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왔더니

댓글 많이 달려있어서 부끄럽고 그러네요.

역시 이런 떡밥은 건드리는게 아닌데...

 

그냥 가감없이 제 생각을 얘기해보고 싶네요

 

 

십여년 전 일이네요.

언젠가 술먹으면서 동성애자인 친구와 얘기를 나눴죠.

그 친구가 저한테 커밍아웃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전 모든 차별을 반대하고 연대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당연히 지지한다고 얘기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말하길

'니가 양성애자가 되지 않는 한 동성애자와 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둘 사이에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강이 흐른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깨달았죠.

청소년기부터 그 문제로 수없이 고민해왔고

저 같은 사람도 여러번 만나봤지만,

결국 같은 동성애자가 아니면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당시엔 제가 열혈청년이었기에 

어쨌든 같이 싸워줄게 그랬어요.

정체를 드러내기도 싫은데 싸우긴 뭘 싸우냐 그러더군요

피식 웃고 넘어갔었습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걸 그때 알았죠.

 

 

동성애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며, 정상 비정상으로 나눌 문제도 아니죠.

전 다른 동성애자야 어쨌든

내 자녀만은 성적 소수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런 성향을 타고 났거나, 혹은 그런 성향을 보인다면

그 성향을 적극적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할 무식한 멍청이에 근본주의 꼴통 계몽주의자일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만 자유주의를 떠들고, 내 자식에게는 권위주의자에 불과한 것이겠죠.

 

전 어머니 아버지 나의 핏줄이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에 대해서 약간의 책임감도 갖고 있고

유교적인 일부 전통들에 대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동양의 음양사상을 좋아하고

우리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기계라는 생각에도 동의하며

인간이 이렇게 생겨먹은건 이성애를 해서 자녀를 낳고 널리 번식하기 위해서 진화해왔다고 믿는 편이예요.

물론 그렇게 진화해왔다는게 진리라고 가정할지라도

과정을 근거로 옳다는 가치판단을 바로 해서도 안되고

우리가 진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개체중심의 근대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그게 뭐 어때서? 내 마음대로 할거야'

라고 반박 할 수 있죠. 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노력해도

육체적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정신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게 

더 유리하고 이롭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렵습니다.

동성애보다 이성애가 훨씬 유리하고 선택할 수 있거나 바꿀 수 있다면

이성애를 개발하고 장착해라.

동성애보다 이성애가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훨씬 유리하고

너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면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와 동시에 나의 정체성을 투영해보고 싶을 수 있는거죠.

적어도 내 자식에게는요.

이성과 결혼하고 자손을 생산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녀의 동성애가 탐탁치 않아서 그에게

'혹시 그건 혹시 잘못된 것일 수도 있으니 고쳐보기 위해 노력해보지 않을래?'

라고 말해보고 싶은것이 그렇게 무식한 시도일까요?

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오히려 진실한 자기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육체적 하드웨어니, 유리하다느니, 잘못이라는 말들이

주류의 편견이며 굉장히 폭력적이고 동성애자를 핍박함을 저도 압니다. 

그래도 솔직한 생각을 가감없이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기분 나쁘셨을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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