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바진의 <차가운 밤>관련 글을 읽고, 어젯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완독한 차여서 떠오른 주제.

 

영화 <어톤먼트>를 보았을 때는 그 서사 자체에 마냥 끌렸을 뿐 전쟁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는 되지 않았는데,

 <속죄>를 읽으니 참혹하고 생생한 전쟁 묘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요즘 시국이 하수상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라, 혹시 소설 속에서 브리오니가 겪는 부상 군인들의

참혹한 몰골과 직접 대면하는 날이 내게도 살아생전에 올지도 모르겠다, 우와, 어떡하지, 진짜 무섭겠다,

이러면서 때아닌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어요. 로비가 겪는 전시상황에 대한 스케치도 마찬가지였고요.

 

<차가운 밤> 같은 경우는 폭격이나 전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실체인 듯 실체가 아닌 듯

멀리서 가까이 다가오는 전쟁의 불길함을 삭막하고 황폐하게 담아냈죠. 결국 둘 다 여러 모로 마음 편히 읽어내기는

힘든 소설이었습니다.

 

한국문학에도 전시문학, 전쟁문학, 전후문학으로 불리는 카테고리가 존재하는데 앞의 두 장르는 좀 생소하고, 

많이 다뤄지는 건 역시 '후일담 소설'이라 불리는 전후문학 쪽이었죠. 이쪽은 적어도 이창동이 소설가였던 시기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작품의 양도 제법 되구요. 저도 전공 공부하면서 이쪽에 속하는 몇몇 작품을 읽어보긴 했습니다만,

제가 위에 언급한 두 소설처럼 전쟁 자체에 대해 실감나게 그려낸 소설이 있었나 싶어요. 좀 더 읽어보고 싶은데 

듀게분들이 알고 계시는 작품이 있다면 리플에 언급을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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