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인지, 고2인지 머리가 큰 남학생 둘이 제 뒤에 앉았는데, 본의 아니게 대화가 들리더란 말이죠.

학업이 힘들다는 얘기였어요. 자주자주 한숨소리가 섞인, 답답하고 미치겠단 얘기들.

요즘 기말 시험 기간이기도 하고, 때는 늦은 밤이었죠.

저 아이들 마음이 어떨까, 한국의 아이들이란, 이 야심한 시간에 10대가 가족과 집에 있질 못한다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죠.

한 녀석이 그럽니다.

"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초등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정말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목소리는 간절했습니다. 배우의 대사처럼 연극적인 느낌마저 났어요.

저도 문득 초등학교 3학년때 어땠더라, 그때가 순진무구하고 행복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돼버렸어요.

버스 안의 형광불빛이 반사된 창문을 내다보며 그 아이들 대화에 참여 아닌 참여를 하고 있었죠.

친구가 묻더군요.

"왜 초등학교 3학년이야?"

곧 진지한 대답이 들려왔어요.

 

 

 

 

 

 

 

 

 

 

 

 

 

 

"그때 우리반에 예쁜 여자애들이 많았거든..."

 

 

창밖 야경을 내다보던 저의 눈이 둥그래졌지요. 응?

특별히 예쁜 여아들이 많은 어느 초3 학급. 그 안에서 느끼는 남학생의 행복감과 만족감이란 내가 모르는 대단한 것이었어요.

아, 저런 소망도 있구나. 나름 신선했던 이야기였지요.

 

잠이 안 와서 써 보는 싱거운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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