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2015.12.16 05:08

푸른나무 조회 수:1303

일찍 깼어요. 잠을 못 자서 괴로운 날들이 얼마 전까지 있었으니 일찍 깬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이 심하게 일찍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대신에 노래를 듣고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벽에 잠자코 기대어 서서 처음 보는 느낌으로 제 공간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열린 창 밖도. 아직도 가끔은 세상이 신기해서 방금 만들어진 세계의 모서리를 따라 걷는 느낌으로 거리를 가만히 걸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때가 많이 드물고 그런 때가 점점 더 드물어진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요. 그렇다고 이 새벽에 나가서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눈으로만... 몇 시간 후면 나갈 거니까요. 괴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지금이 가장 좋아요.


잠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았더니 흰 머리카락이 늘었어요. 빨리 깨어버린 잠처럼 아직은 이른데. 그런데 괜찮아요. 부분적으로 흰색이 섞인 길어진 머리카락도 저의 일부죠. 그만큼의 낮과 밤이 괴롭게 섞여서 지나간 거고. 길게 자란 머리카락만큼 아직도 많은 낮과 밤이 남았겠죠. 그것도 괜찮아요. 따뜻한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괜찮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던 한 해가 거의 가고 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5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9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48
44 악몽 [1] 칼리토 2014.06.25 828
43 [바낭] 오늘은 그저 2010년의 52번째 금요일일뿐.. [2] kiwiphobic 2010.12.24 1170
42 [몇줄잡담] 전주영화제 예매 성공하셨습니까. [5] mithrandir 2011.04.14 1276
» (바낭)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4] 푸른나무 2015.12.16 1303
40 어떤 느낌이 더 괜찮나요? / 고공시위와 바벨탑. [6] 꼼데 2011.09.30 1319
39 [아침바낭] 똑똑!! 건덕후 계세요?? [8] 닥터슬럼프 2011.11.09 1384
38 갑자기 습니다 읍니다 구별을 못하겠어요 [3] 가끔영화 2011.06.23 1465
37 아침부터 대나무숲 이용. 주먹이, 주먹이... [2] chobo 2011.06.15 1543
36 자신의 모니터 밝기 알아보기 [5] 가끔영화 2012.03.19 1573
35 아더왕의 누이가 나오는 소설 제목 아시는분.... [4] 바다참치 2010.11.14 1931
34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점심엔 바낭 [12] 러브귤 2011.05.17 1968
33 일요 바낭 [5] 가끔영화 2010.10.17 2143
32 오늘 할 일도 내일로 미룬채.. [10] 남자간호사 2011.01.29 2195
31 월요일마다 핏발 선 눈으로 출근하게 만드는 편집의 괴력, 그것이 알고 싶다. [2] Koudelka 2011.12.05 2209
30 작은 쇼핑몰 이용 고민 [4] 자두맛사탕 2010.12.04 2210
29 인간의 신체 사이즈가 개님들처럼 다양해진다면? [11] amenic 2012.05.02 2365
28 연예가중계 [1] 가끔영화 2010.12.05 2394
27 생활 속 파열음, 너무하네요 [7] kiwiphobic 2011.01.23 2518
26 나는 꼼수다 기다리기 [10] 푸네스 2011.09.16 2526
25 수월하게 진도빼기가 힘든 최근의 독서목록-박민규, 김훈, 기타 등등. [5] Paul. 2010.12.08 25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