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스쿨

2015.09.09 23:46

차이라떼 조회 수:996

어제는 백 투 스쿨 데이였습니다. 4개월 간의 대학생들의 방학, 2개월이 넘는 초중고생의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강, 개학을 하는 날이예요. 비록 2주간의 브레이크였지만 여튼 저도 새 학기 개강, 딸 아이도 1학년 개학이라 정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방학 동안 늦잠자느라 헝클어진 기상 시간을 바로 잡는 것이고, 둘째 문제는 도시락이네요. 


이곳 학교들은 여러 문제로 학교 급식을 하지 않고 매일 도시락과 스낵을 싸가야 하는데, 해보니까 엄마(부모)들의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네요. 옛날 도시락 두개씩 싸주시던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래도 하다보면 어제 저녁 남은 음식 데우고, 과일 야채 박스 만들어 두고, 미리 스낵 종류 마련해 두고, 아침에 척척척 로보트처럼 움직이게 되는데, 한국에서 갓 온 엄마들은 매일 도시락 뭐해야 되는지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재밌는 것은 대학이나 직장에 가도 주변에 식당이 없는 곳이 많아서 어른들도 도시락을 많이들 싸갖고 다닌다는 겁니다. (식당이 있어도 비싸서 외식은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아침에 아이 것과 제 것을 싸고요, 아이 둘에 맞벌이 하는 집 엄마들은 아침에 도시락 네개... 옛날에 박노자님 책에서, 노르웨이 대학에선 교수나 학생이나 똑같이 청바지 입고 자전거타고 학교와서  점심엔 도시락 까먹으면서 공부한다고 글을 읽었을 때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는데.. (사실 엄마들은 힘든거였어 ㅎ)..  


여튼 지난 주부터 취침 시간 당긴다고 조절도 하고, 도시락 준비한다고 장도 보고 반찬도 만들어 두고, 코스트코 가서 스낵이랑 야채스틱 종류도 쟁여놓고, 문구점에 가서 백투스쿨 할인하는 문구류도 장만하고 여튼 바쁘게 보냈습니다. 옷가게에서도 백투스쿨 할인 행사를 많이 하는데, 한국에선 직장다닌답시고 계절 바뀔 때마다 아울렛 가서 정장 몇벌씩 사두고 하던 제가, 이곳에 와서 새 옷을 안 산지가 어언 2년이 다 되어 가네요. 딱 한번 밸류 빌리지 백투스쿨 세일 때 갔는데 오후에 수업 끝나고 갔더니 다 팔려서 옷걸이가 텅~ 비었어요. 밸류 빌리지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세컨핸드숍입니다. 이 곳에 중고옷, 책, 장난감, 그릇 등등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세컨핸드숍이 많다는 것이 생활의 큰 기쁨입니다.. 


아이는 어제부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역시 입학식같은 겉치레(?)는 간단히 건너뛰고, 체육관에 모여서 담임선생님이 이름을 불러주시면 같이 줄서서 엄마랑 빠이하고 교실에 입장하는 것으로 1학년 첫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어와 불어를 반반씩 배우는 프렌치 이머전이라는 코스로 보냈는데 어째, 적응을 잘 해줄지는 모르겠어요. 아이가 힘들어하면 영어 코스로 바꾸어 주려고 합니다. 아이 반 선생님은 마담 디어, 영어반은 미스 루이스였지요. 저는 미스, 미즈보다 마담, 마드모아젤이 느낌이 좋더라고요 ㅎ 전에 다니던 학교는 인도인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새 학교는 그래도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여있고, 동아시아계도 간간이 보이더군요.. 아이는 그래도 한국 친구가 있기를 바랬다고 하더라고요. 이 동네는 한국인이 거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봄꽃이 피어나는 3월에 개학하는 한국 스타일이 맞는 것 같은데, 이곳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고 하니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사실 곧 쌀쌀해지고 겨울이 올 것이므로 마음이 개운하고 좋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영미권 나라에서 9월 학기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한국도 거기에 맞추려고 학기제를 바꾸려고 하다가 반대에 부딪혔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 나라는 워낙 겨울이 길고 추워서 경제활동이 많이 위축되므로 여름에 생산적인 일을 많이 하고, 학생들도 많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학비를 마련하라는 의미로 여름 방학이 길고, 겨울에는 별로 쉬지도 않고 묵묵히 공부를 한다.. 는 주장도 있던데요. 뭐 어쨌거나 30년 넘게 3월 개학! 모드로 살다가 9월 개학! 모드로 전환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랄까요. 여튼 이번 학기도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참, 한국에서도 여름방학 끝나고 가을 학기 시작한지가 조금 되었겠네요. 아이를 둔 부모님들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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