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행_눈길을 걷다 (2015)

2016.02.27 19:41

DJUNA 조회 수:6306


김희정의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 김태훈이 연기한 정우는 심각한 증상의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가톨릭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의 유일한 손님이 된 그는 그곳의 젊은 수녀인 마리아와 가까워지지요.

여기서부터 줄거리 요약이 힘들어집니다. 일단 정우는 섬망증상이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다시 말해 이 캐릭터가 겪는 일들을 모두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 되지요. 그가 꾸는 꿈과 체험하는 현실이 분명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과 환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반부에도 완벽한 해답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답에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건 긴 죄책감의 여정입니다. 정우가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겪었던 시련과 느린 극복의 과정이 요양원에서 마리아 수녀와 어울리는 동안 다른 모양으로 재구성되는 것이죠. 이 과정을 걷는 동안 마리아 수녀라는 인물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인물은 아주 가톨릭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보다 보편적인 존재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느 쪽이건 캐릭터의 활용도는 아주 좋아요.

소재부터 아주 '한국 순문학 단편' 같은 영화입니다. 정말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나 7,80년대 영화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정서가 아주 익숙해요. 그 이유 중 일부는 토착화된 가톨릭 이미지의 효율적인 활용 때문이겠고, 일부는 정우라는 캐릭터의 친숙함 때문이겠죠. 한국 픽션의 세계에서 죄책감에 찌든 알코올 중독자 남자의 캐릭터는 수렴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16/02/27)

★★★

기타등등
마리아 역의 박소담을 보고 있으면 [검은 사제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유사한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설행]이 [검은 사제들]보다 먼저 나온 영화입니다.


감독: 김희정, 배우: 김태훈, 박소담, 최무성, 전국향, 다른 제목: Snow Path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Snow_Path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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