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독서 모임 동적평형의 2018년도 첫 정모가 있었습니다.

이번 주제 도서는 종이와 잉크를 고집하는 구식 스타일의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였습니다.
영어와 아랍어로 이루어진 캘리그래피와 이슬람 패턴에 대한 묘사가 참 아름답고.. 그 두께도 크고 아름다운(?) 책이었는데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주인공 "도돌라"의 입을 빌려, 성경과 함께 무슬림의 경전인 코란과 하디스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두 종교에 대한 본인 나름의 밴 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며 생각한 교집합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도돌라와 잠의 인생이야기 중간 중간에 하나씩 펼쳐놓습니다.
작가의 이런 시도는 서로 다른 두 종교에 대한 믿음의 근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편적 가치에서 출발합니다.
비록 각 경전에 대한 완벽한 해석은 아닐 수 있겠지만요.

겉표지와 소개글만 보고, 고상하고 거룩한 종교적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만... 
<하비비>는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감정선을 표현하는데 있어 다소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실제 이슬람문화권에서 이 작품을 보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하죠.

사랑밖에 모르는 순진무구한 “잠”의 극단적인 선택이라든지..욕심 많고 제멋대로인 술탄, 의미를 모르겠는 후반부의 어부 등 
전형적이면서도 인간미가 없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에게 독자들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돌라”는 자기 주도적이고 똑똑한 여성이면서 동시에, 극 중에서 가장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만화 캐릭터 특유의 과장되고 작위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배경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와나톨리아”는 술탄이 지배하는 13세기의 어디쯤인가 싶다가도.. 
필경사와 오토바이, 빌딩숲과 술탄의 하렘이 혼재된 알 수 없는 공간이죠. 
시대와 인물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한 작가의 교묘한 장치일 수도 있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맘 가는 대로 그려낸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하비비>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라기보단, 작가가 무언가에? 꽂혀서 만들어낸 것 같다는 것이 저희 나름의 소소한 결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이제 인삼에 꽂혀 있다고 합니다. 
모 회원님의 예상대로 그의 다음 작품이 인삼과 심마니의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가 될수도 있겠죠. 
우리나라 금산의 인삼 밭을 직접 보러간다는 작가의 열정을 높이 사는 바, 차기작이 나온다면 저는 꼭 모임 분들과 함께 이 사람의 만화를 다시 한번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ㅎㅎ

누군가에게는 부모님께 들키면 위험한 불온서적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알O딘 중고서점에 팔아버릴까 하는 고민을 하게 했던 <하비비>. 
이 책을 보신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해진 수순에 따라 여러모로 추억이 깃든 모 식당에서 2차를 했는데, 오랜만에 오신 회원 분들, 처음 오신 회원 분.. 
책의 호불호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모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쪽지로 문의해주셔도 됩니다 ㅎ

PS. <하비비>의 중간에 등장하는 묘한 집단이 있습니다. 결혼식 등 행사에 참여하여 축복을 가장해 갈취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무리인데요. 
남자의 성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도에서는 제 3의 성 ‘히즈라’라고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제 인도에서 이 분들을 만나고 온 경험담을 공유해주신 회원님이 있으셨죠. 
다시 한번 환영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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