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4 21:55
1.간만에 어떤 분을 만나고 왔어요. 밥좀 먹고 한숨 돌리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다가 한가지 사실을 재확인하게 됐어요.
내가 재수없는 놈이라는 거죠.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저는 분명한 게 좋거든요. 좋은 놈이든 재수없는 놈이든 그건 상관없어요. 명확하게 좋은 놈인지 명확하게 재수없는 놈인지 알게 되는 게 중요한거죠.
2.폭스캐처에 듀폰이라는 작자가 나오죠.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 캐릭터는 많은 꼰대들이 하는 실수를 해요. 그야 흔한 꼰대들과는 스케일을 달리하는 작자지만 성질과 색채는 비슷하죠.
이 작자는 본인의 본연의 모습과 다른 가공된 모습을 세상에 투사하려고 해요. 흔히 말하는 '있어보이는 척'을 하는거죠. 그리고 그걸 잘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연기하는 척인 중이라는 걸 들켰을 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시끄러운 비웃음소리가 머리속을 가득 채우게 되는 거고 곧 머리의 퓨즈가 나가 버리는거죠. 언젠가 카지노에 대한 잡담을 썼을 때 언급한 그 비웃는 소리 말이죠.
3.그러고보니, 살아오면서 기분이 나빴던 때는 재수없는 녀석이라고 여겨지는 게 아니었어요. 진짜로 기분나쁜 건 돈이 없거나 아쉬운 입장이어서 재수없지 않은 녀석을 연기해야만 했던 그 순간이죠. 어떤 사람은 재수없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것에 익숙해지거나 체화되거나 하겠죠. 한데 나는 재수없지 않은 녀석을 연기한 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곤 했어요.
위에 좋은 놈이든 재수없는 놈이든 상관없다고 한 건 진심이예요. 이건 내가 빚어낸 게 아닌 신이 빚어낸 나의 모습이잖아요. 신이 빚어낸 그대로의 모습을 세상에 투사하는 것이 신의 뜻이니까 재수없지 않은 녀석을 연기할 필요는 없는거예요.
4.흠.
5.게다가 말이죠, 어차피 재수없지 않은 녀석을 연기하면 이상하게도 애프터 신청이 상대방에게서 오거든요. 불쌍하게도...나에게 속고 만 거예요. 비록 재수없는 놈이라도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건 마음이 아파요. 그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고 신의 소중한 피조물 중 하나잖아요. 게다가 두 번째 만남이나 세 번째 만남까지는 재수없는 놈이 아닌 척 하는 게 가능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연기를 계속할 수 없게 돼요.
연기의 부작용으로 폭스캐처의 그 부자처럼 퓨즈가 나가버리는 것보단 그냥 마음껏 재수없는 놈으로 행동하는 게 세상을 위한 길이죠.
6.여기서 유일하게 두려운 건 돈이 떨어지는 거예요. 돈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진솔한 재수없는 놈으로 살 수가 없거든요. 또다시 만나는 사람들을 기만하면서 재수없지 않은 녀석 흉내를 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해요. 거짓말쟁이는 되기 싫으니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7.흠...왜 갑자기 신을 들먹이느냐고 하면 신을 믿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신 핑계를 대니 저도 신을 핑계삼아 보려고요. 이 수법이 효과가 있다면 계속 써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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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속으면 참 즐겁죠 그때 부터 가짜가 진짜 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세상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