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문 쓰기 시작  01:28 입니다.  맥주 페트 병 하나 옆에 두고, 이미 마신 페트 한 병의 취기를 빌어서 씁니다.  안 올릴 수도 있겠죠.

 

2. 작년 9월 16일 팽목항 다녀 오고 제주 들렀다 9월 19일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올해 10월 15일 마지막 여행지로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시작이 팽목항이었기 때문에 오늘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들어 온 후 45일이 흐르는 동안 다른 일도 좀 있었지만 거기를 안갔다 오니 마음이 불편했어요. 돌아 왔으니 만나 봐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모 형제들 빼곤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내키지가 않더군요. 심지어 간단히 근황이라고 쓸 수 있는 듀게도

 

3. 제가 떠나고 나서 한 분이 더 인양되서 최종 실종자는 9명입니다. 선생님 두 분(고창석,양승진),권재근 권혁규 부자,학생들(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그리고 제주 이민가다 목숨을 잃은 이영숙씨.  팽목항 방파제에는 이제 그 분들의 개별 플랜카드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갔을 때 있던 각 종교별 분향소는 사라지고 별도의 구석진 공간에 분향소가 있습니다. 거기서 세어보니 위패도 이젠 264기 밖에 없더근요. 1년 반 만에 세월호는 옮겨진 분양소 옆에 있는 낡은 십자가를 닮아 가고 있습디다.

 

4. 광주가 있고 나서 5공 시절 한 동안,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들은 숨죽여 울며 망월동에 갔습니다. 공안이 따라 붙던 시절이었지요.  제대하고 니서 85년 소위 '유화국면'이 오고 대부분의 후배들이 지리산과 광주를 다녀오던 그 시절에도 지리산은 갈 망정, 차마 광주는 가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워서요. 아이가 생기고 나서 비로소 용기를 내어 15년 만에 갔다 온게 제 비루한 기억입니다.

 

5.  분향소에서 절을 마치고 나서 어떤 두려움 때문에 등대에 다시 갔습니다. 내년 혹은 가까운 세월 내에 아마 이것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광주로도, 세월호로도 다시 세우지 못하는 나라라면 역사의 가십이나 교훈으로 밖에 존재할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  부처께서도 그가 속해 있던 석가족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 그걸 막기 위해 단독으로 두 번이나 싸우고 나서는 이렇게 탄식합니다. "쌓인 업은 부처라도 막지 못한다" . 광주는 우리의 십자가였지만 세월호는 우리의 업이에요.

 

6.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노래를 듣습니다. 좋아 하던 '노찾사' 1집에 있는 숨겨진 노래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뿌연 안개 그 마루 아래 외로움으로 남은 이, 거친 바람 속에 미움으로 사는 이.. 빛흐르게 하소서. 노래하게 하소서.

 

7.  그래도 듀게 말고는 이딴 유형의 푸념은 쓸 곳이 없어요 ㅎㅎ. 아마 곧 끝이 나겠지요.

 

02:5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18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75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903
126506 [활자 잔혹극] 개정판의 사연 [4] new thoma 2024.06.19 51
126505 스마일2 예고편 나왔군요 [1] new 폴라포 2024.06.19 24
126504 뉴진스의 Right Now 뮤직비디오를 보고 new Sonny 2024.06.19 85
126503 Anthea Sylbert 1939 - 2024 R.I.P. new 조성용 2024.06.19 32
126502 Lestat/Korn - system new daviddain 2024.06.19 17
126501 모르텐 하르케 인터뷰 new catgotmy 2024.06.19 29
126500 Anouk Aimée 1932 - 2024 R.I.P. [3] new 조성용 2024.06.19 80
126499 [왓챠바낭] 원래 하던대로 피칠갑 스릴러나 봤습니다. '킬러스' 잡담 [2] 로이배티 2024.06.18 159
126498 에피소드 #94 [2] Lunagazer 2024.06.18 48
126497 프레임드 #830 [2] Lunagazer 2024.06.18 111
126496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사면서(의지와 욕구가 만나 꼭 의욕이 되야 하나?) [5] update 상수 2024.06.18 194
126495 크리스티나 레알리 토크쇼 catgotmy 2024.06.18 62
126494 [핵스포일러] '괴물'(2023)에 대한 투덜투덜 스포일러 덩어리 잡담입니다 [12] update 로이배티 2024.06.17 401
126493 [디플탑골] 이게 ott에 있다고?! ‘로키 호러 픽쳐 쇼’ [6] 쏘맥 2024.06.17 245
126492 프레임드 #829 [4] Lunagazer 2024.06.17 35
126491 서울에서 프렌치 수프(포트푀Pot-au-feu) 파는 레스토랑 아시는 분?(노 스포일러) [11] ally 2024.06.17 326
126490 베네데타 포르카롤리 인터뷰 [3] catgotmy 2024.06.16 135
126489 [영화바낭]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4.06.16 506
126488 에어 보다가 든 생각 daviddain 2024.06.16 135
126487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Let It Flow 뮤직비디오 상수 2024.06.16 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