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원순의 문재인 때리기가 연일 화제입니다. 저도 이 양반이 왜이러나 싶긴 했어요. 차차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 나머지 펼친 배수의 진인가 싶더군요. 시사 얘기가 활발한 야 성향 게시판들을 가보니 박원순이 MB의 프락치라더라, 염모의 조종을 받는다, 그냥 당 나가라, 본색이 드디어 드러났다 등등 음모론과 원색적인 비난이 많았습니다. 저도 네거티브로 치닫는 박시장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쳐내기에는 박원순의 말들이 무겁습니다.

경선 룰에 대한 고집이야 늘 있어왔던 약자의 몽니죠. 새로울 것 없습니다. 뜨악했던 건 친문 패권주의를 들먹이며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 대표시절 선거를 다 말아먹었던 무능에 대한 질타였죠.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과 분열하며 나왔던 온갖 얘기들을 리바이벌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예방주사의 성격이 더 크다는 거죠. 지난 총선 과정 중 문재인은 저 네거티브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정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논리적 반론을 앞세워 되치기 하기 바빴죠.

'지난 대선 때 우리가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졌으면서 대표로 기어나오더니, 대표가 되어서는 선거 한 번 이기지도 못했으면서 이번에 또 해먹으려고? 그게 패권 아니냐?' 이러한 정서는 호남 중장년 어르신들에게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 아직도 서운해해요.

지난 총선에서의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스탠스는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구태 의원들에게 속아서 홀랑 넘어갔다, 호남 시민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태도였습니다. 아주 많은 야권의 오피니언들이 호남홀대를 수치로 반론하는 동안 니들이 틀렸어라는 태도는 공고해졌습니다. 심지어 민주당의 일부 지지자들은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을 비난하며 표 맡겨놓은 사람처럼 몰상식하게 굴기도 했죠.

박원순 의도야 어찌됐든 다시 한번 판이 깔렸습니다. 경선에서 끄집어내지 않았으면 어차피 대선 국면에서 다시 나왔을 이야기였어요. 총선 때 품지 못했던 호남 민심 촛불정국을 거쳐 올랐다고 오른 게 40%. 아직 갈 길 멀었습니다. 박원순의 공학적 공세가 비열하게 느껴져도 호남 여론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에, 메시지를 무시하고 국민의당 세작질, 탈당 명분 쌓기 등의 비아냥으로만 응대하는 건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총선 때 풀지 못했던 숙제를 다시 던졌으니 이번에는 잘 풀기를 바랍니다. 박원순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당 내부의 경쟁이기 때문에 잘 풀고 잘 품으면 되는 문제. 예방주사 세게 맞는다 치고 유연한 반응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문재인은 네거티브 공세야 품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긴한데, 여전히 남아있는 호남 비토 정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피는 못잡은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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