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_소주

2015.09.29 22:08

칼리토 조회 수:1838

사실 소주를 즐겨마신다기 보다..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술마시는 자리를 좋아합니다. 대개 삼겹살이나 회가 안주로 등장하고.. 가끔씩 육회라던가 양꼬치를 먹기도 하지요. 


연휴라 가족들과 쉬는 건 좋은데.. 일주일이면 이삼일은 저녁에 소주 한잔이 인생의 낙인데 그걸 벌써 이틀째 못하고 있으니 진심 알콜 중독 의심이 드네요. 그래도 대충 참을만은 합니다. 제경우에는 알콜 중독이라기 보다는 술자리 중독같은 느낌. 


외국에 사는 교포들은 이런 재미랄까.. 분위기가 낯설것 같아요. 술집이 들어찬 그 골목 특유의 묘한 활기와 밤이 깊어갈수록 흥이 더해가는 그런 분위기 말이죠. 술이 들어가면 실수도 많아지지만 그만큼 오가는 이야기속에서 뭔가를 툭툭 털어내고 귀가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방이동에 있는 제주 왕돌구이라는 곳에서 한잔 한 기억이 나네요. 커다란 돌판위에 삼겹살이나 목살을 주문하면 해당되는 고기 말고도 새우며 이것저것 안주거리로 주워먹을만한 것들을 같이 올려 구워먹다가 마지막에는 치즈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는 곳인데 그 푸짐함이 소주를 술술 넘기더군요. 가격은 일반적인 고깃집보다 좀 비싸지만.. 그래도 푸짐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어필할만한 집이었습니다. 


이제 10년 내외로 저희 세대들은 직장에서 은퇴를 하겠지요. 운이 좋으면 15년, 운나쁜 친구들은 이미 자의든 타의든 처음 들어간 직장을 떠난 경우도 많습니다. 다닐때는 막상 이 힘겨운 외로운 지긋지긋한 일을 왜 하고 있는가?? 되뇌일 것이고 정신 차려보면 훌쩍 자란 아이들, 어느새 데면데면해진 아내와의 관계에도 신경이 쓰일 것이며 속으로는 때려치운다는 말을 곱씹다가도 그나마 월급 주는 곳이 어디냐며 버텨낸다 생각을 할겁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같이 일을 하는 팀원이 있고 일을 핑계로 회식자리가 있으며 때때로 직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 혹은 주변부에서 겪어가며 살아가는 것도 그네들의 인생이고 그 인생이 그렇게 재미있는 젊은 날의 일부라는 것을 다 지난후에야 깨닫게 될겁니다. 지긋지긋한 일상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내 소중한 인생의 일부, 돌이킬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죠. 


오늘도 내일의 일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내일 마실 술을 위해 오늘도 건강을 챙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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