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9 16:42
싱글도 돌싱도 아니고 결혼이 두 사람의 인생의 굴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 따라 거주하는 국가가 달라지면서 독거생활 15년차를 바라보게 되었는데요.
빨래, 취사, 청소 이 세가지가 가사노동의 기본인데 생존활동 그 자체더군요.
처음에는 정말 싫었습니다. 싫었던걸 억지로 살기 위해 하다보니 삶의 질이 끔찍하게 나빠지더군요. 일주일에 한번 청소도 어렵고 설겆이 싫어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음식만 파고들고... 그러다 보니 건강도 망치고 정신도 피폐해지고....
15년차가 된 지금은 살림요령? 이 생겨서 사람을 안 쓰고도 나름 그럴듯하게 하고 삽니다.
뭐 그 요령의 상당 부분도 일년에 한두번 찾아오는 측근의 기술지도와 잔소리 덕분이었지만
여기에 육아가 더해지면? 앞 세가지에 한가지가 더해지는게 아니라 제곱의 효과가 발생하는거 같더군요.
3+1=4. 가 아닌 3의 제곱 =9.
그래서 가끔 살짝 아쉬울 때도 있긴 하지만 아일 포기하길 백번 잘했다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해요.
유전자의 노예가 되는걸 거부하고 번식과 종의 연속에 대한 동물적 본능, 집착을 이겨내는 그런 멋진? 스토리는
아니고 그냥 두 사람의 의지만으로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이 개입되는 것을 일단 피하고 보자였던거 같습니다.
그런 결정을 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은 육아에 대한 사회통념이나 제도가 별로 나아진데 없는거 같아 후회가 안되네요.
하여간 가사노동이라건 꽤 긴 시간 동안 직접 해보니 끔찍한 무한반복의 단순노동이고 잘하면 본전 못하면 개판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노동중에서도 가장 자존감이 떨어지는 노동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노동 중에서 자존감이 최악인 노동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한반복이라는 면도 있지만 당장 그 노동의 댓가를 물질적으로 보상 받는 것도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혼소송 즘 되어서야 정산이 가능하고 가치를 인정 받게되는 그런 노동인데
전업주부도 아니고 이런 짓을 맞벌이하면서 90% 넘게 부담을 갖는 여성분들이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왜 이런 미친 상태를 방치하는거죠?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야 시대의 한계속에 눈가리고 입막혀 살아오셨으니 그렇다치고
요즘 세대의 여성들은 그 비싼 비용을 치루어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했으면 좀 다르게 살아야하지 않나요?
아, 듀게 여성분들에게 하는 말이ㅡ아닙니다.
말도 안되는 통계수치에서 보여지는 일반적인 한국여성에게 하는 말이에요.
물론 매우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저항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출산율 저하
전 한국의 출산율 저하가ㅡ아직 바닥을 친게ㅡ아니길 바랍니다. 1.25 정도라고 들었는데 0.9 이하로 떨어져 봐야 정신 차릴거에요.
그런데 이제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좀 시끄럽더라도 배우자와 해결을 봐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회사일 때문에 못한다는 핑게가 불가능하게 회사일의 이 한국적 멍청함의 극치인 야근과 회식관행을 부숴버리는데 앞장을 서야죠.
남자가 집에 오래 붙어 있으면 못난이라는 의식문화가 있다면 그런 의식문화를 갖고 있는 남자들은 영원히 혼자 살다 디지도록 결혼해주는 여성이
없더록 여성내부의 각성도 필요하겠군요.
가사도 육아도 함께 못할거면 결혼을 꿈도 못꾸게 만들면 끝입니다.
아니면 가사도 육아도 돈으로 해결할정도로 돈을 잘 벌던가
자, 그러면 요즘 일부남성들이 절규하듯이 가부장적 질서, 남성중심 사회의 기득권에 소외되어 있는 프롤레타리아 남성들이 살길은?
가장 확실한 길은 그 남성들이 가장 악랄하고 거칠고 노골적이게 강경한 페미니스트가 되는 길입니다.
여성의 적이 아니라 동지가 되라는 이야기죠. 메갈은 남성을 적으로 본다고 칭얼대지 말고 너네들부터 여성, 페미니즘의 동지가 되어보라는거에요.
그게 무슨 헌신이나 희생이 아니라 돈도 능력도 일천한 너네들이 여성과 함께 이 세상을 가장 확실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에요.
자신들의 비루함을 술 처마시고 집안에 들어와 깽판치며 해소하던 못난 아버지들을 따라하던 것 보단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될거에요.
지금처럼 눈이 시뻘게져서 메갈사냥질 해봤자 너네 '한남충'들 삶이 구체적으로 개선되고 나아지는거 하나도 없어요.
지금 정의당에 jtbc까지 망하게 만들겠다고 난리법석인데도 콧방귀도 안 끼는 이유가
결국 한국사회의 여성차별,혐오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는 꿈적도 안하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거리는데 있어요.
그리고 그 문제들이 한국사회의 질적 전환의 키가 되기 때문에 남한이 망할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결국 제자릴 찾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상 가사노동 경력 15년차, 일하면서 가사노동도 전담하는 남자의 생각이었습니다.
2016.07.29 16:53
2016.07.29 18:01
2016.07.29 19:33
2016.07.29 17:02
2016.07.29 18:00
이 글을 쓰고 나서 다른 글에 이 댓글을 봤습니다. 찌찌뽕 ^^;
비정상회담에서 전에 다니엘이 독일의 출산율과 관련하여 그런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못한것도 원인중 하나다라는 발언을 한게 기억나는데 그게 사실이었군요...
2016.07.29 19:28
2016.07.29 17:13
soboo 님이 혹시 홀애비가 아니고 홀어미? 했는데 끝에 나오는군요.
홀애비와 홀어미는 결혼했던 사람이 혼자인 경우를 말하는거죠.
그럼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뭐라고 부르나? 노총각 노처녀?
혼자인 사람은 가사노동 걱정할 필요가 없을거 같은데요 안하면 됩니다.
2016.07.29 17:58
결혼하고 이혼하거나 사별한게 아니니까 홀애비도 홀애미도 아닙니다.
그냥 일년에 한두번 한두달 정도만 같은 공간에서 지낼 뿐; 하지만 세상 좋아져서 인터넷 덕분에 얼굴도 매일 보고 대화도 매일 나누다 싶이 하는군요.
2016.07.29 17:49
2016.07.29 18:07
야근을 성실함의 근거로 삼는 한국은 정말 미친거 같아요.
한국의 (적어도 화이트칼러 업종에서) 야근은 1.5의 성과를 내고 있는게 아니라 1.0의 성과를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것을 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업무진행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고 인력관리도 개판오분전인데 늙다리들의 자기만족(그래도 우린 불철주야 열심히 한다~)을 위해 야근이 강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늙다리들 대부분은 남자가 집에 있는건 쪽팔린거다라는 사고방식으로 별별 핑게를 다 만들어 야근을 하고 회식을 합니다.
제 업종은 한국에서도 야근, 철야가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업종 중 하나인데 중국에 와서 일하면서 야근 따위 안해도 이 업종에서 일이 가능하다라는걸 깨달았어요. 인력이 많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프로젝트 관리 좀 제대로 하고 시간관리 잘해서 낮에 집중에서 하고 쓰잘대기 없는 소소한것에 고급인력의 시간을 낭비 시키지 않도록 주의하고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일정요구에 당차게 개기니까 되더군요. 물론 중국이 한국보다 조금은 느린 사회인 탓도 있지만 그것도 십수년전 이야기고 요즘은 정말 빨라졌거든요.
2016.07.29 18:37
맞아요. 프로젝트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서 그렇다는데 백번 천번 동감합니다. 하급자, 협력업체, 프리랜서 등의 '을'의 권리를 중시한다면 관리가 제대로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여유 있게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돈을 제대로 주고(=후려치지 않고, 야근수당 주고 등등), 실행 매뉴얼을 만들고 수정하면서 오류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으면 쓸데 없는 잔업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완전히 반대죠. 매뉴얼이나 계획 없이 원청이나 상급자가 자기 멋대로 아무 때나 일을 바꿔버리고, 초과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수는 지급하지 않고, 기간은 빠듯하게 잡으니 근로자는 죽어나고 결과물은 한심하죠. 잔업을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일이 안 생기는데 그냥 노동자가 희생해라.. 심지어 오래 일할 수록 성실한 근로자로 평가하는 후진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뭐가 바뀌겠습니까.
2016.07.29 19:30
2016.07.29 19:58
2016.07.29 21:30
2016.07.29 22:13
2016.07.30 00:00
2016.07.31 21:00
2016.08.01 15:51
간만에 박수치며 읽은 글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