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애니메이션을 몰아 볼 기회가 생겨서 오랜만에 실컷 보고나서, 그냥 생각한 것들 몇 개 적어봅니다. 


유명해서 이름만은 알고 있었던 것들, 이를테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2011),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 킬라킬(2014)을 보고

뜬금없이 옛날 생각이 나서 에스카플로네(1996)를 다시 찾아 봤는데요. 

전부 극장판같은 것 아닌 TV 시리즈들이라 회차를 모두 합치면 회당 20-30분정도에 80회 분량 정도 됩니다.


이렇게 본 것들 중에는 일명 마마마가 제일 좋았어요. 혼이 쏙 빠질정도로..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녀들을 표현하는 아트웍이 좋았고 주제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절묘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대단한 인재들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가장 감정적으로 몰입했던 것은 에스카플로네였는데.. 추억보정을 떠나서 

제가 주로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무렵의 작품이라 정서의 시간대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던 듯 해요. 

마마마도 킬라킬도 굉장히 좋았지만 이 두 작품이 다소 스타일리쉬하고 특히 동일 장르에 대한 패러디적 요소가 많아서 일종의 포스트모던한 성격이 있다면

에스카플로네는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굉장히 진지하게 드라마와 인물에 집중하는 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세카이계라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나 개인의 감정 상태가 곧바로 세계의 거대한 운명과 연결되는 스토리의 작품군?이 있다고 하는데

크건 작건 일본의 애니메이션들, 특히 판타지나 sf 장르에서는 그런 세카이계의 특징이 들어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위에 언급한 작품들 중에서는 마마마 정도가 조금 그런 면이 있겠지만, 

이것이 어쩌면 개인이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나 반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에 개입하거나 일부가 되길 바라지만 통상적인 방식(시스템의 질서를 파악하고 소통의 방식을 훈련한다든지)으로는

만족이 안되거나, 또는 부담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되는 상태랄까, 그런 부분에서 좀 공감이 갔습니다.

현재 반 히키코모리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는 유명하지만 도저히 취향에 안맞는 작품들이 좀 있는데, 

예를 들면 원피스나, 심지어 드래곤볼, 예전에 굉장히 유행했던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작품들이 그래요. 

요새는 원펀맨이라는 작품이 유명한것 같은데 이쪽도 정말 취향이 아닙니다.

종합해보면 제게는 덮어놓고 소년 만화 쪽은 안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뭐랄까 언제나 그런 작품들은 인위적이고 과장된 설정과 묵직하고 투박한 감정묘사가 거슬려요. 

사실 인위적이고 과장된 설정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는 듯 하고, 그러한 설정으로 형상화하는 가치라든지 감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편인듯 합니다. 

 

어쨌든 재미있네요.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들. 

특히 에스카플로네는 10대 시절 보고나서 한참 후에 다시보니 한 장면 한 장면에 그때는 몰랐었던 존재 이유들이 보이더라구요. 

제작자의 의도와 직접 소통하는 느낌이라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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