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에 막 입대하여 꼬꼬마 훈련병때가 대통령 선거철이었죠.

원래 군인은 정치적으로 중립...인데다가 20대 초반 훈련병들이 뭐 선거에 관심이나 있겠습니까. 훈련소(논산)은 그냥 그러려나보다 하는 분위기였죠.

그러던 어느날 점호 때였어요.
군대 다녀오신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훈련소의 점호는 조교(분대장)들이 훈련병을 모아놓고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잡담하는 식으로 진행되죠.

충격적인 전달사항이 있었습니다. 주어가 없는 모 후보께서 부대를 방문할수도 있다는 말이었죠.

다들 쌍욕을 퍼부으며너 광분했습니다. 정치적 사상적 이런 것과 하등 관련없고, 다만 "지가 뭔데 xX냐 으아아아아악!!!"하는 이런 느낌이었죠.

아직 입대한지 한 달도 채 안된 애기들이지만 이미 알건 다 알아버린거죠.

질문이 쏟아졌어요.
"분대장님 그럼 걔가 와서 뭘 한답니까?"
"글쎄...와서 동석 식사하고 위문품 전달하고 체육화롱같으너 하겠지"

그 때 누군가 소리쳤죠.
"잘 됐네. 족구나 하다 가라 그러지 말입니다."

사실 분대장에게 말하기엔 굉장히 무례한 어투였거든요...하다 가라지 말입니다...

잠시 정적끝에 분대장이 답했어요.

"그러게....족구하라 그래"

네....그리고 모두들 주어가 없는 후보님과 족구하고 싶다는 소망을 외쳐댔어요.


뭐 다행히 미래 대통령 당선인의 부대 방문 계획은 취소되었고, 미싱도 족구도 없었죠. 그리고 제 군생활동안 높은 분과 족구할일도 다행히 없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추억인데 문득 아쉽긴 하네요. 그때 같이 족구나 해봤으면 재밌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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