀 쳐졌어. 목소리도 좀 걸걸하고. 그런데 이기적이고 대책 없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한테 가장 경종을 울리는 존재로서 솔직하게 지적질해주는 걸 보면서, 아 무언가 진짜 페데리코 펠리니가 자기가 만든 캐릭터의 처지도 잘 이해하고 있고, 그거를 어떻게 극복하는 결말로 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도 잘 보여준다는 느낌. 의외로 엄청 어려우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그런 영화였다. 이런 식으로 짧게 이야기하기는 어쩌면 힘들 수도. 

  

3. 장 뤽 고다르의 경멸... 이게 정말 좋았달까... 장 뤽 고다르는 나한테 좀 편차가 큰 감독인데... 누가 진짜 브리짓 바르도 가지고 이런 영화 만든 장 뤽 고다르가 대단하다고 하던데 완전 공감가는 말. 어찌 보면 진짜 통찰이 담겨 있는 영화야. 게다가 구성도 영화 안에서 이야기되는 고대 그리스식 비극처럼 고전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거품은 사라지고 현실의 때가 남아선, 그것 때문에 추해지면 이제 경멸을 받게 된다. 이 사람이 슬픈 여자 이야기 할 때 가장 내가 재미있게 보는 것 같기도. 

  프리츠 랑이 감독 역할로 나온 건 꿀재미였음.

 

4. 스탠리 크레이머의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배우진도 매우 출중. 내가 아는 배우만 해도 버트 랭카스터, 마를렌 디트리히,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나오는데, 몽고메리 클리프트 연기 인상적이었음. 이 영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일 지역에 간 미국 판사가 나치와 관련된 활동들을 했던 판사들을 대상으로 재판을 한다는 내용인데, 어떤 사람 입장에선 이게 나치 합리화라고 보는 것도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영화 만드는 사람이 그렇게 이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고민해서 만든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물론 일본 입장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하면 내 감정이 개입될 것이라서 다르게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어떻게 다루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 안에서 나오는 독일측 변호사의 이야기는 어쩌면 정말 그래서 더 깊게 생각해 볼 문제들이다. 어떤 폭력적인 짓을 하는 존재들의 정신에는 방관하는 자들이 옆에 있고, 그것을 묵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물타기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물타기하려는 범죄자의 고함이라고 하기에는 ... 그렇다고 하기에는 방관자이고, 그 권력을 구성하게 한 사람들이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과연 면죄부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다. 영화의 결론도 결국 그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선고하고 있고...

  이런 영화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런 마음이 들어서.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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