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ㅁㄹ)

2015.11.03 03:18

여은성 조회 수:695


  1.너는 좋은 녀석인가...나쁜 녀석인가라고 누군가가 물으면 어떨까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사람은 그때그때 잡을 수 있는 걸 잡으니까요. 인생은 암벽등반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올라가기 위해, 또는 떨어지지 않게 그 순간 잡을 수 있는 걸 잡아야 하죠. 경사도 만만하고 잡기 좋은 굴곡이 여러 개 있는 상황도 있고 온몸을 의지할 거라곤 약간 튀어나온 작은 돌기 하나뿐일 때도 있는거겠죠. 


 누군가가 위의 질문을 하면 그냥 잡을 수 있는 바위를 잡는다는 말 말고는 할말이 없어요. 요즘은 좋은 사람인 거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걱정돼요. 그 말을 한 사람을 머지 않아 실망시킬 만한 모습을 보여줄 게 뻔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일부러 번갈아가며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예요. 제 딴에는, 저는 늘 일관성은 있어요. 정해진 상황에 정해진 행동을 하는 것 뿐인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꼭 혼돈 중립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번갈아가며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할 거예요.


 흠.


 하지만 (일반)사람들이 나를 자세히 봐줄 이유 또한 없는거죠. 그들은 내 부하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사람과의 관계는 순식간에 지어졌다가 순식간에 쓸려가는 물기 없이 지은 모래성 같아요.

 


 2.예전에 친구였던 사람이 종종 저와 시간을 보내면서 늘 하는 소리가 있었어요.

 

 "상위 1%가 별 거 아니라니까."


 예요. 그 사람은 객관적으로 상위 1%겠지만...유복한 사람들보다 좀 더 유복할 뿐이지 눈에 띌만한 것, 날개가 돋아나거나 염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절대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와우 내가 상위1%라니! 신난다! 오늘은 뭘 하지?"라고 하기엔 30년동안 상위 1%였으니까요. 그 사실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자신의 고치고 싶은 면, 고쳐져야만 하는 면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을 매일 재확인하며 살아가는 거죠. 


 휴.


 예전에 말했듯이 늘 둘 중 하나죠. 자신을 마주하는 게 죽기보다 싫은지, 아니면 죽는것보다는 할 만한 일인지. 어쨌든 그 사람을 보며 교훈을 얻었어요. 이미 가진 좋은 것과 아직 가지지 못한 좋은 것의 차이에 대해 말이죠. 


 

 3.사실 죽은사람들이 좀 부럽긴 해요. 그들은 매일 아침 일어날 필요도 없고 오늘의 나쁜 뉴스를 들을 준비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죽은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유일한 순간은 도파민이 치솟는 순간이죠. 이거 용어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도파민이 쫙 치솟는 그순간만큼은 '죽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겠지' 하고 주억거려요.



 4.휴.



 5.도파민 하니...어제 어떤사람이 제게 물었어요. 돈을 버는 순간이 기쁜지 돈을 쓰는 순간이 기쁜지 말이죠. 생각해 보니 진짜로 기쁜 순간은 돈을 버는 순간이예요.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어디 가서 놀까 하고 상상하는 게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즐겁거든요.


 미술대학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요. 붙고 싶었던 대학교의 붙고 싶었던 과에 붙은 순간 너무 좋았어요. 


 사실 그 학교에 가지 않은 이상 그 학교가 어떤곳인지, 그 학교에서 뭘할 수 있는지 저는 모르잖아요. 그래도 그 학교에서 뭘 할지, 무엇이 되어갈지를 3월1일까지 계속 상상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6.이 글을 여기서 끝내려 했지만 학교 얘기가 나온 김에 학교 첫날에 대해 써보죠. 작은 일화를.



 7.오래 전이지만 확실한 건 대학교에서의 첫번째 수업은 '철학의 이해'였어요. 입학식이 진행중이었지만 너무 수업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어요. 1학년이라고 하자 교수가 입학식 중인데 왜 왔냐고 한마디 한 후 이런 저런 소리를 했어요.


 교수는 철학이라는 건 아직 확실히 분류되지 않은 학문에 관한 거라고 했어요. 예전에는 의학도 철학이었고 과학도 철학이라고 했죠. 영화에서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 시간에 말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버린 저는 이렇게 말해버렸어요.


 "그러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언젠간 사라지겠군요."


 흠.


 교수는 그냥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강의를 이어갔어요. 문제는 그 표정이었어요. 교수의 그 표정을 보고 난 후엔 함부로 대학 수업 중에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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