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공부를 좀 했었습니다. 영업을 한 건 아니고…현재 재직중인 회사에서 보험 일을 알아야 처리 가능한 업무를 맡을 일이 있어서, 보험에 대해 배우고 또 시중의 보험상품들을 여럿 분석해보게 됐는데요. 알고나니 시중에 판매되는 보험상품들에 좀 짜증이 나더군요. 거의 사기에 가까운 보험상품들, 작은 글씨로 사람 가지고 노는 보험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특히 홈쇼핑보험들요. 저걸 말이라고 하냐, 생각하면서 방송을 보다 저기에 속아 가입하는 사람 상당수겠구나, 생각이 들자 갑갑하더군요. 금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복잡한 보험약관 읽을줄도 몰라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상품을 파는 기업이 그걸 적극 이용해먹으려 들면 곤란합니다.

 

보고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 최근 모 홈쇼핑에서 판매된 D사의 암보험이었습니다. 일단 소구점(소비자들을 혹하게 만들만한 상품의 특징적인 장점)이 세 가지더군요.

 

-모든 암 보장

-최대 1억 보장

-저렴하고 인상 없는 보험료

 

뭐, 보기엔 좋아보이죠. 실제로 싸긴 무진장 싸더군요. 40대 남성이 그 금액이면 정말 싼 거거든요. 제 나이대엔 2만원 안쪽으로 보장이 되더군요. 문제는 ‘모든 암 보장되고 금액도 최대 1억인데 보험료는 이렇게나 싸다’는 문장을 만들기 위한 구색만 잔뜩 만들어놨다는 거. 무슨 얘기냐, 일단 저 말 자체가 거짓말은 아녜요. 하지만 거짓말만 아니다 뿐 맞는 말도 아닙니다. 보통은 고액암이 1억이면 흔한 암(보험사들은 ‘일반암’이라고 표현을 합니다)은 5000만원정도로 설계를 해요. 그런데 해당 상품은 위암 유방암 등 정말 강력한 대비가 필요한 암들의 보장액은 2천만원입니다. 갑상선암처럼 치료가 간단한 암들은 그야말로 ‘이것도 된다’며 발 끝을 걸치는 수준이고요.

 

‘싼 값이니 그만큼 보장이 덜한 건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일반암 고액암 특약 특정암 소액암 이런 말 줄줄이 꿰는 고객, 없어요. 약관 읽어보는 고객 드물고요, 콜센터 상담원의 안내는 고객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녹취 남기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알면서도 그것을 적극 이용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불완전판매를 알고 어느 정도 유도하는 건 아주 비열한 상술입니다. 아닌 말로, 1억원 보장해주는 보험에 든 사람이 위암에 걸렸다 칩시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그나마 기댈 희망은 보험밖에 없는 상황에서, 1억으로 알고 가입한 보험의 보장액이 2천만원이라는 안내에 어느 고객이 기꺼이 수긍을 하겠습니까.

 

사례는 이 뿐이 아닙니다. 다른 모 홈쇼핑의 모 보험사 상품의 경우, ‘가장인 당신이 다쳐도 크게 보장, 아파도 크게 보장’을 홍보하더군요. 사람 몸에 관련된 보험 자체가 사실 저 둘 중 하나입니다. 아프거나, 다치거나. 결국 저렇게 말하면 ‘다 보장 보험’처럼 들릴수밖에 없는데, 함정이 있더라 이겁니다. 다쳤을 경우는 차라리 괜찮아요. 장해지급률에 따라 일정액이 보장되고 80퍼센트 이상 장해시 10년간 생활비 지급. 문제는 질병. ‘장애등급’에 따라서 보장되도록 하는 개꼼수를 쳐놨더군요. 쉽게 말해 이렇습니다. 어느 부위에 암이 걸리는 건 보장이 안 돼요. 하다못해 말기여도. 대신 암 부위를 잘라내고 도려내고 하면, 그리고 고객이 고령이라 어디 다른 데 장애가 함께 있으면 장애 등급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보장을 해 준다는 거. 그런데 여러분, 상식적으로 ‘암에 걸렸을 때 보장’이 아니라 ‘암에 걸려 장애인이 되면 보장’,이게 과연 정직한 상품일까요?

 

물론 모든 보험이 그런 것은 아니고, 또 보험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꼼수 영업, 특히 홈쇼핑사들의 능구렁이 영업은 이제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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