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네요. 다큐멘터리입니다.
미니멀 리스트이자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던 질 샌더의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챤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 받는다.
모두가 주목했지만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않았던 그의 첫 오뜨 꾸뛰르 컬렉션까지 남은 시간은 단 8주.
처음 맞춰보는 아뜰리에와의 호흡은 쉽지 않고, 크리스찬 디올의 무게는 그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패션계의 흐름을 바꾼 명 컬렉션이 탄생하는데…
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마감이 있고 팀웍을 하는 직업이라면 굳이 패션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았어요.![017-dior-by-raf-simons-theredlist.jpg](http://theredlist.com/media/database/fashion2/history/2000/dior-by-raf-simons/017-dior-by-raf-simons-theredlist.jpg)
(이런 옷들이었어요)
까다로운 결정권자와 친절한 그의 조수, 믿고 맡길 수 있는 프로덕션 그룹(재봉사?)으로 짜여진 팀이었는데 부러울만큼 이상적이더라구요.
(흔히 만날 수 있는 팀은 온화한(척하는) 리더와 그의 까탈스러운 조수, (희생하는 뛰어난 한 두명 덕분에)믿고 맡길 수 있는 프로덕션 그룹이죠)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그래도 계속 생각나는건, 마감(?)을 앞두고 드레스 한 벌을 바꾸자는 디자이너의 제안이었어요.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드레스를 바꾸자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수석 디자이너와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압박감이 있지만 따를 수 밖에 없는 프로덕션 팀의 미묘함이 좋았습니다.
팀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꽤 많았거든요. 마감을 앞두고 조타를 돌리는 건 마치 PT를 받는 것과 같아요. 셋 둘 하나, 두개더! 한개더! 한개더! 하는 느낌이죠.
주로 프로덕션팀에 있는 저로서는 재봉사의 입장만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데, 방향이 돌려진 프로젝트에 뛰어들기 전에 속마음은 항상 이래요.
'이건 너무 무리한 스케줄이라서 당신 때문에 짜증이 온몸에 가득해요. 하지만 나도 당신의 결정이 우리 프로젝트를 더 좋게 만들 거란 걸 알아요.'
죽어라 고생해놓고 before & after를 비교해보면 before가 그렇게 초라해보일 수가 없어요. 그럴때마다 난 더 커야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쉬웠던 건 결정의 문제였겠지만, 디자인 단계가 굉장히 많이 축약되어 있고, 프로덕션 단계가 주로 보여졌다는 건데, 그건 사실 이대로도 좋았기 때문에 뭔가 디올앤아이 1-2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암튼, 재미있었어요. 패션디자인에 업을 두는 분들이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할 것 같더라구요.
이 글 읽고 보고싶어졌어요. 내일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