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2 00:27
티비를 잘 안보는 데, 올 해는 생각치도 못하게 시간이 많이 생겨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 극장, '오 나의 금순' 입니다.
강원도에서 민박집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남편은 도예 전공하고
회사에서 일 하던 분인데 그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강원도에 집을 사서
오는 손님들에게 도자기 굽기 체험도 하는 그런 민박집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게 주 내용입니다.
별 내용은 없어요.
손님이 오기 전에 부지런한 남편이 화장실 청소가 제일 중요하다며 화장실을 손으로 박박 문질러 닦고 선풍기를 틀어 물기를 말리고,
부인은 광목 천으로 직접 배갯니와 이불 호청을 만듭니다.
마당에는 이 부지런한 부부가 열심히 가꾼 나무와 꽃들이 많구요.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시어머니가 와서 같이 손님들의 식사를 만듭니다.
손님이 없는 주중에는
가까운 곳으로 온 가족이 캠핑도 가는데 그만 비가 내려서 일찌감치 텐트를 접고 집으로 돌아와요.
또 한 달에 한 번은 손님들이 만든 도자기를 구워서 집까지 보내주기도 하구요.
기승전결이 없고, 기-전이 5화 연속 심심한
듯, 아닌 듯 계속되는데 다 보고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정화되고 의욕이 생겼어요.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강원도에 가야겠다 이런 건 아니고,
그냥 몸이 안좋다고 내버려뒀던 집 텃밭의 오이, 토마토 한번씩 더 들여다보고, 미뤄뒀던 꽃 씨도 뿌리고, 찬장의 그릇 정리… 이런 것들을 했습니다.
주인공인 부인, 금순씨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5화 내내 카메라를 직접 보고 얘기하지 않아요.) 분인데
눈, 코, 입이 큼직하여 또릿한 인상의 미인이 아니라,
가는 눈, 날렵한 코, 깨끗한 피부에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흐릿한 인상의
미인입니다.
굳이 예를 든다면 심은하과라고 할까요. 말도 굉장히 조근조근 조용하십니다.
이 분을 보고 제 주위에
비슷한 흐릿한 미인 여러 명이 떠올랐어요.
외모만 그런게 아니라, 말투도
조근조근, 좀 성당 언니 같은 분위기를 가진 지인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