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01:59
8월의 마지막 날을 맞아 오늘 밤에도 제 방에는 예기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방을 찾아오는 손님은 주로 이런 분들이죠.
얘는 전에 찾아온 녀석보다 몸통이 가늘고 허리가 잘룩한데 뒷다리 허벅지가 튼실하군요.
참고로 전에는 아래 사진의 녀석이 찾아왔었죠. 얘는 등이 방패처럼 멋져요.
단단한 몸집의 로마 병정 같은 느낌... (비교해 보면 오늘 찾아온 애는 훤칠한 게르만 용병 같군요.)
아무래도 제 방에는 곤충 중에서 그래도 잘생긴 애들만 찾아오는 듯...
저번에 생각해낸 비닐봉투 생포법으로 잡아서 5초 동안 들여다 본 후 창문에서 훌훌 털어버렸는데
갑자기 오늘 찾아온 이 녀석이 날개가 없는 벌레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orz
날개가 없는 이 벌레가 십 몇 층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졌을 때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앞으로 제 방에 찾아오는 벌레 손님들의 운명이 결정되겠습니다.
알쏭달쏭한 지금 상태에서는 앞으로도 그냥 유리창에서 훌훌 털어버릴 것 같은데 만약 살아날 수 없는 게
확실하다면 (한밤중에 그러기는 몹시 귀찮겠지만 '차카게 살자' 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 잔디밭에
내려놔 주는 수고를 할지도 모르겠네요. (잘생겼으니까...)
파리 목숨 같은 생명들이지만 어쨌든 목숨이 달린 문제니 아시는 분은 꼭 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오늘 비닐봉투 안에서 약간 뿌옇게 찍힌 사진인데 튼실한 허벅지의 위력을 보여주려는 듯
미끌미끌한 비닐 위를 수직으로 걷는 묘기를 보여주더군요.
(비닐봉투 속에서 너무 힘 빼지 말라고 얼른 보내주었는데 그 길이 황천길이었는지는...)
지난 광복절 밤에는 노란 줄무늬의 날벌레가 찾아왔었어요.
얘는 웅웅거리면서 어찌나 분주하게 날아다니던지 혹시 벌인가 하는 생각이...
그런데 벌이 이런 방에도 찾아오나요?? 진정 제 방은 곤충들의 요람인 것인가...
그래도 비닐봉투에는 꼼짝 못해서 생포한 후 유리창에서 훌훌 털어버렸는데 잘가라 하고 돌아서 보니
비닐 끄트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 으악으악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얘는 날개도 있는 애가 겁이 많은 건지 필사적으로 비닐봉투에 달라붙어서 날려보내주기도 힘들었죠.
자유롭게 해주겠다는데 도대체 왜 버티는 거냐 우씨우씨하면서 비닐을 마구마구 흔들었던 기억이...
아무래도 제 방 외벽의 어딘가에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곤충들이 이렇게 제 집 드나들 듯 맘대로 들어올 수가 없을 텐데...
그나저나 이 두 곤충의 이름이 뭔지나 알고 싶군요. 다음에 오면 'OO 동무' 하고 이름을 불러주게... ^^
(로마 병정 같은 친구는 외국에서는 Stink bug, 우리나라에서는 노린재라고 하나 봅니다.)
아무래도 8월의 마지막 날을 도서관에서 곤충 도감을 빌려 보며 알차게 보낼 것 같군요...
듣고 있는 FM에서 나오는 연주곡
Ulf Wakenius - My Song (by Keith Jarrett)
2017.08.31 10:05
2017.08.31 10:18
저는 다 늙어서 곤충에 관심이 생긴 경우라 파브르는 좀 무리가... ^^
그런데 환경부에서 만든 곤충도감이 있네요!!!
제목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는 한국의 곤충]입니다.
http://webbook.me.go.kr/DLi-File/NIER/09/018/5511693-1.pdf
http://webbook.me.go.kr/DLi-File/NIER/09/018/5511693-2.pdf
어제 찾아온 애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인 것 같아요.
아래 사진에서 튼실한 허벅지를 보니 ^^
로마 병정 같은 애는 가시노린재인지 썩덩나무노린재인지 좀 헷갈리네요.
전에 제 방에 와서 가만히 있다 숨을 거둔 애는 고마로브집게벌레였네요.
광복절날 와서 웅웅거린 애는 벌이 맞는 것 같아요.
장수말벌이라고 확신하진 못하겠지만 비슷하게 생겼네요.
2017.08.31 11:27
노린재들은 30층이 넘는 집에서도 어느순간 갑자기 짠!하고 등장해 형광등에 머리박고 있는걸 보면 워프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게 분명합니다.
2017.08.31 13:13
어제 미끄러운 비닐 속에서 기어올라가는 걸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노린재들이 다리 힘이 좋은가 봐요.
고층 건물도 너끈히 올라가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기어가는 걸 보면... (중력을 거스르는 다리 힘!!!)
곤충도감을 보니 종류도 많고 예쁘게 생긴 것들이 많더라고요. 요즘 곤충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중 ^^
갑자기 곤충도 피가 있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빨갛지 않을 뿐 혈액은 있다고 하네요.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773
2017.08.31 13:59
노린재도 곤충이라 날 수 있어요. 날개가 있으니까요. 나비처럼 아주 훨훨 날진 못해도 떨어지다 지표면 근처에서 적당히 착지하는 정도의 재주는 있었을 거에요.
저희집에는 최근에 자꾸 집게벌레가 들어옵니다. 아마 화장실 타일과 타일 사이에 틈이 있어서 들어오나봐요. 어제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갔을 때 여태까지 본 것 중 가장 크고 통통하고 힘 좋은 집게벌레가 당황해서 빠른 속도로 가던 길을 되돌아서 어딘가 벽 모서리에서 근방에 있었을 통로를 찾아헤매는 걸 봤거든요.
2017.08.31 15:45
노린재도 날개가 있었군요!! 어쩐지 맨 처음 본 로마 병정 같은 노린재는 조금씩 날아다녔던 것 같은데
(그래서 비닐봉투에 생포해서 훌훌 털어버린 후에도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은데)
어제 찾아온 튼실한 허벅지는 날지를 않고 기어다니기만 해서 날개가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다시 보니 로마 병정 같은 애도 사진에서 날개가 보이지는 않아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생각했었죠.
어쨌든 날개가 있다니 다행입니다. 튼튼한 허벅지로 어딘가에 살아있겠군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집게벌레는 제 방에 안 찾아 오는데... 다른 듀게님들 댁에 찾아오는 곤충들도 궁금해요. ^^
환경부에서 펴낸 [한국의 양서파충류 생태도감]도 찾았어요.
http://webbook.me.go.kr/DLi-File/NIER/09/018/5509511.pdf
2017.08.31 18:10
이런 곤충사진 넘 좋아요...올려주신 꽃과 새 사진도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2017.08.31 20:18
사실 곤충 사진 올릴 때마다 혹시 마음 약한 분들 놀라게 하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스러운데
(최대한 예쁘게 생긴 것들로 올리고는 있지만 그게 다른 분들 눈에도 예쁘게 보일지는... ^^)
곤충 사진 좋아해 주시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엊그제 EBS 다큐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는데 어떤 잠자리는 짝짓기할 때 하트를 만드나 봐요.
신기해요.
물잠자리
방울실잠자리
2017.08.31 23:03
2017.09.01 00:38
앞으로는 제 방에 들어오는 모든 곤충들을 마음 편하게 유리창에서 낙하시킬 수 있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세상에는 저랑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군요.
'반했다'는 듣는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참 귀여운 단어인 것 같아요. ^^
무늬하루살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하루밖에 못 산다니 슬퍼요.
2017.09.01 09:09
마지막 사진의 방문객은 장수말벌보다는 꽃등에 같네요.
2017.09.01 10:27
꽃등에와 꿀벌이 비슷하게 생겨서 저도 헷갈리는데 차이점이 뭔지 검색해 보니
꽃등에는 더듬이가 없다시피 아주 짧고 날개가 두 장인데 꿀벌은 더듬이가 좀 길고
날개가 네 장이라네요. (아래 그림은 꿀벌의 구조)
제 사진에서 더듬이 길이를 보면 꿀벌 같은데 날개는 잘 모르겠어요.
(2장 같아 보이는데 뒷 날개가 겹쳐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2장인지...)
아래 사진은 꽃등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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