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ody knows

2015.09.08 02:32

Kaffesaurus 조회 수:3172

9월 첫주 공기가 다르다. 우리 택시 탔어요란 메시지를 받고 시간을 계산해서 입구문을 행해 나가자 그들이 탄 택시가 딱 맞추어 도착한게 보였다. 택시에서 내리는 손님은 네명, 가넷 (교수님)이 택시비를 내는 동안 테리, 미리암, 셀다가 나를 보자마자 다들 팔을 벌려 인사를 하고 어떻게 지냈니? 지금 어떠니? 라고 묻는다. 남들이 보면 그냥 하는 인사 같이 보이겠지만, 내가 지난 번 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그리고 이들이 나의 그때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질문은 그냥 인사가 아니다. 내가 좋아요, 라고 대답하자 그 대답을 들으면서 내 눈을 찾는 그들의 눈. 무엇을 보았는 지 다들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다행이다, 정말 좋아보여 라고 인사했다. 그 다음은 가넷. 어떻게 지냈어? 좋아요. 지금 훨씬 더 나아요. 교수님도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이신다. 삼일간의 프로그램 매니지먼트 미팅 시작이다. 


내가 가넷을 처음 만났을 때 난 박사과정을 시작한지 1년이 겨우 지났고, 스웨덴어로 강의도 아닌 영어로 강의 해야하는 것에, 나보다 나이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을 때고, 이 석사과정을 함께 하는 네 파트너 대학들이 돌아가면서 주채하는 메니지먼트 미팅에 처음 참가했을 때였다. 여러가지 일로 주눅이 들고 정말 무서웠던 미팅. 미팅이 끝나면 맥주마시면서 가넷과 이야기 하면서 그럼에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다른 파트너 대학 동료들은 특별히 우리 대학에서 미팅을 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했지만 가넷은 다른 여러가지 일로 그래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단 한번도 나를 아이 취급하거나 능력부족한 동료 취급한 적이 없는 그이지만, 라쉬 우베 교수님 장례식이 있던 날, 케나다에서 친구의 장례식에 참가하러 온 그가, 장례식 이후 저녁을 먹은 뒤 잘 가라고 인사하다, 어린 아이한테 하듯 내 앞머리카락을 따라 이마를 만지던 손길을 기억한다.  

내가 이 석사과정 director of studies 를 맏게 되면서 우리는 일년에 한번은 보는 사이가 되었고, 그는 선물이를 몇번 만났다. 2013년 멜번에서 미팅이 있기전 유일하게 그에게만 이혼을 결심했음을 메일로 보냈고, 가끔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혹은 더 나아지고 있는 지 이야기 하곤했다. 미팅이 진행중인 동안 테리와, 셀다, 미리암이 돌아가면서 쉬는 시간 종종 지금 내가 어떻게 지내는 지 물어본다. 다들 다시 한번 몇년 만에 내 얼굴이 좋다, 정말 다행이라고 엄마 목소리로 말하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미팅이 끝난 다음 날 나와 가넷은 둘만의 점심 시간을 따로 가졌다. 전날 미리 이번 점심은 내가 산다고 한 그와 인도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천천히 멜번을 다녀와서 있었던 일, 벵쿠버에 있었을 때도 변함이 없었다는 거, (그때 너 정말 피곤해 보였어) 그리고 지난 겨울과 이번 여름의 일을 만한다. 그는 모든 걸 이해한다. 그리고 선물이 이야기를 한다. 멜번에 갔을 때 우리는 선물이 자폐아 판단을 받은 바로 뒤였다. 그때 그는 나에게, 몇번 보지 않았지만 나와 거북이를 만나면 내가 굉장히 예민하고 힘들어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면서 선물이는 예민한 아이인데 그런 상황에 대한 한 반응으로 언어가 늦어지는 게 아닐까란 게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바로 전전날 다같이 저녁을 먹을 때 선물이를 데려갔는데, 사진기를 주면서 선물이 보고 사진을 찍으라던 그는 지금의 선물이가 얼마나 밝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행복해 보이는 지 나에게 말해준다. 내가 들려주는 선물이 발전 이야기들을 아빠 미소를 하고 들어준다. 

아내가 좋아한다는 감초를 선물로 사고 우리는 찻집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내가 음,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 했더니 응 뭔데? 라고 묻는 그. 할 이야기를 생각하니 기쁨과 어쩔줄 모름이 몸안에서 거품처러 일어올라 웃음이 입가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분이다. S에 대해 말하자 그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온 얼굴에 기쁨을 가득담고 들어준다. 헤어질때 그는 나에게 올바른 선택을 해주어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혼을 생각했을 때,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한테 그리고 한 참 뒤에 동료들에게 말했을 때 내가 좀 놀란 건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이야 보통 내가 어떤 지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별로 사생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동료들 조차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누군가 나보고 네가 점점 더 기쁨을 잃어가는 것을, 선물이 아빠 이야기가 나올 때 예전같지 않은 표정을 하는 것을 보고 있었지. 나는 사실 네가 언제쯤 이렇게 웃음 없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을 건가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어 라고 말했었다. 다들 알고 있었다. 내가 불행하다는 걸. 나만 알고 싶어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금, 다들 알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해도 알고 있다 내가 지금 좋은 순간에 있다는 걸. 그리고 지금은 나도 알고 있다.  


지난 주말, 저녁을 먹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장난으로 그의 발을 건드린다. 나를 보고 미소짓는 그를 보면서, 지금 참 아늑하죠? 했더니 그도 응 좋아요 라고 말한다. 이렇게 단순한 순간이 왜 그렇게 얻기 힘들었던건지. 아니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별거 아닌 것 처럼 지나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어렵게 얻어지는 건지 나는 이제 알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길에 아이가 갑자기 입안에 공기를 머금어 빵빵한 풍선마냥 얼굴을 하고선 뽀뽀를 하자고 한다. 뽀뽀를 하자 바람빠지는 소리가 난다. 둘이 뭐가 좋은 지 마구 웃는다. 선물아 우리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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