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종 시간이 나면 운동화를 신고 나가 아무 목적 없이 남의 동네 탐방을 하곤 합니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집 구경도 하고 의외의 맛집도 찾아내는 재미가 꽤 쏠쏠 하거든요.

이 빌라는 새로 지어 깨끗하긴 한데 1층에 주차장이 있어서 밤 늦게 집에 가면 좀 무섭겠다, 한강이 가까워 운동하긴 좋겠지만 역이랑은 너무 멀겠구나 여기는

하며 가까운 미래에 여기로 이사를 오면 어떨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산책을 하다보면 정기적으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의 설움에 갑자기 울컥,

하긴 커녕 남의 집 구경이 그저 재미지고 이 골목이 여기로 통하는거였어?! 하며 혼자만의 서울지도 구축에 열을 올리곤 합니다.

평소 맛집 포스팅을 즐겨 보는데 거리를 걷다 무의식 중에 그 가게가 이 근처였나? 하는 생각이 들면 조금 돌아 가더라도 찾아가서 가게의 위치를 확인하고 오기도 합니다.

혹여나 다음번에 일행이 있을 때 찾아갈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지요.

낯익은 거리를 걸을 때면 새로 생긴 가게를 스캔해 가며, 좋아하는 옷가게에 무슨 옷이 들어 왔나 확인해 가며 이리저리 종종 거리고 다닙니다.

 

그렇게 걸어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애매한 거리로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헌책방에 들러 새 책이 좀 들어왔나 구경하고 괜찮은 책이 있으면 두어권 사들고 부자가 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해요.

가끔은 절판된 시집이라던지 아주 깨끗한데도 반값도 안 하는 책이 있다던지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고를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습니다.

원래 있었던 책인데 동생이 빌려 갔다 잃어 버린 후 절판이 된 시집을 이천원에 사고 민음사 전집이 깨끗한 상태로 들어왔길래 그 중 한 권을 골랐지요.

오늘따라 새로 들어온 책들이 많아 이성의 끈을 놓고 다섯 권 넘게 집어 들었다가 겨우 두 권으로 추려 냈지만은요.

 

 

2.

오늘은 학교에서 나와 동네를 좀 돌아 다니다 헌책방에 들른 후 저번에 맛집 포스팅에서 보고, 지나가면서 스캔해 놓았던 만화 카페에 들러 보았습니다.

만화는 즐겨 보지 않기 때문에 '다음에 가 볼 카페 목록'에서 한참이나 하위권이었지만 흡연이 가능했고 헌책방에서 꽤나 가까웠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 보았죠.

날이 추워서 따끈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무슨 만화책을 볼까 싶어 이리저리 둘러 보다 저번에 듀게에서 어떤 분이 제게 추천해 주신 만화책이 생각 나더라구요.

동생과 티격대며 밥을 하는 저를 보니 생각이 난다며 추천해 주셨는데...제목이 묘하게 뒤틀린 채로 기억 나는 겁니다.

분명히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을래? .....이런거였는데 암만 검색해 봐도 안나오고 요리 만화 검색해 봐도 미스터 초밥왕, 식객이나 나오고

모바일 듀게에선 검색이 되질 않고!! 하다 갑자기 제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 놓여 있던 책이 보였습니다.

어제 뭐 먹었어? ..... 삼십분이나 검색에 열을 올렸는데 말이죠.

아무튼 쿠션을 무릎과 팔꿈치 사이에 끼어놓고 한참을 읽다 보니 배가 고파 라면도 시켜 먹고... 3권까지 읽었는데..

와 이걸 보니 일본식 가정식이 너무나 만들고 싶은겁니다!

메뉴는 대략 정어리 매실 조림, 토마토 샐러드, 양배추 베이컨 조림, 껍질콩 된장국과 같은 평범하면서도 맛깔나 보이는 것들인데 메뉴도 참신하고 조리방법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책 사놓고 따라하며 만들어 먹고 싶어요..

사실 매일매일 밥 하는 일 중에 가장 고역인 것이 메뉴를 정하는 것인데 한 에피소드당 국 하나에 반찬 3개쯤은 거뜬하니 이 얼마나 소중한 책인지!

의식 저너머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 호명해 드리진 못하는, 제게 이 만화책을 추천해 주신 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3.

저녁 내내 잘 놀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현실은 기말 시험의 직전. 아, 잊어야 한다 이 현실을 잊어야 해. 하며 식단공개를 할까 싶어 폴더를 뒤졌지만 그간 사진찍기에 시들해져서 해먹기만 하고 찍어놓질 않았더니 건질만 한 사진은 대여섯 장 정도..

포기하자 과제를 해야지 하며 구글을 켰다가 저는 왜 듀게로 들어 왔을까요.

 

 

 

4.

각설하고 뜬금없는 식단 공개 사진 몇 장.

 

 

오늘 아침입니다. 콩비지 찌개에 계란찜, 구운 김, 간단 반찬.

 

 

요즘같이 쌀쌀할 때는 이런 뜨끈한 국물이나 찌개 음식이 땡겨요. 사진엔 잘 안나왔지만 탱실한 돼지고기도 듬뿍듬뿍.

 

 

반찬은 토마토, 소고기 장조림, 샐러드, 배추김치, 생식두부.

 

 

표고버섯 듬뿍 넣은 계란찜.

 

 

 

그리고 뜬금없는 꽃게 순두부 찌개. 이건 다른 날 아침이었는데 전체샷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군요.

 

그럼

오늘 바낭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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