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넘어까지 일 하다가 이것저것 짐을 챙겨 나와 곧 택시를 잡을 염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요즘엔 하다하다 택시기사들에게도 팽을 당하는 지 겨우 세 번째 택시를 타고 집에 왔더니...

 

  꿀빛 영롱한 윤기가 좌르르르르한 털과 귀티를 자랑하는 우리 고양님은 언제 세탁소 비닐을 처 드셨는지, 바닥에 비닐*을 묻혀 놓질 않나, 하긴 저 눔 예전 나 야근 때도 다늦게 왔더니만 중성화 이후 자취를 감췄던 오줌댓발을 침대시트에 질러버리는 만행을 저지름으로 보아  내가 늦는 것에 대한 화풀이를  저리 하는 걸 보면, 필시 나를 50년 묵은 마누라 보듯 하는 전원일기의 최불암 같아요.

 

  어찌어찌 목숨 붙어 살며, 역대의 직장생활은 껌이었다는 듯 석 달 열흘을 아침마다 눈물바람으로 나가는 직장생활 중입니다(석 달은 훨씬 넘었지만).

상사가 가려고 준비했던 출장을 갑자기 떠넘겨 받아 일요일에 또 어딘가로 비행기 탑니다. 이 바쁜 연말에 에베레스트처럼 쌓인 일감을 처리하고 하다하다 지쳐 돌아오는 자정 전. 아무도 케어해 주지 않는 준중년은 어디서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밀어내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살아요. 귀한 줄 모르고 한없이 건방지고 오만했던 청춘을 탕진한 데 대한 벌을 받는 기분으로.


  올해 어느 시기 이후의 삶은 하루하루가 마른 잣 같네요.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진짜 케세라세라.

  아몰라(근데 진짜 이 말이 그리 나쁜가요? 난 왠지 귀여워서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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