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6 10:54
듀나 화면이 접혔다 펴지면서 집은 완전히 현실로 돌아옵니다. 앰비언스 조명을 지워내자 집은 훨씬 밝고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파프리카 전에 [유행통신]에서 임수정을 모델로 한 패션 사진들을 찍은 적 있지요. 그런데 그 사진들의 무대가 바로 양수리 세트였답니다. 그 사진에서는 영화의 불길한 느낌은 하나도 안들어요. 꽃발 날리는 레트로 분위기만 느껴질 뿐이지요.
듀나 무현은 부서진 조각상과 함께 쓰러져 있는 기절한 수미를 발견하고 소파에 눕힙니다. 수미의 손은 가위에 찔린 상처가 나 있지요. 무현은 약을 찾으러 갔다가 두 여자가 싸운 흔적을 발견합니다. 무현은 자루도 발견하는데, 실제 세계에서 그 자루 안에는 인형이 들어있군요. 자루가 든 장이 어떤 모양인지 봤으면 좋겠지만 여기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마 진짜 옷장은 아닐 거예요. 영화에 찍힌 게 옷장이라고 해도 설정은 아니겠지요.
무현이 돌아오자 수미 대신 은주가 앉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리 느린 사람이라고 해도 수미와 은주가 한 사람이라는 걸 모를 수가 없지 않겠어요?
은주는 수미에 대해 묻지만 더이상 무현은 이런 게임을 감당할 에너지가 없습니다. 무현은 은주의 손을 치료해주고 약을 먹으라고 합니다.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무현은 나가고 드디어 진짜 은주가 들어오지요. 은주는 꼭 남자 양복 같은 수트를 입고 있는데, 아마 성별을 불분명하게 해서 관객들을 폭로 직전까지 헛갈리게 하려는 술수겠지요. 전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만.
파프리카 그 사람이 진짜 은주인 게 너무 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트릭이 정당화되지 않을까요? 눈치챈 사람들도 그 때문에 잠시 헛갈릴 수 있을테니까요.
듀나 하여간 블루 스크린과 모션캡쳐 카메라를 이용한 이 장면의 특수 효과는 멋집니다. DVD 서플에서 이 장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루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특수 효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만 담는 건 좀 심심했지요.
진상이 밝혀지자 수많은 회상 장면들이 "이제 모든 걸 설명해줄게!"를 외쳐댑니다. 임수정이 염정아를 흉내내는 몇몇 장면들은 재미있고 수미가 새를 죽이는 장면은 모자라는 정보를 보충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은주의 얼굴만 봐도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잖아요.
무현, 수미, 진짜 은주. 살아남은 세 사람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수미는 자포자기한 채 무현이 내미는 알약들을 삼켜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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