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건가.

대기업 계열사라서 과장승진했을 때 백여명이 참여하는 단체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약 100명 중에서 여자과장이 저까지 7명이었답니다. 듣자하니 부장승진 교육에 가면 100명중에 여성부장이 한두명이라도 합니다. 나름 여성능력 인정한다는 회사가 이런데 보통 회사는 도대체 어떻다는건지 모르겟습니다.  

공대테크의 종착지이시라면 그런 환경인 것을 이해합니다. 애초부터 이공계는 여성들에게 친절하지 않았으니까요. 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힘든 이유가 동성의 업계선배가 전멸했기 때문이란 말도 있었잖아요? 학연 혜택(?)에서도 여대는 제외되고.. 능력있는 여성들을 사회에서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형편이 맞는거죠. 어쨌든.. 성별에 의한 직업편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사같은 직업이 여초가 된 이유도 비슷하죠. 일반직종들은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이 치명적이고 휴직보장이 쉽지 않으니까요. 평균 임금차이가 이런 직업편향적인 요소에서 온다는 의견도 들은 것 같습니다...

저도 글쓴분과 마찬가지로 이공계통이라 문과 남성의 입장을 듣고싶긴 하네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간과하는 게 바로 가라님이 하신 이야기죠... 업무 하중을 안 주는 것도, '봐 주는' 것도, 실질적인 소외이자 경쟁탈락을 의미한다는 거. 이건 차별이지 혜택이 아니잖아요. 장기적으로 조직에서 계속할 수 없게 되니까. 거기다 능력과 의욕이 있어도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면서 병행할 수 없는 주류 기업 문화입니다. 사회가 계속 지속되길 원한다면 성별 상관없이 제때 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육아휴직 쓸 수 있어야 하고 제대로된 탁아 시스템도 필요한데, 이 세 가지는 지난 10년간 크게 나아진 게 없어요.  여전히 제 주변의 많은 여자들이 출산 후 몇년 못버티고 퇴직을 선택하고 있네요. 

지인이 다니는 회사 대표도 여자 직원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입사지원한 여자들을 서류 심사에서 모조리 탈락시켰다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이력서를 보냈을 여자들을 생각하니 에효... 차라리 남자만 지원하라고 공고에 써놓지.. 차별이랄까봐 그러진 않죠.

지금은 다른 분야이지만 제가 준비했던 분야는 필기는 여자들이 많이 붙고 최종은 남자들이 많이 붙는게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면접 가면 여자들은 여자 티오를 놓고 경쟁하고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경쟁해서 수월하게 최종까지 가고 많이 붙습니다. 그게 차별 때문에 그런거 같냐 피해의식이지 능력 순으로 뽑은 거다, 필기 성적이 다냐, 일하는 건 필기성적과 또 다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남자들도 자기와 관련된 경우 불평등에 대해 인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봤기 때문에 성 불평등이라는게 얼마나 와닿지도 않을지 이해가 갑니다. 차별해서 뽑습니다, 라고 밝힐 수 없지만 공공연한 사실이죠.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나아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결국은 쓸모없는 시도를 하고 적은 수의 여자들이 살아남아 남성 위주의 사회에 적응해서 분투하겠죠. 서류를 낼 수 있고 남녀 차별은 없다고 공고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삶, 노력을 헛되이 낭비하게 만들거든요. 버젓이 남자를 뽑을 거지만 공고에 명시하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많겠어요. 법이 그러니 대놓고 그럴 수밖에 없는 업체들도 이해하고 반대로 내부적으로 여자를 우대하는 공고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평등이란 은밀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놓고 차별하는 건 항의하기도 쉽겠죠.

저는 문과 계열의 대학을 나왔고 현재 여성이 많은 조직에서 근무 중입니다. 

직위는 중간 관리자지만, 상위 및 차상위 관리자들은 모두 여성이지요. 전체 100명쯤 되는 부서에 남성은 10명 안쪽입니다.

여초 직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계신데요. 고객 서비스(CS), 출판사, 디자인, 교육 등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저 역시 여초 직장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고 승진의 한계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

글 쓴 님도 남자가 월등하게 많은 공대 출신인데 오죽하겠습니까. 상황만 다를 뿐 저랑 같은 고충을 받고 계시겠지요. 

다만, 그 문제는 성비가 불균형한 직장의 환경 탓이지 여성 혐오의 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일 잘 못하는데 상사의 질책과 배려로 에이스로 성장하는 것도 TV나 만화에나 나오는 판타지고요. 미생의 안영이 같이 일잘하는 신입사원인데 넌 여자라 안돼.... 도 저는 만화에서는 봤지만 현실에서는 못봤어요. 잘하는 사람은 냅둬도 남자나 여자나 상관 없이 알아서 잘하고 대부분은 꾸역꾸역 따라가고 못하는 사람은 계속 못하죠. 대한민국 회사의 교육 시스템이라는게 다 그렇고 그런 수준입니다. 교육으로 유명하다는 ㅇㅇ전자.... 도 그렇고요. 티나는 일이 넘쳐나는데 남자들이 독점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들이 좀더 할수는 있겠지만 역시 남여를 불문하고 대부분 소외되어서 똥치우는 일에 투입되고요. 남자들이 무슨 7~80년대 일본 소설에나 나올법한 기업전사도 아니고 소외된 대부분은 그냥 맘편히 다닐 수 있는 유관부서나 지원업무로 빠지고 싶어하지만 이것도 아무나 가는게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죠. 회사가 그래요.

사소한 거라고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제가 파견나와 있는 직장은 복장규정이 있는데 그게 ㅎㅎ 여자에게만 해당 되더군요 거의가요 민소매 안되고 운동화 안되고,,

물론 남자도 반바지 않되고 이런게 있습니다만,,,

전에 다니던 회사도 복장규정이 있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고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한다면 좀 인사과에서 주의를 주는 정도?,,

그리고 여기는 전체적으로 여직원 비율도 낮지만

최근에 생긴 5급사원이라고 계약직 사원이 있는데 90프로 이상이 20대 초반의 여자들이구요. 그래서 뭔가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대기업인데도 육아휴직 하고 돌아오면 전혀 다른 부서로 배치 받습니다... 각오하고 육아휴직 내고요.

남자들은 아예 육아휴직이런게 없구요. 아마도 있지만 전혀 쓰질 않겠죠. 이사급 이런 고위직에도 여자도 한명도 없고,,,

더 웃긴건 입사해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 삼일째 되는날 화장실에서 누가 어떤 이사님이 여직원 복장 지적질하려고 위아래로 훝어보니 어떻게어떻게 생긴 임원이랑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마라 이런 소문도 있구요....

그냥 아직은 먼나라 얘기같아요..대기업이나 공기관도 그렇고 한 이십년 뒤에는 좀 나아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